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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해설

장은숙 시집「삶의 한가운데서」서평

장은숙 시집삶의 한가운데서서평

 

시인의 사랑과 사유(思惟)

 

윤제철(시인, 문학평론가)

 

1.들어가는 글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달리 생각을 하고 남에게 말로 표현하며 소통하며 살고 있다. 생각을 말하는 대로 글로 쓰면서 각자 나름대로 개성을 드러내 자신만의 목소리로 글을 쓰려했다. 일기를 썼고 편지를 썼지만 이제는 그러한 형태의 글을 너무나 쉽게 해결할 수 있게 되었고 남길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일기나 편지 말고 다른 형태의 글로 표현하고 싶은 생각들이 많아졌다. 소년 소녀 시절부터 살아오면서 경험하고 겪어야했던 추억 중에 기쁨이나 슬픔을 보존하거나 떨치고 홀가분해지고 싶은 욕망은 가슴을 벅차게 하였다.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세상 사람들에게 털어놓으리라 벼르게 되었다. 무엇을 써야할 것인가를 고민해야했고 어떻게 써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에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바로 표현 욕구를 충족시키겠다는 일념으로 길을 찾았다. 먼저 글을 쓰는 일에 눈이 트인 문인의 가이드를 받으면서 처음 가는 길을 따라 다녀야 했다. 그리고 혼자 찾아보는 길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나의 길을 만들어야 했다. 그 것은 자신의 정신영역을 확보하는 출발이었고 결국 자신의 영토를 점령하였다.

장은숙 시인은 이제 독립을 선언 하려한다. 품에 안고 보듬었던 시편들을 세상에 조심스럽게 시집으로 묶어 내놓으려 한다. 두 손으로 따뜻한 원고를 기쁜 마음으로 소중하게 받았다. 그리고 필자는 장시인의 시세계를 누구보다 먼저 두루 살펴 볼 수 있어 행복하였다.

2.시인의 사랑과 사유(思惟)

 

사랑

 

독실한 신앙을 멘토로 실천한 사랑과 봉사를 통하여 살아온 삶 중에 많은 시간을 배려한 사랑은 경험과 추억 속에서 비롯되어 가슴에 감추었다.

걸림돌과 디딤돌에서 자신을 디딤돌로 쓰여지기를 갈망하는 절규가 담겼고,울타리에서는 삶의 울타리는 고무줄처럼 신축성 있고 유연해야 함을 고했다.장독대에서는 우리의 생활양식은 변화를 거듭하면서 냉정하게 통념이 사라짐을 아쉬워하고,첫눈 내리는 날은 회색빛 하늘처럼 푹 가라앉은 서로의 마음을 감싸주려 내린다고 했다.

 

살다보면 겪게 되는 수많은 일들

한세상 살다가긴 마찬가지인데

좋은 일 앞장서진 못하더라도

 

누구에게든 방해가 되는

걸림돌은 되지 말아야지

 

나를 디딤돌로 딛고

성공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 또한 얼마나 기쁜 일인가?

 

한 알의 밀알처럼 썩어

누군가 도울 수만 있다면

세상에 밑거름이 되고 싶다

-걸림돌과 디딤돌전문

 

이 세상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쓰임새가 다르다. 꼭 있어야할 사람이 있는가하면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도 있다. 모두가 자신을 평가할 때는 스스로를 걸림돌이 되는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으려하고 디딤돌이 되는 사람들도 스스로 인정하기 부끄러워한다.

걸림돌이 되는 경우 뉘우치거나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남을 끌어내려 자신을 위하여 방해를 하려 한다. 자신을 디딤돌로 모두를 위해 쓰여지기 보다는 자기만을 위한 이기적인 사고방식에 애착을 가진다. 양보나 봉사에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야말로 숲을 못보고 나무만 보는 가치관의 차이다. 숲을 보는 사람은 도울 수 있는 걸 보람으로 여기고 자신을 제 3자 입장에서 바라다보는 여유를 가진다. 나무를 보는 사람은 자기 자신 외에 남을 바라볼 여유가 없다.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존재한다.

