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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산첵-수필

성공된 삶을 위한 청년시절 봄 - 조 흥 제

                                                                             성공된 삶을 위한 청년시절 봄

 

                                                                                                                                                      조 흥 제(수필가)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은 축복 받은 땅이다. 조금 가면 산이 있고, 조금 가면 들이 있고, 조금 가면 내()와 강이 있을 뿐만 아니라 3면이 바다로 둘러 싸여 있는 반도(半島)여서 산자수명(山紫水明)이라고 일컫는 아기자기함이 있어서이다. 유럽이나 미국, 중국 같은 큰 나라들에서는 보기가 쉽지 않은 우리만의 특색이다.

  국토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계절도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사계(四季)가 뚜렷하여 지루함이 없다. 항상 덥기만 한 나라, 추위만 계속되는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계절의 변화가 없으니 얼마나 지루할까. 사 계절의 특색을 살펴보면 봄은 준비의 계절이고, 여름은 무성(茂盛)의 계절이며,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고, 겨울은 휴식의 계절이다. 만 식물이 어두운 땅 속에서 겨우내 움츠렸다 나왔을 때 얼마나 기뻤을까. 탁 트인 하늘에 솔솔 부는 바람과 따뜻한 햇볕이 맞아 주고, 아지랑이가 하늘하늘 춤추고, 종달새가 높낮이로 나르면서 지지배배 찬양하니 팔을 힘차게 뻗고 함성을 지르고 싶으리라.

  봄을 우리네 인생에 대입하면 태어나서 부터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기로 보고 싶다. 그 시기는 살아가기 위한 준비과정이다. 여름에는 봄내 준비한 것을 본격적으로 키우는 시기이다. 그래서 그 때를 무성(茂盛)이라고 하고 싶다. 인생으로 따지면 청년 시절로 가장 힘차게 일하는 30~40대에 해당한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다. 여름내 힘들여 키워 온 것을 영글게 하여 거두어들인다. 이 시기를 50~60대라고 보고 싶다. 청년시절에 힘써서 일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정성을 다해 키운 자녀들을 결혼시켜 분가 해 주고, 일생 동안 추구하던 것이 눈앞에 나타나는 시기다. 겨울은 휴식의 계절이다. 삼 계절 동안 수고 했으니 편히 쉬라는 자연의 섭리다. 노년을 겨울에 해당하리라고 본다. 그 중에서도 여름은 가장 힘들게 일하는 계절이다. 봄 내 싹 틔워 길러 온 것을 본격적으로 키워야 하니 온 힘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 여름에 게으름을 피우면 가을에 거둘 것이 없다. 봄에 부실하게 자랐어도 여름에 땀 흘려 정성껏 키우면 가을에 풍성함으로 보답한다.

  나는 농촌에서도 살아 보았고, 산촌에서도 살았고, 현재는 도시에서 살고 있다. 고향인 경기도 장단은 농촌이었다. 임진강이 마을 뒤 동산 너머로 흐르고 앞에는 들이 있다. 장마 때는 바다 같이 넓은 강에서 시뻘건 물이 춤을 추면서 흘러가고 우리 집 바깥마당 앞까지 물이 들어 왔다. 물이 나가면 여기 저기 웅덩이가 생기고 물이 더 줄면 팔뚝만한 고기들의 등이 빨리 움직인다. 마을 사람들은 삼태기를 들고 들어가 고기를 건지고 어린이들은 신 나서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여덟 살 때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다 625 사변 후 충청북도 옥천으로 피란 가 식장산 자락에서 살았다. 그 곳은 산촌이었다. 우리 집 땔 나무는 내가 해 왔다. 여름에는 산에서 풀을 깎아 그 자리에 펴서 마르면 지고 왔다. 뱀이 많아서 조심해야 했다. 그 무렵 논에서는 모를 낸다. 갈잎이나 퇴비를 논에 넣고 물을 대서 썩힌다. 써레로 쓸어 고르게 하고 키워 온 모를 5월경에 10정도 자랐을 때 뽑아서 묶어 다른 논으로 옮겨 마을 사람들 여럿이 함께 모를 냈다. 나도 그 일을 많이 했다. 줄을 띄우고 그 사이를 15정도 띠어 일정하게 4~5 포기를 떼어 꽂는다.

  그때 조심해야 할 것은 거머리다. 거머리는 피를 빨아 먹으려고 다리에 붙는다. 종아리를 뚫고 들어가도 아프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일에 열중하다 보면 언제 다리에 붙었는지도 모른다. 떼어도 미끄러워 잘 떨어지지도 않았다. 주인아주머니는 푸짐한 점심을 하여 걸쭉한 농주(막걸리)와 함께 내 온다. 일꾼들은 다리에 흙을 묻힌 채 논 가 풀 밭에 앉아서 반 보리밥에 겉절이를 얹어 고추장에 썩썩 비벼서 고등어구이 한 토막을 들고 먹는 맛, 그렇게 맛있는 밥을 다른데서는 먹어 보지 못했다. 어른들은 막걸리 한 사발 그득하게 따라 마신다. 연약하던 모가 뿌리를 내리면 검푸르게 되고 7~8월이면 개구리들이 논두렁에서 개골개골 노래하다 심심하면 논으로 힘껏 뛰어들다 앗 뜨거워하고 뒷다리를 길게 뻗으면서 기겁을 하여 뛰어 나간다. 그런 더위래야 벼가 쑥쑥 자란다. 황새나 뜸부기가 고기를 잡아먹으려고 벼 포기 사이로 몰려든다. 논에는 풀이 많아 그것을 호미로 매 주어야 한다. 해는 뜨겁고 벼가 눈을 찔러 논매기가 가장 힘 든다. 그렇게 세 번을 매 주어야 벼가 정상적으로 큰다. 그래도 벼가 자라는 것을 보는 흐뭇함에 힘든 줄을 모른다.

  우리네 인생도 청년 시절에 힘들게 일하는 것은 장년기를 잘 맞기 위해서이다.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학교에서 100점 맞은 시험지를 들고 와서 쫙 펴 보이며 입이 함지박 만하게 벌어지면서 자랑할 때 1,000 점을 주고 싶다. 직장에서도 평사원, 과장, 부장, 이사로 오르는 사다리를 열심히 오른다. 학자나 예술가들도 마찬가지다. 성공된 삶을 살기 위해서이다. 고시생 여러분들의 삶은 봄의 끝자락에 놓여 있다. 무슨 일을 하던지 심령을 바쳐서 일하여 후회 없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우리 조상들이 5,000년 살아 온 금수강산을 더욱 알차게 가꾸어 귀여운 아들, , 손자-손녀들도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 물려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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