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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모두가 소중한 오늘이었을 텐데 이제는 남의 이야기처럼 기억조차 어려운 과거로 만들어 필요에 따라 골라놓고 흔들어 재해석하여 이용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생색을 내는 뻔뻔한 얼굴을 하니 나의 옷처럼 드나들며 살던 생각들마저 다시 한 번 찾아갈 엄두를 못낸 채 버려진 휴지처럼 나뒹굴 거야 바르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를 먼저 살던 조상들이 가슴에 담아주던 애착을 가진 귀한 행적(行跡)이었는데 더보기
김을분 시인 시집「아름다운 여백」서평 김을분 시집「아름다운 여백」서평 시인의 사랑과 향기 윤 제 철(시인, 평론가) 1.들어가는 글 평생 말을 사용하였다 하더라도 글로써 생각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수도 없이 갈고 닦아 윤이 나도록 다듬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더구나 6.25를 겪으면서 평탄치 않은 청춘시절을 가슴에 담고 굳은 의지로 꿈과 희망을 우려내면서 김을분 시인은 생애에 바치는 순에보(殉愛譜)를 담은 한 꾸러미의 시 원고를 들고 오셨다. 시집을 낸다는 것은 틈틈이 써놓은 시의 편 수 만큼의 층수를 지닌 빌딩을 짓는 것과 같은 가치를 지으려는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을 속속들이 담아 갈피갈피 담아놓은 것을 혼자만 지니고 감춰버릴 수는 없다. 글을 쓴다는 것은 누구에겐가 보여줘야 한다는 최소한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더보기
어느 시 창작 강의 시간 어느 시 창작 강의 시간 - 세종대왕 숯불갈비 보라매점에서 윤 제 철 날씨는 흐리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만나지 못 했던 문학반 회원님들을 만나기로 한 날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시 한편을 써서 강의실에서 첨삭지도를 받으시던 분들이 그 즐거움을 잃었다. 몇 달이 지나 얼굴을 잊겠다며 점심이라도 먹자고 만났다 헤어졌던 두 달 전의 섭섭함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강의를 못하고 남겨둔 자료를 다듬어 준비하였다. 보라매역으로 오후 1시쯤 나와 음식점을 찾았다. 자가격리(自家隔離)처럼 지내시다가 만나는 일은 무엇보다 반갑고 갑갑함을 해소 시켜주는 위안이었다. 누구는 무슨 일 때문에 참석을 못했고 누구는 어디가 아파 못나와 안타깝다는 안부도 들려주었다. 몇 분을 빼고는 함께 할 수 있는 자리였다.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같.. 더보기
늘 커피 같은 당신 수필 늘 커피 같은 당신 최문구(수필가) 커피를 좋아해서 아침마다 드립커피를 내려 보온병에 담아 차 앞 유리 바로 밑 잔 받침에 올려놓고 한 모금씩 삼키면서 출근한다. 온 몸에 커피가 퍼지면 몸도 맘도 상쾌하다. 늘 피곤한 몸 때문에 아침이 두렵지만, 커피 한잔은 두 눈에 총기를 더해주며 안전한 출근을 도와준다. 이 커피를 29년째 아니, 정확하게 27년째 아침마다 내게 전해주는 사람. 아내와 내가 함께 산다. 입대해서 바로 결혼한 후 군 생활 2년간은 떨어져 지내며 주말에 한번 씩 오가며 부부의 정을 쌓았지만, 늘 갈급한 맘으로 같이 먹던 음식도, 커피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그립고 아프고 서글펐던 것 같다. 군대를 제대하고 지금의 직장 생활 27년째. 아침마다 식사는 걸러도 커피는 거르는 일이 없다. .. 더보기
