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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창작시

고희언덕 고희언덕 윤 제 철 어릴 때 높아만 보이던 엄숙하고 무서웠던 그 이름 이제와 보니 낮은 언덕이었네 궁금하여 올라가보고 싶어 상상 속에 많이도 그렸지만 만나보니 시간의 흐름뿐 고장 나지 않는 세상과 몸으로 잘 먹고 잘 노는 소풍준비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면서 오늘을 활짝 여는 아.. 더보기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윤 제 철 달갑지 않은 줄 알면서 혼자 갖고 있기 아까워 마음으로 집었다 놓았다 까맣게 때가 묻었다 나만 좋으면 무슨 소용 있을까 자랑이나 하는 푼수인 것을 들어주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알아듣지도 못하는 소리를 내가 갖고 있는 걸 주려고 연락이 오길 기다려.. 더보기
연(鳶) 연(鳶) 윤 제 철 연이 날린다 내 손에 잡힌 연이 높이 올라가 나를 끌어 올린다 연줄을 타고 하늘에 올라갈 때 까지 달아나지 못하도록 내가 띄워놓은 연에 매달려 꿈을 묶어 놓치지 않게 매단다 연줄을 타고 오르지만 연에 가까워질 뿐 하늘에 닿지 못한다 더보기
아침에 내리는 눈 아침에 내리는 눈 아침 하늘에 눈이 위에서 아래로 내린다 누구의 입김에 날려 갈피를 못 잡고 떨어지느냐 무슨 추억이 그리 많아 생기를 잃지 않고 춤을 추느냐 땅위에 살포시 내려서서 경쾌한 스텝을 밟는 눈이여 그 옛날 소년의 꿈을 키워 잡아주던 소녀의 뽀얀 손 같은 눈이여 더보기
가이드 가이드 가이드는 하얀 백지를 들고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그림을 그려주지는 않지만 새로운 색깔을 일깨워주는 안내자였다 피렌체의 메디치는 중세를 비추는 한줄기 빛을 더 밝고 아름답게 비추었다 새로운 빛깔을 주고 만든 것을 전시해주었다 화가, 건축가, 과학자를 일깨워 시대를 바.. 더보기
피사 두오모 성당 피사 두오모 성당 지금은 불가사의도 아닌 피사의 사탑을 아직도 스타 대접하느라 열광하는 관광객들 웅장하고 우아하게 자리 잡아 제 역할을 잘 해내고 있건만 그냥 스쳐지나가고 만 옆자리에 피사 두오모 성당에 일찍이 지동설을 주장했다가 제대로 알지 못하던 주교에게 박해를 받아.. 더보기
졸업 졸업 남보다 재미있게 놀려고 노는 걸 하나 둘 보며 처음 해보는 모든 것들을 걱정하고 두려워하며 배우려 이곳에 찾아왔다 가능하면 쉽게 알기를 바라고 남들 노는 걸 보면 좋아 보이지만 마음대로 안 돼 바꾸어도 잘 놀아지지 않았다 저마다 취미나 소질에 따라 맞는 놀이가 있는 줄 모.. 더보기
남색 나팔꽃 남색 나팔꽃 윤 제 철 지중해 바다는 나팔 소리하나로 아침을 열고 나를 부르는 섬 이 곳 저 곳에 날개를 펴고 기다렸다 어릴 적 보고 잊어버린 남색 꽃잎을 입고 카프리 섬, 어느 담벼랑에 매달려 나를 기다리는 별장지기로 피어나 그 언젠가 지냈음 직한 추억과 다시 살아보고픈 꿈 앞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