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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창작시

침실 불이 꺼지면

침실 불이 꺼지면

 

윤 제 철

 

아침을 열던 동쪽 산은

먼 아파트 단지 창마다 새나오는

불빛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번화하던 대낮의 도로는

이따금 질주하는 차량 전조등

반딧불이 마냥 날아든다

 

밤은 모든 걸 감추고

가릴 수 없는 것들만 실루엣으로

흔적만 남아 졸고 있다

 

침실 불이 꺼지면

나마저 그 암막에 덮여

침실은 이 세상을 떠나는 공항이 되었다

 

침대에서 잠이 들어야

육신은 나락처럼 깔리고

기록이 없는 시간으로 쌓일 뿐

영혼은 다른 세상을 향해 이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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