충무김밥 아지매 수필 충무김밥 아지매 김미옥(수필가) 시장 입구 미용실 옆에 ‘충무김밥’ 간판이 새로 달렸다. 문득 옛 친구를 만났을 때처럼 반가웠다. 내게 충무김밥은 비릿한 바다 냄새와 여객선의 기름 냄새 그리고 충무김밥 아지매들의 억척스런 삶이 함께 떠오르는 추억의 음식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여름방학이면 으레 부산으로 갔다. 화덕 앞에서 땀을 흘리며 밥하기도 쇠꼴 베기도, 엄마를 따라 김매러 가기도 싫어 방학이 시작되면 이내 언니네로 달아나곤 했다. 갈 때는 저녁 배를 타지만 돌아올 때는 언제나 아침 배를 탔다. 부산항에서 아홉 시 무렵 출항한 배가 중간지점 충무항에 닿을 때쯤 점심시간이었다. 배가 들어올 시간이면 부두에는 양동이를 인 충무김밥 아줌마들이 전투태세를 갖춘 전사처럼 대기하고 있었다. 예닐곱 명의 아줌.. 더보기
자기만의 스타일로 살아가기 수필 자기만의 스타일로 살아가기 조 태 현(수필가) 최근 싸이의 ‘오빤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가 미국의 빌보드지 메인차트인 '핫 100'에 5주 연속 2위에 올라 정상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소식이다. 또한 싸이는 다음 달 11월초 발행되는 미국의 대표적 음악전문지 ‘빌보드’의 최신호에도 말춤을 추는 표지모델과 함께 커버스토리도 실린다고 한다. 박재상이 본명인 가수 싸이는 무려 5억 명이 넘는 세계인을 말춤과 노래로 열광시키는 쾌거를 이뤄 일약 성공한 세계적인 월드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면 무엇이 그를 그렇게까지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성공으로 이끈 것일까. 사회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100명의 전문가들과 함께 공저자로 참여하여 ‘꿈과 도전’을 주제로 삼아 ‘성공하려면 비워라 즐겨라 미쳐라’라는 다.. 더보기
남편의 의자 수필 남편의 의자 서 동 애(수필가) 온라인으로 수강하는 한 매체에서 참 의미 있는 글 한 편을 읽었다. ‘남편의 의자’란 제목의 글 내용을 옮기자면 이렇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였다. 남편은 늘 귀가가 늦었으며, 어쩌다 집에 있을 때도 식탁이나 소파에 앉아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신문을 읽었다. 아이들은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공부하거나 놀 수 있었지만, 남편은 느긋하게 한자리에 앉아 있지 못하고 서성거렸다. 간혹 아이들 방을 기웃거리다 잔소리도 하고 , 별일 아닌 일에 성질을 부렸다. 그러는 남편이 너무 못마땅해서 제발 가만히 좀 있으라면서 짜증을 냈다. 아내가 그러자 아이들도 아빠에게 대꾸하고 함부로 대하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하면 남편을 바꿀 수 있을까 싶어 부탁도 하고, 잔소리했지만 아무 소용이.. 더보기
옹알이 수필 옹알이 정 영 애(수필가) 봄날, 참 눈부시다. 올해 90세 되신 친정아버지의 생신을 축하드리기 위해 친정으로 향하는 길이다. 노들강변을 지나는 차창 밖은 연둣빛 버드나무가 부드러운 바람을 타고 산들거린다. 내 마음처럼 온갖 꽃들이 깨어나 생의 환희를 합창하는 듯하다. 참 좋은 계절에 태어나 한껏 꿈을 성취하기 위해 달려오신 아버지셨다. 여유롭게 봄 향기를 즐기면서 얼마쯤 갔을까, 차들이 밀리기 시작했다. 꼼짝도 할 수 없는 차 안에서 옆을 보니, 점점 교차로 근처로 다가가는 차들 옆으로 또 끼어든다. 벌 떼들이 한 곳으로 모여들어 웅웅대 듯 길은 아예 없어져서 모두 속수무책으로 멈춰서 있어야 했다. 금새, 여유로운 마음이 사라지고 속에서 천불이 일었다. 남의 길을 막아서서 먼저 가려는 운전자들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