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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해설

김석표 시집「오늘도 내 가슴엔 그대가 핀다」서평

김석표 시집오늘도 내 가슴엔 그대가 핀다서평

 

시인의 꿈과 사랑

 

윤제철(시인, 문학평론가)

 

1.들어가는 글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고 산다. 말은 하고 나면 흔적을 남길 수가 없고 제대로 다듬거나 정리를 할 수가 없어 글로 쓴다. 그리고 한 말 중에 다하지 못한 말을 마저 더 할 수 있도록 만든다. 기쁜 일은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고 슬픈 일은 빨리 잊어버리고 싶은 욕구를 모두 해결해주는 글쓰기는 마력의 힘을 느끼게 하는 삶의 도구다.

김석표 시인은 시라는 공간 안에서 즐겨 만나는 벗이 있다. 살아 있다는 절대적인 조건 아래 꽃은 없어서는 안 되는 호흡이며 맥박이다. 또한 꽃을 위한 비와 눈이 항상 눈길을 떼지 못하고 보호하는데 온갖 정성을 다하고 있다. 시를 쓴다는 것이 무엇이기에 모든 것을 뒤로 제쳐놓고서라도 함께 해야 하는지 놀랍기만 하다. 필자는 그가 가꾼 시세계를 먼저 여행하는 행운을 얻었다. 몇 편의 시를 조명하여 독자들의 시 감상에 도움을 드리고자 한다.

 

2. 시인의 꿈과 사랑

 

시인의 꿈

 

꿈은 실현시키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이다. 김 시인의 꿈은 꽃을 피우는 것이다. 꽃을 피운다는 것은 아름답거나 성숙하여 혈기가 한창인 상태를 말한다. 꽃 중에 코스모스와 풀꽃, 그리고 접씨꽃을 슬그머니 소개하지만 그의 꽃들은 화려함만을 일삼는 그런 꽃들이 아니다. 아직도 내 가슴에는 그대가 핀다고 할 만큼 끊임없는 꿈에 도전하는 것이다.

 

살아 숨 쉬는 온갖 것들은

이미 내 곁에서 돌아서 버린 지 오래다

뼛속 깊이 파고드는 그리움은

처절히도 어둠 속에서 별빛처럼 스러져 간다

 

꽃이 피는 건

내 가슴속에서 그대가 피는 것이다

땅에 씨를 뿌린 들

꽃이 다 필까마는

내 가슴에 피는 것은 그대뿐이다

 

꿈을 꾸어야만 만나고

이름 부른다고 다 대답할리 없지만

이 세상에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하거늘

 

개망꽃 피듯

들판에 그대 얼굴이 가득하다

또다시 밀물처럼

그리움이 밀려드는 걸까?

- 꽃이 피는 건일부

 

함께 호흡하며 경쟁하고 이 세상에 숨 쉬며 존재하던 것들이 스러진다는 것은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심이 무모하다는 걸 안 까닭이다. 다만 남아있다면 내가 피우지 못하는 꽃을 누구라도 내 가슴에 피워주길 바랄 뿐이다.

그렇게 아직도 함께 하고 있는 자체를 행복으로 여기며 밀물처럼 밀려오는 그리움을 만나려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삶을 다할 때까지 피어있길 바라지 않는다. 헤어진다는 슬픔을 남겨놓고 싶지 않다. 꽃이 지기 전에 나를 향한 짐을 내려주기 위함이다.

모두가 꽃에 두는 의미를 남들과 소통하고 있는지 여부에 두고 삶의 의미를 묘사했다. 화자는 꽃이라는 매체를 빌려서 이제는 멀어진 인연일지라도 가슴에 간직하고픈 상념(想念)의 편린(片鱗)들과 살갑게 지내고 싶은 강한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오붓한 오후

햇살이 잠든 숲에선

바스락바스락 갈잎을 밟는

작은 몸짓의 이름 모를 꽃이 핀다

 

꽃잎이 참으로 아름답다

어찌 저리도 파랄 수 있을까?

