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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창작시

원두막 원두막 윤제철 남이 몰래 수박, 참외 따가는 걸 막으려고 만든 원두막 또래 끼리 놀이와 서리로 소통할 수 있어 방학이 되면 찾아 뜨거운 여름 그 안에 묻혀 있던 곳 외삼촌이 돌아가시고 그 후 외사촌이 도회지로 자리를 뜨고 찾아가봐야 흔적조차 없지만 밭있던 자리 공장터는 유일한 유.. 더보기
옥수수 껍질을 벗기며 옥수수 껍질을 벗기며 윤제철 옥수수를 사다가 식탁에 올려놓고 단단히 싸맨 껍질을 벗겨야했다 드러날 것 같지 않게 감싸고 있는 걸 한 겹씩 벗겨내어 드러난 알맹이를 수염까지 뽑아내고 마지막 남은 대공을 분질러내고서야 손 안에 쏘옥 들어왔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처음 만나 깊.. 더보기
메르스(MERS) 메르스(MERS) 윤제철 과거엔 세상에 오직 하나로만 알고 사랑에 빠져 지내다가 실연이라도 당하면 살고 싶지 않다고 하늘만 바라보았던 청춘이었지만 요즘엔 한 손 안에 정보를 쥐고 모르는 게 없이 살아서인지 마음에 들다가도 더 좋은 상대가 나타나면 두 번 생각할 것 없이 헤어지고 마.. 더보기
내나라 내나라 윤제철 전쟁으로 망가져 못 살았던 어린 시절을 원망합니다. 차츰 잘 살게 되고 남보다 앞장서나가자 당신이 자랑스러워졌습니다. 밖에 나가 누구라도 당신을 업신여기면 편을 들어 당당해졌습니다. 땀 흘려 닦아놓은 터전을 오래두고 보전해야겠습니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누가.. 더보기
금속과 자연 금속과 자연 - 이상권 개인 전시회 윤제철 태어나고 자란 터전 굵고 가느다란 테두리 안에 가족이며 고향이 피어나 텅 빈 가슴에 온기가 퍼지는 세상은 아예 언덕이나 산부터 나무, 꽃, 구름, 비에 이르기까지 모두 한 재료인 금속 단단하고 딱딱하고 차가울 텐데 손길이 닿으면 모두 한국.. 더보기
소프라노 이윤숙 독창회 소프라노 이윤숙 독창회 윤제철 노래는 가사에 의존하고 반주에 이끌려 몸의 리듬을 맡기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가수의 음성과 감정이 모든 것을 쥐고 흔들며 정신과 귀를 맑게 한다 강하고 약하게 그리고 빠르고 느리게 높고 낮은 소리의 결합은 하나의 이미지로 한 편의 시를 낭송하듯 .. 더보기
어버이날 단상 어버이날 단상 윤제철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외출을 한다 빈 남들 가슴을 보고 겸언 적어 가리고 싶다 지하철에서도 자식 없는 사람만 있는 건지 나이든 이들은 꽃을 어떻게 했을까 꽃 보다 현금이었을까 변해가는 세태에 둔감한 건지 머슥해진다 떼어서 주머니에 넣어버릴까 오늘은 5.. 더보기
국화차 국화차 윤제철 정성스런 국화꽃 가을에 향을 뽐내더니 이듬해 봄 한 컵에 세 송이 혀끝에 그윽한 맛 담는다 말랐던 지난 기억들을 뜨거운 물에 우려내 그날을 다시 사는 듯 가슴을 열어 찾는다 지나간 날들이 소중하고 길다한들 앞으로 살아갈 날밖에 관심이 없어도 잊지 않고 바라다 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