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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해설

김성현 시집 서평 - 詩人의 꿈, 능력, 삶

김성현 시집 서평

 

가슴 속에 떠 있는 별 하나

 

詩人의 꿈, 능력,

 

                                                                                                     윤 제 철(시인, 평론가)

 

1,들어가는 글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서로 생각을 말이나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말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일은 잘하고 못하는 것에 대하여 의식하지 않지만 글로 쓰는 것에 대하여는 잘 쓰고 못 쓰는 것에 관심이 많다. 글을 쓴다면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쓰면 된다는 기본 보다 문학적인 표현이어야 한다는 부담에 사로잡혀 하고는 싶어도 해보지도 않고 겁을 먹고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글을 쓰는 계기는 표현의 욕구를 충족한다는데 있으나 말로 표현된 것을 수정하거나 보관하고 싶은 것이다. 글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필기도구를 사용하여 글자로 옮겨 적을 수 있는 작업 행위가 있어야 한다. 온몸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여 생활의 대부분을 누워서 하면서 왼쪽 검지 손가락과 중지 손가락으로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시를 썼다고 했다. 쓰는 일은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능력이라고 당당하게 털어놓았다. 누구든 부족한 면을 지니고 산다지만 기본적인 역할에 상당한 노력을 기우리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를 극복하고 남부럽지 않게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 월간「문학세계」시 부문 신인상에 당당히 당선하여 문인활동하고 있는 김성현 시인이다. 문학은 사상이나 감정을 상상의 힘을 빌려 언어로 표현한 예술이다. 그중에 시는 정서나 사상 따위를 운율을 지닌 함축적 언어로 표현한 문학의 한 갈래로서 정수에 해당된다.

 밝은 얼굴로 많은 시 원고를 보여주며 시집을 발간하겠다니 반가운 일이다. 시를 쓰는 사람은 사물에 대한 관찰로 인격도야에 총력을 기우려 맑은 영혼을 지니며 살고 있다. 시를 쓰고 있는 사람 중에 가장 멀쩡한 정신세계를 깨우치며 살고 있다 자부할 수 있다. 확고한 종교관을 가슴에 간직하고 요동 없이 별 하나를 띄우며 살아왔다. 그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감각을 지닌 안팎의 자극을 느끼거나 알아차림으로 쓴 시를 만나보기로 한다.  

 

2.詩人의 꿈, 능력,

 

하얀 손수건으로

가슴에 담아 놓은

 

꿈을 꺼내 닦는다

 

내 이름 앞에

시인이란 두 글자 새기려

마음의 꽃을

아름답게 가꾸어 본다

 

삶의 여정이 숨 가쁘고

기력이 쇠잔하여졌을 때

가슴 속에 떠 있는 별 하나

다시 일어나 가야 할 곳

비춰 주었다

 

내 심장 한가운데서

빛나는 염원!

그 소중한 탑을 쌓으며

남은 삶 살아가리라

   - 「가슴 속에 떠 있는 별 하나」전문

 

 손으로 써야 하는 시를 소중한 꿈으로 깨끗이 닦아 간직했다. 시인이란 이름을 달기 위해서는 마음의 꽃을 먼저 피워야만 이룰 수 있는 꿈이었다. 한결같지만 않은 마음은 수시로 변덕스럽게 밝았다가도 흐려지는 날들이 많았다. 어떤 때는 강한 것 같다가도 어떤 때는 한없이 나약한 마음을 일깨워 주는 하나뿐인 내편인 가슴 속에 별 하나가 떠서 화자를 일으켜 세워 앞길을 안내해주었다.

 기쁜 일은 기쁜 일 대로 슬픈 일은 슬픈 일 그대로 마음속에 담아 느낌을 느끼는 대로 솔직하게 표현하는 감각을 예민하게 갈고 닦았다. 매체와 만나 상상력을 동원하여 대화를 나누고 화자가 하고 싶은 말을 매체에게 대신 말해달라고 부탁하는 연습을 하면서 기를 받았다.      

 화자의 꿈은 세상에 다시 태어나는 일이다. 몸은 부자유하지만 자유롭게 앞서가는 의식으로 가장 밝은 미래를 제시하는 선구자적 역할을 바란다.

 

그대의 기쁜 날

한없이 들려주고픈

힘찬 마주침의 소리

 

토라진 연인처럼

서로를 외면하는 두 손

 

 

단상에 올라

감격의 눈물 흘리는 그대에게

그 앞에서 미소 지으며

가슴으로 치는 나의 박수

 

볼륨을 끈 듯

들리지 않아 미안하지만

 

이 순간 나 역시

그대와 함께

한없이 기뻐하고 있음을!