 

때론 성격 차이로 대립하고

팽팽한 줄다리기로 맞서지만

뒤돌아서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항상 버팀목이 되어주는 울타리

 

좋은 인연 나쁜 인연해도

있을 때가 좋은 거 같다

어쨌든 없는 것 보다는

있는 게 나은 울타리

 

집안의 화목도 이룰 수 있는

그 울타리는 누가 쳐주나?

-울타리전문

 

담 대신에 풀이나 나무 따위를 얽어서 집 따위를 둘러막거나 경계를 가르는 물건이 울타리다. 그러나 시에서는 가족을 보호하고 행복을 꾸려주는 보루로 비유하고 있다. 그 역할을 맡은 사람을 울타리로 은유하고 있다. 성격차로 맞선다 하더라도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본연의 임무에 차질을 빗지 않는 울타리로 믿고 있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게 은은하게 사랑을 주었다지만 이제는 눈에 보여야만 인정하는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그에 걸맞는 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양성평등이라는 슬로건 아래 손을 잡고 뜻을 모우지 않으면 화목은 유지되기 어렵다. 집 안에 지니고 사는 어떤 것이라도 달아나지 않도록 막아주는 울타리는 시멘트콘크리트로 쌓은 담이 아니라 고무줄처럼 신축성 있게 유연해야 한다. 고무줄은 강철도 이겨내지 못하는 뛰어난 전략가다.

 

예부터 대를 이어 온 항아리가

내노라 뽐내는 장독대 오가며

일 년 농사로 저마다 맛낸 먹거리 자랑하던

항아리가 즐비하던 곳

 

추우나 더우나 반짝반짝 광내던

부지런한 우리 어머님들

해가 잘 드는 곳에 두어야 하고

손맛 따라 장맛도 달라지니

크기 따라 쓰이는 용도도 달라

커지는 장독대 크기

 

매일 아침 광내게 닦으며

힘들다 투덜대던 날이

추억이 된지 오래

항아리가 많아야 부자소리 듣던

시절은 온데간데없는 지금

 

세상 좋아져 살만해도

어머니 손맛도 함께 사라지니 아쉽네

이젠 인테리어로 남은 항아리들

그 속엔 어머님 모습도 보이네

-장독대전문

 

장독대는 장독 따위를 놓아두려고 만든 약간 높직한 곳이다. 간장이나 된장을 담그거나 담아 두는 장독을 정갈하게 정성을 다하여 보물처럼 여겼다. 장독대를 보고 그 집의 모든 것을 가늠하는 척도 역할을 할 만큼 귀했으나 음식을 집에서 해먹다가 시장에서 사먹게 되고 이미 가공되어 있어서 즉석에서 완성되는 인스턴트가 나오면서 가치가 떨어졌다.

문명의 이기는 잔손가는 걸 성가 싫어하고 어머니 손맛을 잊고 사는데 익숙해졌다. 이사를 가는 날 거치적거리는 존재로 전락하고 숨어 있는 추억속의 살았던 삶의 모습을 지웠다. 아직도 나이든 세대에선 인테리어로 남은 항아리에 어머니가 그립다. 그러나 그 조차도 언제까지나 부지할까, 우리의 행동양식은 변화를 거듭하면서 냉정하게 통념을 빼앗았다. 장독대를 매체로 응시한 화자의 예민한 감각은 실타래를 풀어내듯 추억을 불러내고 있다.

 

첫눈 내리면 만나자고 약속하지만

과연 누굴 위해 내리나?

아이들 놀이터 하라고 쌓이나?

 

내 마음 엿보고 달래주려 내리나?

속 모르는 강아지 좋아라 날뛰고

창문 넘어 눈꽃은 나오라 부르네

 

첫눈은 회색빛 하늘처럼 푹 가라앉은

서로의 아픈 마음 포근한 마음으로

감싸주려 내리는 걸 거야

-첫눈 내리는 날전문

 

첫눈이 내리는 날 만나자고 하는 약속은 애매한 약속이다. 겨울에 접어들어 처음 오는 눈이 언제 올지도 모르고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적게 내릴 수도 있어 보지 못하면 헛일이기 때문이다. 화자의 마음과는 어떤 관계도 없이 내리는 눈은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다.

