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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산책-시

봄비 - 김복희

봄비

 

                  김복희(시인)

 


그대가 오시네

지친 몸 적시며

사뿐사뿐 내게로 오시네.

 

그대는 내가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는 걸

언제나 아시나봐

 

그대를 만나면

아지랑이 속에 꿈꾸는 소녀가 되어

분홍빛 얼굴로 활짝 웃을 것을

진정 아시나봐

 

그대가 오시네

봄바람을 몰고 다가와

혹독한 추위를 견뎌냈다고

보슬보슬 어루만지며 내려오시네.

 

 

  겨울엔 기온이 낮아 눈이 오거나 얼음이 얼어 앙상한 나뭇가지는 비를 만나지 못해 목이 마르다. 애타게 기다리다 지쳐있다가도 봄에 내리는 비를 만나면 갈증을 해소하고 비로소 힘이 솟아 싹을 틔운다. 그 연두 빛 새싹이 파릇파릇 피어나는 모습을 보면 생동감을 느낀다. 어쩌면 봄비가 오기를 기다는 것은 메마른 나뭇가지 보다 빗물을 마시며 싱싱하게 피어나는 새싹을 바라보고 싶어 하는 우리들 자신이 아닌가?

  새싹이 나고 꽃을 피우는 나무를 시샘하는 추위는 봄비가 내린 다음에 떨어지는 기온 때문에 수분과 바람이 만나면 열을 빼앗겨 더욱 뼛속 스며드는 추위를 느낀다. 그런 꽃샘바람을 불어와 추위를 몰고 와도 봄비를 기다려야만한 나뭇가지들의 갈증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오늘도 비를 기다리는 마음은 비로 온몸을 적셔도 차가운 걸 모르고 오히려 봄바람이 불어 와 추위를 이길 수 있었다고 반기고 있다.

  봄비는 어떤 출발의 바탕이지만 모두가 기다리는 반전의 기회랄 수 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도 할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진 생명수이며, 봄비가 오면서 마치 봄이 온다는 인식에 사로잡혀 있는지도 모르나 아직은 봄비의 매력을 저버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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