  - 「박수 - 부자유한 두 손」 전문

 

 환영, 축하, 기쁨, 찬성의 표시 등으로 손뼉을 마주 두드리거나 치는 동작이다. 힘차게 쳐주고 싶은데 한쪽 손바닥이라도 아프거나 불편한 상태에서는 불가능하다. 두 손을 댈 수 없어 외면해도 칠 수가 없다. 부자유한 두 손을 가진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불편이다.

 상대방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현장에서도 마음껏 큰소리로 보내주어야 할 박수를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미안하지만 마음속으로 보내야 하는 박수밖에 보낼 수가 없다. 볼륨을 끊듯 소리가 나지 않는 가슴으로 치는 박수다.

 기뻐하고 있는 마음은 똑 같은데 보여주거나 박수소리를 들려줄 수가 없다. 화자는 이따금씩 찾아오는 육체적인 모순으로 인한 피해 아닌 피해를 만나야 했지만 그때그때 참고 견뎌야 했다. 그때마다 슬픔을 견디면서 참아야했던 흐느낌을 혼자 감췄어야 했다.  

 

온갖 색으로 물들여진 캔버스는

더 이상 꿈의 날개를 펼칠 수 없다

 

화가의 붓이 그 얼굴에 여백을

하나둘 메워 나가며

나름의 규범과 형체가 갖추어진

그림으로 그려놓았기 때문이다

 

그림이 된 캔버스는

새장 같은 액자에 담겨져

벽에 걸린 채

 

백지였던 시절을 회상한다

 

눈 내린 설경 같았던

순백의 공간 위에서

이상(理想)의 깃발들은

그 어떤 얽매임도 없이

자유롭게 펄럭였다!

 

이렇게 갖은 색칠을 하고

짜여진 틀 속에서

원 안에서만 맴도는

시곗바늘로 살아가야 할 때

 

무한의 광장에서

마음껏 달음질하던

순수의 시절로

한 번쯤 돌아가고 싶다

  - 「순수에 대한 동경」전문

 

 캔버스는 튼튼함이 필요한 돛, 천막, 배낭 등을 만들거나 회화 표면에 유화를 그릴 때 쓰이는 평직물이다. 화자는 아무 것도 색이 칠해지지 않았던 백지 시절을 그리워한다. 순백의 공간 위에서 얽매임도 없이 자유롭게 꿈과 이상을 키우고, 자신의 세계를 마음대로 구상하고 설계하여 만들어낼 희망을 갖고 펼칠 수 있기를 바란다.   대상 그 자체에 전혀 이질적인 잡것의 섞임이 없는 순수가 나름의 규범과 형체가 갖추어지면 꿈의 날개를 펼칠 수 없는 짜여진 틀을 갖는다고 생각했다. 어떤 도움이나 배려도 없이 현실에 놓여있는 상황도 모른 채 조건에 따르라는 일방적인 강요로 받아드려졌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흔적을 남겨 자유로운 상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어떤 힘에 대한 간섭을 피하고 싶은 것이다.  

 화자가 바라는 꿈이나 욕구 자체가 외부의 영향 없는 본래의 바탕으로 돌아가 겪어 보지 못한 대상에 대하여 우러르는 마음으로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이 밤도

함께 누운 고독

 

때로는 나에게

종기처럼 퍼진 것을 도려내려

칼을 대 보아도

 

여전히 곁을 떠나지 않았지

 

그래 어차피

어머니 태에서 함께 나와

마지막 눈을 감는 순간에도

함께 해야 할 동반자가 아니냐

 

하늘에 계신 그분이

동행하고 계심을 알기에

그 이름은 나의

곁을 지키는 친구요

 

온몸을 휘감는 너로 인하여

더욱 그분만 바라보기에

고독은 나의 가장 큰 창문이다

  -「고독」전문

 

 밖에를 나갔다 와도 반겨주는 이 없이 혼자 지켜야하는 공간에 나를 맡긴다. 함께 누워 잠을 청하는 이 밤을 뒤척인다. 고독을 떼어내려 무던 애를 써봤지만 떨어지지 않았다. 혼자 있을 때나 함께 여럿이 모여 지내면서도 태어나서부터 이제까지 동반해야했던 인연의 굴레를 벗지 못했다.  