눈이 세상 위에 쌓이면 더러운 부분까지도 가려주는 역할을 하고 앙상한 가지를 이불처럼 감싸주었다. 이제는 공기 중에 먼지나 오염으로 눈은 더 이상 하얀 눈이 아니다. 눈이 녹으면 진흙투성이가 되는 눈 맞은 옷이나 승용차를 보면 반갑지 않다.

그래도 눈은 우리들에게 추억을 불러들인다. 화자의 마음을 엿보고 달래주려고 창문 넘어 눈꽃이 나오라 부를 때, 회색빛 하늘처럼 푹 가라앉은 서로의 마음을 감싸주려 내린다고 했다. 단순한 하나의 생각을 하게 만든 원인까지도 찾아내는 상상력은 예사롭지 않다.

 

사유(思惟)

 

사유는 자연과 인과관계에서 체득한 것을 머리에서 결합한 것이다. 시인은 자신이 의도한 일들의 결과와 납득하기 어려우리만큼 상이한 반응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보여준다.

온도 차이에서 불편하지 않으려면 서로 맞추어가는 것이 가장 적절한 처방이며,은하수에서 슬픔과 괴로움을 이겨내려고 매달리거나 꿈을 이루어달라던 별은 보이지 않는다.

이슬에서 투명한 방울방울에 담은 영롱한 소리를 손녀에게 들려주려하고거미줄에서 는 상부상조하는 인연을 끊임없이 받아들여야할 조건을 충족해야한다.봄이 오는 소리에서 소리는 마음의 열림으로 들판의 봄나물들이 땅을 뚫고 나오는 소리조차도 들어야한다.

 

긍정과 부정 온정과 냉정

사랑과 무관심

사이사이 쌓여 가는 감정들

 

그 모든 말에는

온도 차이가 있다

 

미움도 이해하다 보면 사랑으로

사랑은 또 권태로 변한다

 

차가 심할수록 마음은 불편하다

항상 적당한 조절이 필요하다

-온도 차이전문

 

온도는 차가움과 뜨거움의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다. 서로 정반대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면 그 온도차는 가장 크게 나는 경우에 해당된다. 그러한 상태에서 감정은 심화되어 대립되고 조금만 건드려도 곧 폭발할 것 같은 몹시 위험한 일촉측발의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는 말 그대로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같은 내용을 가지고도 견해나 느낌의 차이를 말하기도 한다. 그 차이는 사람의 성격이나 민감한 감각의 차이에서 생기기도 한다. 같은 말을 해도 얼굴 표정이나 억양에 따라 받아들이는 상대는 반응의 차이를 보여준다.

온도차이가 나지 않도록 적당한 조절을 통하여 불편하지 않은 마음을 간직하기를 바라지만, 어떤 상황이든 느끼는 대로 반응을 보이고 그 것을 행동으로 과격한 온도 차이를 보여준다면 갈등은 격화되고 숨이 막힐 것이다. 서로 맞추어간다는 말이 가장 적절한 처방이다.

 

은하수 건너 또 다른 세상엔

누가 살고 있을까? 그땐 생각도 많았지

별이 총총하던 어린 시절

별빛이 흐르던 별 마당에 누워보던 하늘

백마 탄 동화 속 왕자도 그 속에 있을 거 같아

발 크기도 내려다보고 신데렐라가 되고 싶었다

 

탁해진 공기 어린애들 꿈마저 빼앗아간

서울하늘 쳐다보며 그땐 그랬지 하며

그 시절 그리워하여도 보이지 않는 은하수

떠나고 안 계신 울 부모 계신 곳

저편 어디메쯤 인지?

 

창밖으로 보이는 잿빛 하늘엔

원망스럽게도 별 하나 찾을 수 없네

우리가 잘못했다고 말해야하나?

어느 날 갑자기

시골로 데려가 보여줘야 하나?