작은 돌을 던지면 퐁당 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너를 보고 있노라면

속세의 아픔들은 모두 잊히고

너무도 맑은 눈을 가진

아름다운 소녀가 떠오른다

 

천사가 있다면

나는 너를 천사라 부르리

 

첫사랑이 아름답게 기억되는 것처럼

너와의 추억조차도

내게는 아름다운 전설이 되고 싶다

-풀꽃 너를 만나다전문

 

풀은 줄기가 연하고 물기가 많으며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은 뒤에 전체가 말라 죽거나 땅위줄기만 말라 죽는 식물을 말한다. 햇살이 잠든 숲에서 작은 몸짓의 파란 풀꽃이 핀다. 작은 돌을 던지면 퐁당 소리가 들릴 것 같고 천사만큼 아름다운 소녀가 떠오른다. 어디에서도 만나지 못한 너를 기억하고 싶다.

풀꽃이 모양이나 색깔이 마음에 들어 만족스럽고 좋았다. 강하지 않고 연하고 약하여 내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받아줄 것만 같은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오래전부터 전하여 내려오는 말이나 이야기처럼 가슴을 울린다. 그저 꿈이 아니길 바랄뿐 풀꽃으로 피어 만나준 네가 반갑기만 하다. 풀꽃을 등장시켜 그녀로 하여금 화자의 내면의 의식을 잔잔하게 묘사해나가 독자들은 모두 화자가 되었다.

 

그리움이어서 마냥 네가 좋다

살포시 가슴에 기대어 수줍은 듯

미소 짓는 꽃잎이어서 좋다

 

세상 슬픔은 다 안고 사는 것 같아

때론 안쓰러울 때도 있으나

안쓰러운 모습까지도 너무 좋다

 

추적추적 하염없이 비가 내리는 날

말없이 그 비를 다 맞으면서도

투정하나 없는 네가 마냥 좋다

 

너를 보고 있으면

어느덧 두 눈에 눈물이 고이는데

고이는 것은 슬픔이 아니라

그리움이어서 나는 네가 좋다

-접시꽃 · 2전문

 

줄기나 잎에 비해 꽃이 아주 크고 미소 짓는 모습이 아름답다. 곁에 두고 싶어 하지만 그럴 수 없어서 흰색과 분홍색, 붉은색 등 애타는 그리움이 배어 있는 꽃으로 안쓰러운 모습이다. 정원의 경계부분이나 토담 밑, 바닥이 흙인 시골 길가 등에서 투정 하나 없이 잘 어울려 평안하다. 한 두 송이 피우고 마는 꽃도 아니고 아래에서부터 위로 곧추서며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열정을 보여주는 순박한 꽃이다.

봄이나 여름에 씨앗을 심으면 그해에는 잎만 무성하게 영양번식을 하고 이듬해 줄기를 키우면서 꽃을 핀다. 언제 보아도 싫은 변함없는 얼굴로 다소곳하고 어떠한 경우라도 참고 견뎌내며 온갖 애증을 다 담아내는 접시다. 화자는 하고 싶은 말을 붓으로 수채화를 정성껏 그려 독자들에게 접시꽃 이미지를 피워주게 하고 있다.

 

하늘거리는 선녀의 몸짓이다

가을 길목 어디에든 흐드러지게 피어나

푸른 하늘을 이고 선 너는

애 띠고 가녀린 열여섯 소녀이다

 

가을 내음이 흠뻑 베어서

너를 보면 그리운 이가 떠오르는데

아마도 너는 전생의 나의 연인이었을까

 

가을 길을 걷다 보면

작고 앙증맞은 손으로 인사를 하는데

내 가슴이 왜 이리도 설레는지

짧은 입맞춤으로 네게 답을 했지만

못내 아쉬움으로 밤새워 뒤척일 것만 같다

-코스모스전문

 

