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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창작시

옥수수 껍질을 벗기며


옥수수 껍질을 벗기며

 

 

윤제철

 

 

옥수수를 사다가 식탁에 올려놓고

단단히 싸맨 껍질을 벗겨야했다

드러날 것 같지 않게 감싸고 있는 걸

한 겹씩 벗겨내어 드러난 알맹이를

수염까지 뽑아내고

마지막 남은 대공을 분질러내고서야

손 안에 쏘옥 들어왔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처음 만나

깊이 감춘 상대방의 마음을

여러 번 만나 접촉하고

알아내려 찾아내고 파헤치면서

부딪혀 타협을 하며

추진해나가던 일상이나

사귀었던 사람들을 떠올렸다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쉽게 풀려가는 꼴을 본 적이 없다

바늘허리에 실을 매거나

실마리도 찾지 않고 아무데나 끊어쓸 수 없었다

순리대로 따라주어야 했고

참고 견디며 단단히 싸맨 껍질을

한 겹씩 벗겨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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