 오로지 하나의 등불을 마음에 켜놓고 꺼지지 않도록 지켜야했던 사명을 어디에 간들 떨어지지 않고 언제나 붙어 다녀야 한 유일한 친구였다. 고독은 세상으로부터 나를 고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의지하게 만들었다. 답답할 때 가려진 세상을 열어 시원하게 보여주었다.

 그를 통해서만 바라다 볼 수 있었다. 어떤 출구보다도 넓은 창문이다. 그 곳 만이라도 내다 볼 수 있음은 엄청난 행운이었다. 홀로 외롭고 쓸쓸하게 쓸어져가는 나를 버텨주는 바지랑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일정불변 곧은 결심

뿌리에 머금으며 자라났느냐

 

주어진 터전 그 자리에서

한결같은 푸른 자태로

 

여름의 땡볕 아래서나

북풍한설 눈보라 속에서도

떠난 님 돌아오는 날

 

흐트러짐 보이지 않으려는 듯

지조의 상징

 

그때그때 상황 따라 돌변하는

간사함의 부유물이

인간에겐 있기에

 

본연의 모습 그대로

너의 자리를 지킴을

본받고 싶구나

  -「상록수」전문

 

  여느 나무가 봄에 싹이 나서 가을에 단풍들어 낙엽이 지는데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아도 겨울에 푸르게 유지하는 곧은 결심을 보고 굳이 따로 다른 데가 있다면 뿌리에나 있을 거라고 단정한다. 땡볕 아래서나 눈보라 속에서도 흐트러짐이 없는 모습을 누구에게라도 보여주려는 것처럼 보인다.

 원칙과 신념을 지켜 끝까지 굽히지 않는 꿋꿋한 의지나 기개를 나무가 지니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주변상황에 따라 수시로 돌변하니 믿을 수가 없다.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나무로 태어난 것 보다 부끄럽다.  

 차라리 몸을 수그리더라도 잘못을 바로 잡아 본연의 자리를 지키고 싶다. 화자는 상록수를 매체로 하고자하는 말을 대신 들려주고 있다. 나약하기만 한 사람들이 의지하게 하는 대상으로 손색없이 행실을 보며 힘을 얻을 수 있을 만하고 꿋꿋하게 어려움을 견뎌낼 수 있는 버팀목이 되기를 빌고 있다.

 

3.나오는 글

 

 사람은 삶의 목표가 무엇이냐에 따라 그 것을 원동력으로 삼아 희망과 꿈을 유지하며 이루고자하는 의지로 산다. 김성현 시인은 일상에서 얻어지는 많은 지식이나 체험을 그대로 쌓아두지 않고 불필요한 것들은 버리고 만다. 순수를 해친다는 생각을 할 만큼 원래본바탕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가시에 찔리거나 눈에 티가 들어가도 아프거나 불편하여 고통을 호소하건만 비교도 안 되는 어려움을 견뎌내면서 수도자처럼 의연한 경지를 예감하게 한다. 매사에 불편을 참아내는 나름대로의 반복되는 방법을 동원하여 숙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김성현 시인은 시를 쓰기 위한 순수한 바탕을 모든 것 보다 우선적으로 다져온 사람이다. 그의 삶은 누구보다도 넓은 시야와 깊은 사고를 지녔다. 그리고 모두에게 당당하게 마주보며 예민한 감각으로 시상을 떠올리는 동시에 사물의 입에 귀를 기우릴 줄 알고 풍부한 어휘력과 상상력으로 형성되는 묘사력이 뛰어나다.

  시상을 찾아나서는 것 보다 생활환경에서 다가오는 시상을 적극적으로 만나주고 그 교감을 메모를 통하여 숙성시켜 나오는 김시인 만의 상품으로 생산되는 것이다.  

 김성현 시인의 시를 읽다보면 다른 시인들의 흔한 표현 보다는 꾸밈이 없는 일상의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시어가 결합되어 퍼지는 사고의 폭과 울림이 넓게 퍼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시가 쓰여질 수 있었던 것은 있는 그대로 처절했던 아픔을 진솔하게 부끄러워하지 않고 표출시켜 표현한 까닭이다.

 서문의 내용 중 일부로「어렸을 적 오른쪽 엄지발가락과 검지발가락 사이에 연필을 끼워 글을 쓰기 시작하여 한 자 한 자 표현하면서 갖게 된 시인의 꿈, 시를 쓰는 것은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능력이요 의미 있는 삶의 작업이었습니다」라는 목소리가 귀를 울린다. 김 시인의 시를 읽으며 여름날의 더위를 식히는 여유로움에 잠기며 다음 시집에 대한 기대에 가슴이 설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