가을바람이 불면 누가 누르지도 않았는데 애 띠고 가녀린 두 팔로 하늘거린다. 얼핏 보아도 가까이 지내던 사람과 닮아 기억의 갈피를 열어젖혀 놀란 가슴을 가누지 못한다. 선녀의 몸짓으로 가녀린 소녀가 된다. 전생의 인연이었을까 이다지도 설레느냐. 눈앞을 흔들어대는 너의 손짓인사로 밤새 잠을 못 이루겠다. 코스모스 피어있는 그 곳을 빤히 바라다본다. 가을바람이라는 어떤 대상의 힘에 영향을 받아 흔들려야만 한 코스모스의 움직임이 낯익다. 그 기억의 흔적 하나하나를 추적해내는 화자의 감각은 정해진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고 상상의 날개를 펼쳐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가 된다. 그리고 코스모스를 매체로 삼아 말을 시켜 이미지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한다. 사물을 관찰하는 일이 습관처럼 몸에 배어 예민해진 감각은 얼핏 스쳐지나가는 것에 까지 시상을 유추해내고 있다.

 

시인의 사랑

 

사랑은 여러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자신 보다 다른 사람을 아끼고 위하며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지닌다고 봐야한다. 살아있다는 증거이며 삶의 목적이며 동시에 이유라고 믿고 있다. 일상의 모든 사물이나 사람들을 자신을 아끼듯 바라보는 마음으로 아픔을 도려내어 치유하는 방법으로 지니고 산다. 보이는 것에서만 사랑을 찾으려 하지 말고 보이지 않는 것에 머물고 있는 사랑을 스쳐 지나치지 말라한다.

 

살아있는 날에

뜨거운 가슴 한번 태워보자

용암처럼 끓어오르는 환희와

어둠을 밝히는 간절한 기도

 

살아있는 날에

살아 숨 쉬는 날에

사랑한 번 가슴에 품어보자

 

절절히 마다하지 않고

눈빛으로, 하늘빛으로 온 누리를

감싸 안은 사랑을

끊임없이 잇고 이어서

푸른 하늘까지 닿아보자

 

살아있는 날에

너와의 만남이 영원할 수 있다면

뜨거운 사랑 한 번쯤 태워서라도

가슴에 품어도 좋으리라

- 살아있는 날에전문

 

지금까지 살아온 날에 해놓은 일들에 대한 결실이 마음에 차지 않는다. 단 한번만이라도 모든 열정을 다 받혀 마음껏 누리고 싶은 것이다. 해보지도 않고 후회하느니 최선을 다하고 미련 없는 삶을 살았노라 말하고 싶다. 사랑이란 다른 사람을 애틋하게 그리워하고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반드시 어떤 사람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이 세상에 살아있어 하고 싶은 일을 하고자 하는 열정 또한 사랑이다.

천 년 만 년을 살 것 마냥 흥청망청 소모하던 세월을 쓰다가 보니 얼마 안남은 삶의 길이 아쉽고 아깝기만 하다. 가치 있게 쓰고 싶은 심경의 변화가 일고 있다. 살아있다는 전제하에 한 번의 기회가 다시 주어진다면 못 다한 사랑을 다하고자 한다. 철들자 이별이라더니 뒤늦게 세상이 뭐라는 걸 알고 나서 해놓은 건 없고 후회하며 다짐하는 이미지가 선명하다.

