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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산책-시

나의 꽃 - 윤제철

나의 꽃

 

윤제철(시인)

 

12월은 한 해의 꽃이 지는 달이다

꽃이 크거나 적거나 모두 진다

 

새해가 오면 다시 꽃을 피워야 한다

나만의 꽃을 피우려고 몸부림쳐야 한다

 

무조건 크게만 피우려고 했던

욕심을 버리고 싶다

 

비록 꽃은 작게 피더라도

멀리까지 향기를 내 품는

그런 나의 꽃을 피우고 싶다

 

남보다 나야만 한다는 경쟁심을 버리고

나에게 맞는 나다운 그런 꽃을 피우고 싶다

 

 

해마다 12월이면 모임이 많다. 그중에 나에게 가장 끌리는 모임은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는 것이다. 소년으로 돌아갈 수 있는 출구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의 얼굴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 시절의 모습과 목소리가 보이고 들리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시를 읽어줘야 한다. 일 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아야할 친구들에게 기대감과 희망을 줘야할 메시지가 담겨 있어야 한다.

마지막 남은 세월, 12월 한 달이 달력 한 장으로 붙어 있다. 전철을 타고 가는 나의 눈에는 꽃이 시들어 지고 있는 한 해였다. 잘 살았든지 못 살았든지 모두 보내야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다시 맞아야할 새해가 오면 다른 꽃을 또 피워야 한다. 욕심내지 말고 나에게 어울리는 나의 꽃을 피워야 한다. 크게 피우려고 애를 써서 남에게 이기려는 경쟁심을 버리고 내 능력에 맞는 그런 꽃을 피우라 외치고 있었다.

우리의 일상은 항상 잘하려는 데서 문제가 생긴다. 최선을 다한 그대로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부끄럽고 무언가 더해서 남에게 잘 보이고 과시하고 싶은 것이다. 오히려 그런 욕심 때문에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주요인이 된다. 있는 대로 보여주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당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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