-은하수전문

 

은하수는 천구상에 남북으로 길게 보이는 수억 개의 항성 무리를 강물에 비유하여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대기오염으로 몸살을 앓기 이전 밤하늘에 촘촘히 떠있는 별이 눈에 빤히 보이던 그 시절 많은 꿈을 안겨주었다. 슬픔과 괴로움을 이겨내려고 매달리기도 하고 마음에 먹고 있는 꿈을 이루어달라고 빌던 그 대상은 이제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그저 떠나고 안 계신 울 부모 계신 곳 일뿐 어림짐작으로 그땐 그랬지 하며 어쩌지 못한다. 시골에라도 데려가 보여줘야 할 판이다. 마음속에 띄워 그려보는 그림으로 보여줄 수도 없다. 요즘은 자신이 하는 일에 크게 성공한 사람들이 별 대신 스타로 뜬다. 그 스타를 보며 목표로 삼고 노력의 대상으로 삼는다. 은하수의 별과 현실의 스타가 똑 같은 별인데 그들도 수명이 있는지 영원하지 않은 채 사라졌다 다시 새로 뜨고 수시로 변하고 있다.

 

진주처럼 영롱한 구슬이

새벽에 바라본 풀잎에

매달려 나를 유혹한다

 

물방울이 방울방울

금방이라도 떼구루루 흘러내릴 듯한

옥구슬도 되고 금 구슬도 되어

시도 되고 노래가 되어 퍼진다

 

목걸이로 만든

투명한 진주 이슬방울

예쁜 우리 손녀 목에

걸어주면 어떨까?

-이슬전문

 

이슬은 맑은 날 밤, 낮에 데워진 지표면이 밤에는 차가워지기 때문에 풀잎·나뭇잎·꽃잎 등은 밤에 공기보다 이슬점 이하로 냉각되어 물체 표면에 맺힌다. 날이 밝아지면 빛의 굴절에 의해 영롱한 구슬처럼 빛난다. 그 모습은 떼구루루 굴러 보석이 된다.

옥 구술도 되고 금 구술도 된다. 어디 그뿐이랴, 느끼기에 따라 시를 쓸 수 있는 소재가 되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작사가 되기도 한다. 이슬은 그만큼 신비스런 아름다움을 지니는 물방울이며 마음을 울려주는 목소리를 지녔다.

구술은 어느 누군들 갖고 싶지 않겠는가, 투명한 방울방울이 모두가 진주이니 목걸이로 엮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아침을 여는 이슬의 소리가 은은한 삶의 소리로 귀에 들린다. 화자는 맑은 영혼으로 마음에 담은 소리를 손녀에게 들려주려는 것이다.

 

한동안 막아놓은 보라매 뒷산 자락

거미줄이 이곳저곳 집을 지었네

호랑이 없는 굴엔 토끼가 왕이듯

올여름 모기나 날 파리는

거미들이 다 해결해주겠구나

 

오랜만에 오른 뒷산 길엔

산새 소리가 나를 반겨주네

한 가지 나쁘면 좋은 면도 있다고

소곤소곤 대화하는 사람들 틈

 

찌륵 찌르르

초록색 옷 갈아입고

초여름을 알리려는 듯

한들한들 춤추며 앞장서네

 

없애버린다는 안내 표지판

목에건 굴참나무가 안쓰러워

해결 못해주는 나 자신이 미워

거미줄에 옥죄이는 마음으로

한참을 눈길만 주다 돌아왔네

-거미줄전문

 

왕래가 끊어진 보라매 뒷산 자락에 거미줄을 쳐놓아 모기나 날파리를 해결해주길 바라지만, 초여름을 알리느라 옷 갈아입고 나서는 신록에서 굴참나무에 건 없애버린다는 안내를 보고 해결 못한 채 눈길만 주다 돌아온 화자는 미안함뿐이다.

이유가 있겠지만 함께 하지 못함이 안타깝고 화자는 마음이 아프다. 거미줄에 옥죄이는 압박감을 갖게 한다. 거미줄에 도움을 받는 것에 비하면 화자 자신이 거미줄에 매여서 당하는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안팎에 걸친 이미지의 반전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뒷산은 현실의 각박한 상황을 피하거나 숨겨주는 도피처다. 사람이 잘 보호해야할 소중한 자연이다. 서로 간에 주고받는 상관성에 주목해야 한다. 서로는 이순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부상조하는 인연을 끊임없이 받아들여야할 조건을 충족해야한다.

