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탉
윤 제 철
닭이 슬픈 것은 오늘만이 아니다
새벽을 알리느라 헌신하고서도
말 못하는 목숨은 먹이로 순교했었다
벼슬 좋은 수탉이 장끼자랑 상으로
아무 작정 없이 낯가림할
식구들을 놀라게 하고
어떻게 이놈을 대해야할지
서늘한 내 가슴이 꼬기요 운다
강자에게 한없이 굽신거리다가
약자에게 무자비한 못 돼먹은
근성 때문에 살생을 불러야 한다
아, 이 놈 보다는 잡아놓은 걸로
바꾸어 달라 사정을 해서
대추와 황개 넣고 삶아 입에 넣으면
그 죄가 어디로 달아나는지
마음은 간사하고 홀가분해져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랑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