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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지하철 붙박이창에 설치된 시를 보며

지하철 붙박이창에 설치된 시를 보며


 지하철은 시민들의 발 역할을 하는 공간이다. 열차를 기다리며 서있는 많은 승객들이 무료함을 달래는 방법이 없을까 생각 하던 중 안전을 위하여 난간에 설치한 붙박이창 위에 군데군데 시를 올려놓았다. 잠시라도 시심에 잠겨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필자가 제일 먼저 발견했던 걸로 기억한 것은 2호선이었던 같다. 손으로 긁어낸다든가 뗀다든가 할 수 없는 방법으로 시가 인쇄된 것처럼 깔끔하게 보였다. 그리고 좋은 시로 선정되어 잘 설치해놓았다고 여겨졌다.

 얼마 안 되어 다른 지하철 구간에 까지 범위를 넓혀 설치한 것이 눈에 띄었지만 2호선 만 못하였다. 글자를 하나하나를 오려 흰색 테이프로 붙여놓았다. 물론 정성을 다 한 노력에 감사할 따름이지만 훼손의 우려가 있었다. 제아무리 탄탄하게 설치한다 하더라도 보는 사람들이 손대지 말아야 할 것을 굳이 손을 대서 있어야 할 글자가 없어진다면 제 의미를 보여주지 못할 것이다.

 기왕에 수고 하시는 김에 훼손된 것은 수시로 발견되면 바로 보수를 하여 시민의 정신 문화공간으로 오래도록 보존시켜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 번 설치하고 훼손되든 말 든 그냥 내버려두면 눈에 띄는 순간 더 많은 부분을 훼손하는 동기유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 시를 지하철 공사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허락한 시인들이 자신의 시를 훼손된 채 나부러진 것을 발견하였을 때 차라리 철거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공공단체에서 설치한 게시물을 훼손하는 일은 엄히 다스려 경각심을 갖도록 주지시켜야 할 것이다. 문화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작은 것 하나에서부터 시작해야겠다는 자각이 이루어져야 탄탄한 토대 위에 뿌리가 내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