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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大浦) 주상절리(柱狀節理) 대포(大浦) 주상절리(柱狀節理) 윤 제 철 해변 낭떠러지 밑에 찍힌 육각형 발자국 파도로 매일 씻어 내리며 뒤졌어도 밟힌 자국마다 내미는 질퍽한 흔적만 남아 어디론가 가버린 존재를 찾아내지 못해 몇 번이나 왔지만 또 치는 허탕 푸른 바닷물과 어우러진 절경으로 유혹하는 바람에 본래의 목적을 잊은 체 으스러지고 마는 나약한 심지(心志) 냉각과 응고에 따른 부피 수축에 의해 생기는 또 다른 다각형 기둥이 된다 더보기
그리고 사라지듯이 그리고 사라지듯이 -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줄지도 않는 수량이 높은 위에서 아래로 한 생애를 떨어지는 동안 쉬지 않고 그들은 똑같지 않은 표정으로 내려가야만 하는 시간마다 생각을 달리하는 변화를 남겼다 바라다보는 나에게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련만 그들은 그저 물의 모습을 하고 떨어지느라 겨를 없이 감춰질 뿐이다 모든 게 작가의 조정에 따라 움직이는 그들은 폭포라 불릴 수도 없고 빛과 영상으로 벽에 비쳐지는 사진도 그림도 아닌 형태 빛과 영상으로 부여받은 생명 어두운 미술관 전시장에 살고 있다 더보기
동백동산 동백동산 윤 제 철 한낮에도 어둑한 동백동산에서 오래 전에 쌓였어도 반질거리는 낙엽 호젓한 숲속 길에 잘게 잘린 검은 돌들이 깔렸다 나무들은 다닥다닥 붙어 숲이라는 면을 만들어 반겼고 잡다한 상념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해 잃어버리고 살던 나를 만났다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만을 간직하고 지나치는 우릴 보고 화들짝 놀라서 동백나무와 함께 종가시나무, 후박나무 그리고 빗죽이나무 등이 들어서는 만큼 한발씩 물러서고 있다. *동백동산 :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산 12에 있는 재주도 대표 숲인 곶자왈 숲길이다. 더보기
섭지코지 섭지코지 윤 제 철 누구를 만나러 가는 행렬일까 늘어서 가는 줄이 끊이질 않았다 바닷가 벼랑 위 묻어둔 기억이나 동화 속 케이크 집에서 꿈꾸던 것들이 현실이 되길 바란 그 시절 유채꽃 미소를 놓치지 않으려 가파른 해안 아래 검게 그을린 바위들의 이야기로부터 염원들이 수북이 쌓인 돌탑에 담아놓은 속삭임까지 말상대로 거부하지 않고 바쁘기만 하다 어느 것 하나라도 빠트릴 수 없는 추억 안에 상대를 찾고 있다 더보기
과도(果刀) 과도(果刀) 여행 내내 쓰다 캐리어에 못 담은 채 공항 보안검색에 걸린 과도(果刀) 잊은 게 화나고 다시 가는 게 귀찮아 파리처럼 목숨을 짓밟으려 했다 아내 직장동료가 맺어줘 함께한 인연 무려 40여년 남한테 듣는 싫은 소리 언짢아했으면서 그에게 처신한 순간을 떠올릴 때마다 아내의 오래 쓴 애착과 담당자의 설득으로 다시 부치고 나서 냉정과 잔인 사이 밀려오는 미안함에 시달렸다 더보기
용머리해안 용머리해안 윤 제 철 바람이 불어왔다 파도에 밀린 바람이 바위를 밀고 있다 밀리다가 버티다가 긁힌 자리는 바람을 닮았다 희노애락의 표정으로 바람을 맞으며 용처럼 우리를 바라본다 파인자국이 닳고 닳아 물결이 되고 세월이 실린 모습을 그렸다 거센 풍랑으로 안긴 슬픈 가족사로 흘린 눈물마저 한몫을 하고 코로나로 거리두기를 하더라도 자신을 위한 안전을 바라며 해안을 순례한다 더보기
블로그 방문자 16만명 돌파(2021년 3월 22일) 2006년 10월 25일에 개설한 저의 블로그 방문자 숫자가 드디어 16만 명에 이르렀습니다. 15만에서 16만은 8개월 걸렸습니다. 더욱 분발하여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방문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더욱더 분발하여 알찬 내용의 블로그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좋은 의견을 댓글로 주시면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2021년 3월 22일 더보기
꿈 매일 내 앞에 기다리는 계단 어느 곳마다 하나하나를 딛고 오르다 얼마나 왔는지 모르고 늘 그 자리에 있는 줄 알았다 지나간 건 지난대로 다가올 것만을 기대하며 소중하게 간직하려했다 희망이나 꿈은 가슴 안에서 뜨겁게 달구어 녹은 유리 액이나 쇳물로 만들고 싶은 형상의 틀에 채워 넣고 찍어내는 줄 알았다 오늘이란 이름의 계단을 딛고 내일이란 계단을 오르며 애태우는 꿈은 녹지 않고 어떤 형태로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과정을 거쳐야만 마음에 떠오르는 이미지 희망이나 꿈은 만져지는 것이 아니라 느껴지는 형체일 뿐 보이지 않았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