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
정창희(시인)
고놈! 참,
끈질기게 성가시게 따라붙네.
눈 주위를 빙빙 돌며
길을 가려면 쫓아오고 시야를 방해하며
끝까지 따라오며 괴롭히네
하루살이 인생이라고 가엾어
때리는 것이 안쓰러워 휘~ 쫓으면
더 따라 붙어온다
쪼끄만 게 성깔 있네.
어느 땐 내 눈 속으로 들어와 자폭까지 한다.
잡으려면 눈앞에서
뱅뱅 요리조리 피하며 헛손질에
얼굴을 몇 번 때려잡으면 피한방울 없는
먼지 같은 녀석이,
피한방울 없는 만지 같은 녀석이지만 그들의 생이 있다. 자신의 존재도 알릴 겸 함께 아울리고 싶은 순간을 맞은 것이다. 쫒아내려는 손짓이 반겨주는 듯 자신을 알아주는 것에 반갑고 고마운 것은 아니었을까? 물불을 가리지 못하고 덤벼드는 그 장난기에 더 손짓이 빨라지며 결국 한 생애의 마감을 당하고 만다. 목숨을 건 소통의 기회였다.
우리도 소통의 기회를 얻기 위한 투쟁을 수없이 해왔다. 내가 한 말에 대한 관심과 대구가 없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그 것은 불통이다. 무시이며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다. 존재감이 없으면 삶의 의욕을 잃어버리고 만다. 소통의 기회를 얻겠다고 시도해오는 어느 누구에게라도 응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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