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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모방과 창작

모방과 창작


윤제철


 「살아있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살아 있는 것은 움직이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람은 생각하며 살기에 자존심을 갖고 있다. 나의 자존심을 위하여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서로 간에 가까이 지내는 사이에 의지하며 일상에 벌어지는 일을 같이 즐기고 슬픔을 나눈다. 때에 따라서 함께 있어주기만 하여도 좋은 사랑을 느끼고 산다.

 각자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을 한다하더라도 남이 해서 보기 좋은 것은 그대로 모방을 하여 사용한다. 몇 번 사용하다보면 자신이 쓰던 것 보다 훨씬 좋은 효과가 있을 때, 본래부터 사용하던 것처럼 느껴지고 좀 더 나은 것으로 새롭게 바꿔나가는 것을 본다. 남들이 사용하지 않는 것을 새로운 수단이나 방법으로 사용하는 물건은 발명이 되고, 말이나 글은 창작이라 할 수 있다. 결국 모방은 발명이나 창작의 모체가 된다.

 필자가 유년시절 많지 않은 아동문학 잡지를 다행히 부친께서 초등학교 교직생활을 하신 덕에 몇 권을 접할 기회를 가져 여러 번 반복해서 동시를 읽다보니 의미도 잘 모르고 외웠다. 그림일기나 학교 수업시간에 동시를 쓰게 될 때면 외웠던 것 중에서 한 개를 골라 그대로 쓸 수는 없어 조금씩 바꾸어 써내곤 했다. 다른 친구들에게 자신들은 생각지도 못하는 것을 표현했다고 칭찬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내 것이 아니었으므로 베꼈다는 오해나 받지 않았는지 겸연쩍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름대로는 내 것으로 만들고자하는 시도를 하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품을 이해해야 했는데, 결국 사물이나 동물을 사람으로 입장을 바꾸어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대화로 표현하였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리고 개나 닭 등과 같은 가축과 대화를 나누듯 상상을 해보았다.

 내가 기분이 좋을 때는 그들도 기분이 좋아보였다. 주로 대화를 나누는 경우는 내가 기분이 좋지 않을 때나 걱정거리가 생겼을 때가 많았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그들은 가축으로서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을 부럽게 표현하기도 했다. 차츰 내 이야기를 감추면서 시의 형태를 갖추었다. 남이 해놓은 이야기를 보고 모방을 했던 것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로 바꾸어 새롭게 창작이 되어가고 있었다.

 마치 피카소가 벨라스케스의 그림을 모방하여 그리다가 도저히 따라잡지 못하고 그리던 그 그림 위에 덧칠을 하여 새로운 표현 방법을 찾아냈다는 일화를 기억하게 한다. 문제는 모방을 한 작품을 자기 것으로 소화를 시켜 자신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지 여하에 따라 구분되어 진다. 기법이 같다 하더라도 표현된 내용이 다르면 모방의 선을 넘었다고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이 표현해놓은 미사여귀를 인용하여 표현해보다가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걸 깨닫는 순간 정신세계를 정립하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다. 더군다나 시는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가 아니라 주제를 감추어 이미지화해야 하는 작업을 거치기 때문에 더욱 그 시기가 오래 걸리게 된다.

 하루 이틀에 될 만큼 간단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꾸준한 노력으로 갈고 다듬어야 한다. 남의 작품을 많이 읽어두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가슴에 새겨두어야 한다. 그리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야 한다는 가르침은 모두가 창작을 위해 건너야할 강인 것이다.

   - 계간 시세계 08년 겨울호 권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