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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탉 수탉 윤 제 철 닭이 슬픈 것은 오늘만이 아니다 새벽을 알리느라 헌신하고서도 말 못하는 목숨은 먹이로 순교했었다 벼슬 좋은 수탉이 장끼자랑 상으로 아무 작정 없이 낯가림할 식구들을 놀라게 하고 어떻게 이놈을 대해야할지 서늘한 내 가슴이 꼬기요 운다 강자에게 한없이 굽신거리다가 약자에게 무자비한 못 돼먹은 근성 때문에 살생을 불러야 한다 아, 이 놈 보다는 잡아놓은 걸로 바꾸어 달라 사정을 해서 대추와 황개 넣고 삶아 입에 넣으면 그 죄가 어디로 달아나는지 마음은 간사하고 홀가분해져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랑을 한다 더보기
만추(晩秋) 더보기
침실 불이 꺼지면 침실 불이 꺼지면 윤 제 철 아침을 열던 동쪽 산은 먼 아파트 단지 창마다 새나오는 불빛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번화하던 대낮의 도로는 이따금 질주하는 차량 전조등 반딧불이 마냥 날아든다 밤은 모든 걸 감추고 가릴 수 없는 것들만 실루엣으로 흔적만 남아 졸고 있다 침실 불이 꺼지면 나마저 그 암막에 덮여 침실은 이 세상을 떠나는 공항이 되었다 침대에서 잠이 들어야 육신은 나락처럼 깔리고 기록이 없는 시간으로 쌓일 뿐 영혼은 다른 세상을 향해 이륙한다 더보기
가을 산책길 가을 산책길 윤 제 철(시인, 문학평론가) 아침 하늘은 까불어졌던 몸을 다시 추슬러 일어나 새 옷으로 갈아입고 세성에 나서는 나를 발견하고 오늘도 승리를 다짐하게 한다. 추석연휴가 끝나고 다시 주말로 이어져 아침식사를 서둘러 먹고 인근 서울대공원을 다녀왔다. 이곳은 버릇처럼 즐기는 앞마당 같은 곳이다. 차를 타고「미술관 주차장」에 주차하고 나서「서울대공원」앞에서 호숫가로 굽어지는 길로 들어서서 벤치에 앉아 과일을 맛보고「관리사무소」앞을 지나 둑방길로 이어지는 「전망 좋은 호숫가 길 1」을 지나 다시 계단을 걸어 올라가 「전망 좋은 호숫가 길 2」로 접어들어 벤치에 앉아 과자나 음료를 마시고 「동물원 정문」앞을 지나「장미원」앞을 거쳐 다시「미술관입구」로 들어서 다시 벤치에 앉아 못다 주운 가을을 마저 줍는.. 더보기
신발과 당신 신발과 당신 나는 당신의 삶을 감싸고 내 몸이 열이 나도록 살기 편한 신발이 되어 뛰고 또 뛰었다 당신이 하자면 하자는 대로 어떤 이유도 달지 않고 어려움을 참고 견디며 가진 정성 다했건만 당신은 원하는 대로 다 하고나서 한 번도 고맙거나 미안하지 않았다 언제든 바꾸어 신으려한다 가려진 앞을 파악하지 못하고 불편한 형편에도 불구하고 쓸데없는 고집을 피워가며 수렁을 마다 않고 빠지려한다 더보기
풍경(風磬) 풍경(風磬) 바람이 흔들어 고요한 가슴끼리 부딪혀 슬프게 우는 것이냐 가고 싶은 데 가려는 헛된 생각을 하게나 하고 가려운데 긁어주기를 바라는 나약한 의타심 자극에 간지러워 웃는 것이냐 눈치나 말귀가 어두운 답답함을 풀어볼까 새벽녘 살며시 발걸음하여 들려두는 당부일까 무슨 의미인지도 모를 울림 해맑은 음성으로 찾아주는 너의 소리는 내 귀 보다 마음이 먼저 마중 나온다 더보기
황경엽 시인을 생각합니다 황경엽 시인의 블로그 사진 황경엽 시인을 생각합니다 황경엽 시인은 우리와 함께「광화문사랑방시낭송회」에 참여한 것은 2015년 6월 13일에 카페회원으로 가입한 이후부터였습니다. 부산 출생, 필명은 산지기,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시집으로는「산지기 움막에서」,「그 날의 기억이 없다」외 다수, 공저로는「바탕시 17집」,「광화문시인들 9집」이 있습니다. 황경엽 시인은 항상 얼굴에 미소를 띠고 우리를 맞아주었고 명랑쾌할한 성격으로 위트와 유모가 넘쳤고 자상하여 모임에서는 분위기 메이커였으며 궂은일을 맡아하셨던 모습이 눈앞에 선합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별명은 시낭송회 뒤풀이에서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타주던 황경엽시인을 우리는 즐겨 황 마담이라 불렀고, 정기 문학기행을 가면 주위 시인들을 .. 더보기
움막 아리랑 지금은 불 타 없어진 아리랑 움막 낙월전시관 움막 아리랑 - 공정식 시인을 추모하며 윤 제 철 정병산 자락 움막 아리랑 낙월전시관 이름 모를 들꽃에 묻혀 듣는 산새소리를 뜯어 붉은 실핏줄 원고지에 얹었다 온몸으로 울던 음성 세상의 소리로 승화시켜 보릿대 공예로 담아내며 세월의 공백을 메웠다 약속을 하지 않고 만나니 좋다고 종이컵에 나눈 소주 한 잔 비우지 못하고 아직도 남은 하고픈 말 하얀 머리칼에 앉았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