 

매섭게 부는 칼바람 속

외투 깃 세운 사람들

누구보다 먼저 타들어 가는 열정

내 보이고 싶어 나온 붉은 설중매

 

벌써 입춘이라는데 눈이 펑펑 내리니

아직도 봄은 오기 싫은가 보다

 

뚝 둑 뚜욱뚝 쏙

처마 밑 고드름 녹아내리는 소리

타닥 타닥 토옥 톡

바싹 마른 가지 위 움트는 봉오리

조올졸 졸 졸 졸

얼음장 밑 녹아내리는 물소리

쏘옥 쏘옥 쏙 쏙

귀 기울여야 알 수 있는 소리들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건 아닌 듯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이른 봄

무심코 지나치는 사람들 틈

까치들이 먼저 즐기고 있구나

 

군데군데 솟아오르는 파란 새싹

짓밟혀도 결코 죽지 않는 잡초들

강인한 생명력 본받고 싶다

-봄이 오는 소리전문

 

매섭게 부는 칼바람 속 앙상한 가지로 죽은 듯 움츠리고 섰던 나무들이 봄이면 다시 새롭게 삶을 이야기하려 열정을 내보이며 나온다. 붉은 설중매, 처마 밑 고드름, 움트는 봉오리, 녹아내라는 물소리 등 누구나 느끼는 건 아니지만 귀 기우려 봄이 오는 소리를 듣고 있다.

사물이나 사건에 대한 관찰은 항상 시도된다고 할 수는 없다. 상태나 움직임, 그리고 소리를 듣고 유사한 성질이나 비롯되는 느낌으로 감각을 자극하여 만나는 시상을 맛본다. 시간대로 날씨대로 상황대로 감정의 변화는 반복의 연속선상에서 어쩌다 귀띔을 해주는 것이다.

봄이 오는 소리는 청각을 통한 것이 아니라 마음의 열림으로 들린다. 봄이 오는 것을 재촉하는 봄비 내리는 소리도 그렇다. 들리지 않는 들판의 봄나물들이 땅을 뚫고 나오는 소리조차도 인정해야하는 것이다. 밟아도 죽지 않는 잡초나 파란 새싹으로 봄은 오는 것이다.

 

3.나가는 글

 

시인은 일상의 사물과 사건 그리고 사람들과 만남을 통하여 삶을 영위한다. 그 만남 중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대상을 관찰하여 사랑과 사유의 공간을 폭넓게 확보할 수 있다. 남들 보다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진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시간을 만들어 느끼고 생각하는 일상을 소유하여 또 다른 정신영역을 만들며 사는 사람들이다.

시상은 시인이 찾아 나서기 보다는 일상으로 다가온 느낌을 통해서 만난다. 시상은 하나의 소재로 생각을 하게 하는 단초(端初)가 된다. 어떤 경우라도 앞서가는 의식을 제시하여 지금까지 지녔던 사고방식에서 새롭게 일깨워주는 선구자 같은 역할을 하며 살아왔다.

장은숙 시인의 작품을 읽다 보면 크게 두 가지 부분으로 나누어 논할 수 있다. 시인이 만난 사랑과 사유(思惟)로 구분하여 공감하고 감동을 얻을 수 있다. 사랑은 경험과 추억 속에서 사유는 자연과 인과관계에서 체득한 것이다. 사랑은 자신이 받는 것 보다는 남을 배려하고 보살핌에서 비롯한 따사로움과 편안함이며 베풀고 나서 얻는 기쁨을 더 크게 즐기고 있다. 사유는 마주하는 대상의 모순과 편견에 대한 충분한 대화로 얻어지는 해결의 실마리를 두뇌로 생각을 통하여 얻어지는 밝음과 시원함이다. 변화되지 못하고 얽매여 불편한 사고방식을 풀어주는 해방자로 쉬지 않고 있다.

또한 다양한 주제로 불투명한 현실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하지도 못하는 현대인들의 내면의식의 흐름을 깊은 사고력을 동원하여 풍부한 어휘력과 탁월한 시어를 선택하여 결합한 시의 형상화는 중심내용을 뚜렷한 이미지를 드러내는데 성공하고 있다. 갈고 닦은 많은 시편을 한 권으로 묶은 시집「 」를 발간하심에 축하드리며 꾸준한 노력으로 더욱더 새롭게 변환하는 계기가 되고 많은 독자들로부터 사랑받는 시집이 되길 바란다.

  2022.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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