 

천사의 목소리인 양

너는 내 가슴 속으로 스민다

 

작은 물방울 하나하나가

황무지에 무한한 생명의 기를 불어넣듯이

세상은 온통 푸르름과

환희의 기쁨으로 너무도 찬란하다

 

누구의 간절한 기도의 발원이었던가

하염없이 분출되는 알 수 없는 이 느낌

 

예닐곱 아이의 청초한 눈빛처럼

너무도 맑아서 거룩하다

-봄비전문

 

봄비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잠식시키고 천사처럼 다가와 속삭였다. 한마디 마다 긴 겨울 동안 메말랐던 갈증을 해소하고 푸르름과 환희의 기쁨으로 들렸다. 누가 빌었기에 끝없이 분출되는 이 느낌은 너무나 맑고 거룩하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낭비가 되는 행위 모두를 막으면서 쥐 잡듯 조였던 단속을 풀어주는 순간이다. 내면에 감추고 비밀리에 다시 시작하는 출발을 위하여 분주하게 쌓아둔 힘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여기저기에서 물 마시는 화답의 소리가 활발하고 힘차다.

봄비는 미적거리고 망설이는 어떤 존재에 대한 독촉이나 활력을 불어넣는 원동력이다. 한 해의 출발에 시동을 걸어 끝까지 쉬지 않고 완주할 수 있도록 밀어주는 응원이다. 어쩌면 현실을 도피한 현대인에게 봄이 왔음을 알리는 전령사의 역할인지도 모른다.

 

희미해진 기억의 끈을 놓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영글지 못하고 가슴 언저리를 누르고 있는

사랑이란 생채기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목의 끝가지에

애처롭게 흔들리는 잎새만이

빈 들녘을 채우고 있다

 

어스름 달빛이 처진 어깨 위에 내리면

비로소 삼십 촉 전구가 켜지고

올망졸망 밥상으로 모여들던

허기진 영혼들

 

지그시 눈 감으면 어김없이 찾아드는

빛바랜 그리움의 알갱이들

또르르 또르르 깊어가는

겨울밤을 깨우고 있다

-눈 내리는 밤전문

 

소리 없이 내리는 눈은 어수선한 마음을 소복소복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사랑의 생채기는 기억의 끈을 놓거나 가슴 언저리를 누르고 있다. 나목의 끝가지에 잎 새만이 채우는 들녘, 삼십 촉 전구가 켜지고 밥상으로 모여들던 허기진 영혼들, 빛바랜 그리움의 알갱이 깊어가는 겨울밤을 깨운다.

눈은 세상의 창으로 보이는 온갖 그늘과 어둠을 가려 닫아주는 커튼이다. 보이지 않는 동안 떠올리거나 안타까워할 그리움에 대하여 무대 위에 발레리나처럼 들려주고 싶은 말을 몸동작으로 보여준다. 눈 내리는 하늘에서 소리 없는 아우성이 들린다. 수없이 떨어지는 알갱이들이 가슴에 박히는 그리움을 맞는다. 비를 맞는 것 마냥 건조한 겨울밤을 촉촉이 적셔주고 있는 것이다.

 

비처럼 내 가슴에 스미어

한참 동안 머물다 가신 임이여

오늘처럼 아무런 약속도 없는 쓸쓸한 저녁이면

괜스레 애꿎은 나 자신을 학대하곤 합니다

 

여린 마음으로 우산에 몸을 가린 채

당신 집 앞을 서성이다가

되돌아오던 지난날이

왜 그리도 선한지요

 

그립단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너무도 오랜 시간이 흘러

나를 기억이나 하겠습니까

그저 안녕하신지

안부나 묻고 싶을 뿐입니다

 

언젠가 우리 서로

낯선 길에서 마주치더라도

그냥 스쳐 지나가십시오

어떻게 지냈느냐고

가벼운 인사 한마디쯤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세상에서 당신과 나의 인연은

그것으로 충분하니까 말입니다

 

부디 늘 평안하소서

-비 오는 날에 쓰는 편지전문

 

비오는 날에 화자는 한참을 함께 지냈던 임에게 약속도 없으면서 만나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대한 잘못이 자신에게 있음을 자책하고 있다. 지난날 당신집 앞을 서성이다가 되돌아오던 기억이 떠올라 안부를 묻고 싶지만 낯선 길에서 만나면 그냥 지나쳐달라 편지를 쓴다.

