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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

詩想에 대한 小考

詩想에 대한 小考



윤제철



 흔히 일컫는 詩想이란 무엇인가? 詩想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시를 짓기 위한 착상이나 구상, 시에 나타난 사상이나 감정, 시적인 생각이나 상념을 말한다.

 시인들 마다 시를 쓰고자할 때 詩想에 대한 느낌은 모두가 다 다르지만 사물과 사건의 상태를 보고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시를 쓰는 자신이 전혀 생각을 못하고 있다가 누군가에 의해 주제가 주어졌을 때 더욱 집중된 상황으로 몰입되기도 한다.


 졸시「단추」의 경우, 멀쩡했던 단추가 떨어지면 두 쪽을 오므리지 못하고 헤벌어질 뿐만 아니라 단추 모양과 크기가 같은 것들이 달려 있다가 빈 부분이 생기면 이발 빠진 것 마냥 보기가 싫다. 떨어진 단추가 있어 다시 달면 되겠지만 언제 떨어졌는지 알 수가 없으니 대책이 없다.

 단추 하나 때문에 나머지 단추 여러 개를 떼어버리고 새 단추로 단다는 것도 그렇고, 그렇다고 옷을 그냥 버릴 수도 없으니 마음이 불편하다. 그 단추를 발견한 남들이야 아무데도 쓸데가 없지만 정말 필요한 옷은 헤벌어져 두 손으로 가리고 다닌다는 것도 어쭙잖은 일일 것이다.

 사실은 남들이 생각처럼 관심을 갖고 보는 것도 아닌데 남들이 자신만 바라보는 것만 같다. 일상에서 경험해보는 심리가 작용된 것이다.


옷고름이나 끈 대신 매달아놓은 단추는

두 폭을 오므리기 위하여 하나라도 떨어져나가면

몇 개의 모양이 모두 같아 이빨 빠진 것 마냥 흉해

찾기 전에는 헤벌어져 짝을 찾아달라며

볼썽사납게 울부짖는다.

옷 한 벌 버리자니 아깝고

짐작 가는 자리를 이 잡듯 뒤졌지만

눈에 띄지 않아 답답한 냉가슴.

단추 하나 포기하고 모두를 떼어 바꾸어 달까

이래도 저래도 마음에 차지 않아

짊어진 무거운 짐 하나.

누가 주어도 누구 것인지 알아차리지 못해

쓸모없이 버려질 한 조각이지만

가리고 싶은 속을 겉으로 드러낸 부끄러움

두 손으로 가려보아도 어쭙잖은 일이다.  

    - 졸시「단추」전문


 졸시「월급봉투」의 경우, 월급봉투를 모아서 묶어놓은 것을 서랍에서 꺼내놓은 것을 바라다  보는 순간 묻어있는 지난 생각들이 몰려들었다. 한 달을 일하고 많던 적던 봉급을 세어보고 알뜰살뜰 살아온 생활의 터전이었는데 발달된 금융의 도구들이 카드 한 장에 담아버렸다. 봉투는 필요 없고 먼저 받아두었던 봉투를 버리지 않고 모아둔 것에서 진한 향수를 느끼는 것이다.

 어디에 둘 곳도 마땅치 않고 서랍 구석에 밀쳐 너덜너덜해진 봉투는 나이 먹어 사회에서 밀리는 나이든 세대들의 모습과도 같이 멀쩡한 모습으로 남아있기만을 바라는 것이다. 용돈을 받아쓰는 어려움과 고충을 감수하는 풍토가 정착되었다. 변화되는 생활모습들을 뒤돌아보는 대상이 되는 사물들에게 고마워해야 하는지, 미안해해야 하는지 알아차리기 어렵다.


원고를 써서 건네고

편집실 아가씨와 차 한 잔 마시는 추억을

팩스가 빼앗아 가버리더니,

한 달이 지나고 반갑게 찾아오던 너마저

이제는 오지 않아도 온 것 마냥

은행통장에 담긴 한 장 카드에 밀려,

얼굴 잊은 월급봉투들이 서랍 안에 잔뜩 모여

세상을 외면하다 마주친 시선.

얼마나 일을 했는지 나의 무게를 알려주고

그 테두리 안에 울고 웃던 오랜 세월을 감싸주던 친구.

내 곁에 떨어지지 않고 지켜 서서

부끄럽지만 보람을 찾아야 했던 지난날을

새지 않게 담아두는 봉투가 되었다.

마음이 머무를 수 있는 자리 하나로

퇴색되고 너덜너덜 해진 몸뚱어리.

고장 난 구석 없는지 헤아려 보게도 되련만

그저 한 묶음으로 담긴 응어리로 감추고

온전하기만 바라며 눈길을 떼지 못한다.

    - 졸시「월급봉투」전문


 졸시「빈집」의 경우, 노인인구가 급증하는 요즘 복지문제 이전에 가정에서 모셔야할 노부모님에 대한 어려운 사연이 많다. 자식들은 모두 출가해 나가 살고 나이든 두 노인만 살다가 한 분이 몸이 시원찮으면 거동이 불편하고 거들어주는 데도 한계가 있다. 고관절 수술로 거동이 어려운 장모님을 잘못 부축하시다가 허리가 상하신 장인어른의 이야기는 안타깝기만 하다. 건강하셨는데 순간 삐끗하신 허리는 수술을 하셨지만 오히려 안하시느니 못한 상태로 걸음조차 걷지 못하시고 요양병원에 입원하시게 되었다. 얼마 안 되어 장모님마저 같은 병원에 모시게 되었다.

 병원비용은 예상 보다 엄청나서 자식들이 견디지 못하고 살던 집을 팔았다. 전세를 얻고 차액으로 병원비를 쓰다가 모자라 다시 더 싼 집으로 옮긴 곳이 덕소를 지나 좀 더 들어간 월문리 쪽에 싼 집을 얻어들어간 것이다. 필자의 모친이 6월에 세상을 뜨시고 여름휴가 예약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곳을 가보기로 했던 것이다.

 주인 없이 빈집은 잠긴 문이 굳게 닫혀있어 환기가 되지 않아 쾌쾌한 냄새가 가득하였다.  자주 들려 문을 열어놓았어야 했지만 네 자매는 모두 직장생활로 여유를 찾지 못했던 것이다. 빨리 퇴원을 바라는 부부를 모실 자식조차 없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죄를 짓는 마음으로 사흘을 묵는 동안 불편함을 적은 것이다.


바로 들어오실 줄 알고 비워둔 방에는

문을 열어 환기를 바라는 기다림으로 가득 차 있다.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존재로 사랑받던

가구에 담긴 널브러진 옷가지와

냉장고에 꺼부러진 음식물은

궁금해 뒤늦게 찾아온 주인의 자식들을 원망하고,

나무로 만든 식탁이나 의자는

지친 앙금으로 피어난 곰팡이가 얼굴을 내민다.

걸음마저 걷지 못하고 누워 지내시는 몸으로

거동은 조금 하시지만 가사를 못 챙기시는 몸으로  

퇴원을 자꾸 원하시지만 집에서 못 모시는 형편 때문에

요양병원에 계신 노부부의 모습을 떠올린다.

사람 없는 빈집은 제 구실을 잃어버리고

더위를 피해 며칠 지내려고 찾아온 시골집이건만

빙부모님이 다시는 찾아오시지 못하고 말런지

어둡게 깔리는 한숨으로 잠을 못 이루고 있다

   - 졸시「빈집」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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