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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칼럼

조수미 리사이틀 - 2

조수미 리사이틀

 

2006년 9월 27일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조수미 리사이틀에 아내와 함께 좌석을 예매하여 세상 사람들이 모두 듣기를 원하는 목소리를 들었다. 무대에 올라선지 20년을 기념하여 이루어진 전국순회공연의 마지막 날이었다. 그 귀한 음성을 듣고나서 다시 청해 듣는 순서에서는 미안하기 까지 하였다. 무리하여 목소리에 녹이 슬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였다. 조금도 아끼지 않고 우리를 위해서 들려주던 그 모습이 눈앞에 선했다. 너무 갑자기 귀의 수준을 높여 다른 노래를 들어 귀를 버릴까 봐 듣지 못하게 될 것만 같았다. 부디 건강하고 오래도록 목소리를 보존하여 보다 더 성악가로 대성하기를 빌었다.

이에 나의 소감을 시로 올려보았다.

 

 

조수미 리사이틀

 

윤제철


이 세상 사람들이 듣고 싶은 목소리로

가슴 안에서 차고나와

무대에서 3층 박스에 앉은 내 좌석까지

몇 옥타브를 올라와

공간 구석구석을 훑고 돌아 나오면

오른 손을 위로 올려

소리의 부메랑을 잡았다.

크지 않은 몸에서

세련되고 잘 다듬어진 목소리를

맑고 투명한 구슬로 노래를 굴리며

알알이 콘서트홀을 진동시켰다.

목으로 낼 수 있다면 어떤 소리라도

막힘없이 빚어내는 숙련된 마술사.

20년을 무대에서 살아온 흔적을 모아

심혈을 기우려 토해내는 영혼의 울림에

빨려드는 관중들의 환호,

막혔던 귀를 깨끗이 뚫어내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 손을 잡아끌었다.

몸에 난 털을 뽑아 천을 짰다는

어느 전설 속의 새 마냥 진을 빼내어 

다시 권하는 노래까지 아끼지 않았다.

조수미 리사이틀은

들을 줄 아는 수준이 높아져

다른 노래를 들으면 귀를 버릴까봐

하늘에서 내린 목소리를 

오래오래 간직하길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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