생각나는 일이 잘 해준 것 보다는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뿐이다. 아무리 반성을 해봐도 소용이 없다. 다시 지낼 수 있는 기회조차 얻을 수 없는 현실이 너무 원망스럽기만 하다. 냉정을 기하면서도 못 다한 사랑을 조금이라도 표현해보는 것이 자신을 위한 일이다.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 연락이 두절되었다고 믿고 싶다. 상상 속에 머물고 있는 존재이지만 비가 올 때마다 그나마 마음을 담아 보낼 수 있다고 여길 수 있어 행복하다. 그리고 마음속에라도 남아 있어 고맙기 그지없는 것이다.

 

다시는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에 남겨진 건

아무도 모를 나만의 슬픔

온갖 다정한 말로 나를 위로하려 하지 마라

 

이미 영혼과 육신은

시린 비췻빛 하늘 아래 주검 되어 떠다니거늘

아침 안개에 한낱 초라한 태양이거늘

 

, 매일 매일을 죽은 것처럼 산다

죽어서 영원토록 당신 곁에서 산다

온종일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순 없지만

그대만 행복하면 그뿐이다

 

하늘을 바라보면 괜스레 눈물이 날까 봐

가슴에 하늘을 안고 산다

살아서 움직일 수 있는 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그대 곁에 머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 매일 매일을 그대에게

기억되기 위해서 산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전문

 

이유 없는 일은 하나도 없다. 내가 살아가는 데도 이유가 있다. 초라한 존재라 해도 나를 불쌍하게 보지마라. 그대만 행복하면 그뿐 그대에게 보이지 않아도 기억되기만 하면 된다. 화자의 내면의식 안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함께 살아도 상대방의 건강을 알지 못한다. 자신이 가장 잘 알 수밖에 없다. 겉으로는 웃고 살아도 속사정을 모른다. 상대방이 걱정할까봐 감추기도 하지만 자신의 목적을 위하여 거짓으로 감출 수도 있다. 말을 하지 않으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화자는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현실을 감추고 싶다. 혼자서는 견디기 어려운 어려움을 견디며 그저 독백으로 자신에게 쏟아놓고 싶다. 마음의 위안을 삼으려 내걸고 싶은 이유 하나는 곁에 있는 것만으로 허전함을 메워주려는 간절함뿐이다.

 

3.나오는 글

 

시인은 생활인들 틈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소재로 시를 만들어내는 일을 한다. 남들이 이미 이야기한 내용과는 다른 가장 자신다운 이미지를 표현한다. 김 시인은 꽃이며 눈과 비를 바라보지만 모습 그대로만 여기지 않는다. 사물을 바라보다 닮은 모습과 움직임을 보거나 닮은 소리를 들으면서 비유를 통하여 마치 사람인 듯 말을 주고받는다.

김석표 시인의 시를 읽다보면 화자가 하고 싶은 말을 관찰한 사물에 대한 구성이나 역할을 사람들의 일상생활의 모습과 나란히 병립(竝立)시켜 대입(代入)하면서 매체가 대신 이야기하도록 만든 시들은 단순히 드러난 의미로만 표현하지 않았다. 시는 본질적으로 수학과 달라 답이 하나로 정해지지 않고 모호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영문을 번역할 때처럼 직역 보다는 의역을 통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상상을 유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주제로 불투명한 현실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하지도 못하는 현대인들의 내면의식의 흐름을 넓은 시야와 깊은 사고력을 동원하여 풍부한 어휘력과 탁월한 시어를 선택하여 결합한 시의 형상화는 중심내용을 뚜렷한 이미지로 승화되거나 화자의 감정이나 시의 분위기, 정서 등을 드러내는데 성공하고 있다.

갈고 닦은 많은 시편들을 한 권으로 묶은 시집오늘도 내 가슴엔 그대가 핀다를 발간하심에 축하드리며 꾸준한 노력으로 더욱더 새롭게 변환하는 계기가 되고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받는 시집이 되길 바란다.

2021.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