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껍질을 벗기며
윤제철
옥수수를 사다가 식탁에 올려놓고
단단히 싸맨 껍질을 벗겨야했다
드러날 것 같지 않게 감싸고 있는 걸
한 겹씩 벗겨내어 드러난 알맹이를
수염까지 뽑아내고
마지막 남은 대공을 분질러내고서야
손 안에 쏘옥 들어왔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처음 만나
깊이 감춘 상대방의 마음을
여러 번 만나 접촉하고
알아내려 찾아내고 파헤치면서
부딪혀 타협을 하며
추진해나가던 일상이나
사귀었던 사람들을 떠올렸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쉽게 풀려가는 꼴을 본 적이 없다
바늘허리에 실을 매거나
실마리도 찾지 않고 아무데나 끊어쓸 수 없었다
순리대로 따라주어야 했고
참고 견디며 단단히 싸맨 껍질을
한 겹씩 벗겨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