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역에서
- 김정희님 고희연에 부쳐
윤제철
기쁠 때나 슬플 때를
혼자만 만나는 냥
겪어야 했던 많은 일들마저
하룻밤의 꿈처럼 묶어져
한 편의 영화 속에서
늘 주인공으로 산 기억 하나일 뿐
세월이 아무리 흘러갔어도
다시 보이지 않고
앞으로 다가올 시간만
앞에 나타나 나를 반긴다.
벌써 고희역에 오다니
고비마다 붙여진 역 이름들을 뒤로 하고
한 생애 도중에 지나가는
또 하나의 커다란 역이다.
내가 이루어 놓은 것들과
함께 만든 사람들이 모여 앉아
지나간 날들을 축하하며
다가올 날들의 축복을 비는 오늘은
여정의 안전한 주행을 준비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