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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산첵-수필

성장통(成長痛) - 이진훈

                                                                                     성장통(成長痛)

 

                                                                                                                           이진훈(시인, 서울초중등문학교육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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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을 3단계로 나누자면 서른 살까지의 준비기, 예순 살까지의 활동기, 그리고 나머지 삶을 마감하기까지의 정리기가 될 것이다. 마지막의 정리기는 삶을 느긋이 즐기는 유희기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준비기에 충분히 준비해 놓지 않으면 활동기기가 위축될 것이고, 활동기에 왕성하게 활동하여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충분히 쌓아 놓지 않으면 정리기와 유희기 또한 위축되어 인생의 말년이 불행해 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가 다양하겠지만 그 가운데 으뜸은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기 위함일 것이다. 더구나 인생의 준비기에 읽는 책이야말로 다가오는 활동기와 정리기를 위한 금과옥조일 것이다. 책 중에도 고전문학 작품이 주는 지혜는 삶의 앞길을 밝혀주는 등불과 같은 것이다.

  인생 준비기에 성장통을 앓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사춘기를 겪었거나 사춘기 한가운데에서 뜨거운 가슴을 주체하지 못해 하루에도 열두 번이나 모든 것을 던져 버리고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혀 본 적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학교를 졸업하고 직업을 얻기 위해 이런저런 시험을 준비하는 취준생’, ‘공시생또한 같은 심정일 것이다.

  동서양의 고전작품을 보면 이런 정신적인 성장통을 다룬 작품이 많다. 동서양의 신화에 등장하는 신적 존재인 영웅마저도 마찬가지로 성장통을 앓고 있는 것이 다반사다. 문학에서는 이를 통과제의(通過祭儀)’ 또는 통과의례(通過儀禮)’라고 한다.

  우리 민족에게 익숙한 단군신화 이야기부터 해 보자. 하늘에서 내려와 지상의 여자를 구하던 1등급 중의 1등급 상남자 환웅이 배우자 후보로 선발된 곰과 호랑이에게 미션을 제시한다. 마늘과 쑥만 먹고 100일 동안 동굴 속에서 견디는 자와 결혼하겠다는 것이다. 늘 들판을 헤매 다니며 육식을 일삼던 곰과 호랑이에게는 너무도 가혹한 미션이 아닐 수 없다. 결국 호랑이는 포기를 했고, 곰은 참고 견뎌 웅녀로 탄생하여 멋진 남자 환웅과 결혼하여 단군을 출산하는 영광을 얻는다.

  어디 신화의 이야기뿐이랴. 심청이는 맹인 아버지 심봉사를 위해 인당수에 기꺼이 몸을 던짐으로써 시골 가난뱅이 장님의 딸에서 일약 퍼스트 레이디로 등극했고, 늙은 관기의 사생아 춘향이가 눈앞의 이익에 사로잡혀 변학도의 유혹에 빠졌다면 평생 어미의 뒤를 따라 관기가 되었으련만 그 모진 감옥살이를 꿋꿋이 이겨내고 요즘 말로 사법고시 수석합격자 이몽룡과 결혼하여 부귀영화를 누린 사실을 보면 역시 영광은 고통을 견딘 사람에게 돌아가는 것이 순리인 것이다.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밀리언 셀러가 된 것만 봐도 청소년기는 아픈 것이 맞다. 금수저, 은수저 운운하며 좌절하는 젊은이들이 있는데 비율로 따지자면 얼마나 될까? 삶은 내 주먹으로 성취해야 맛이지 거저 얻은 금수저가 어떤 보람을 건네줄까? 그러니 인생의 준비기에 있는 젊은이들이여, 아파도 잘 견디기를 바란다.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률이 세계 랭킹에 들어간다는데 청소년 여러분은 고전에서 삶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고통의 끝이 없다면 모르되 착실히 준비기를 마치고 활동기에 접어들면 여러분도 인생의 낙원에 들어가게 된다. 무엇보다 지혜롭게 사는 것은 고통도 삶의 한 과정임을 깨닫는 것이다.

  이런 저런 것을 준비하다 보면 독서의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을 쪼개 쓰는 재미도 있다. 장편소설이야 우선 손에 잡기 힘들다면 짧은 경구로 촌철살인의 가르침을 주는 <법구경>, <맹자>, <탈무드> 등을 머리맡에 두고 하루 한두 편 읽는 것도 방법이다. 청소년기의 성장통을 다루고 있는 대표적인 소설에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 <수레바퀴 밑에서>, <지와 사랑> 등이 있다. 질풍노도의 청소년기를 겪은 헤세의 자전적 이야기가 많이 녹아 있어 공감 가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인생 준비기에서 직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이여, 준비기에 거쳐야 하는 아픔도 삶의 한 소중한 과정으로 인식하고 고전문학 작품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워 나아가야 할 것이다. 거저 얻어지는 아름다운 정리기, 유희기는 결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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