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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해설

고미자 시집 발문 - 풍경이 있는 운동장

발문

시인 의식 속의 사유의 세계

   - 고미자 시집풍경이 있는 운동장에 나타난 시세계


윤제철(시인, 계간 시세계 편집주간)


  맑고 고운 청춘을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며 때 묻지 않은 사람을 만들기에 온갖 정성을 다하신 고미자 시인은 아직도 교단에 서서 빛나는 눈망울 앞에 설레는 가슴을 간직하고 있다. 세월이 흐르는 강물 위에 티끌만큼의 역류의 기색도 없이 언제나 크게 저어 꿈과 사랑을 날라주며 어떤 일에도 두려움 없이 의지를 펼쳐 많은 감동을 불러일으켰던 호흡을 찾아낼 수 있다.


내 깊은 곳/ 시린 가슴 채우는/ 네 잎 클로버 한 장/ 망초대 못 늘인 비탈에/ 속살 향내 하얗게 드러낸/ 청자빛 소묘

-하늘의 일부

 

풋내가 난다. 자꾸만/ 풋내가 난다/ 평사리 보리밭 초록빛 안개 피듯/ 아이들 입가에선 온종일 풋내가 난다

-풍경이 있는 운동장의 일부


하늘은 평상시에 바라보지 못하고 무엇인가 매달리고픈 어려운 시기에 힘이 되어 주는 그 대상과 같은 하늘을 마음속에 걸어놓는 화자의 심성을 드러냈고,풍경이 있는 운동장에서는 아직은 덜 익은 아이들의 입가에서 풋내가 나는 느낌을 눈과 귀와 코로 맡을 수 있는 관심과 정성이 담뿍 배어 있는 화자의 사랑이 초록빛 안개가 피듯 풋내가 나는 아이들의 운동장에 살고 있다.

  고미자 시인의 맑고 고운 서정의 시세계가 독자로 하여금 아름다운 정적인 풍경으로 몰입하게 하는 풍요로운 꿈을 그려내고 있다.

  시의 소재는 일상을 벗어날 수 없다. 또한 화자의 생활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고미자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새, 이야기하는 그 상황에 몰입하여 함께 있는 듯한 분위기에 빠지게 된다. 나를 위해 사는 것 보다는 오히려 우리 모두를 위해 사는 큰 삶에 서있는 시심을 만나게 된다.

  치열한 시인 의식 속에서 사유의 세계를 폭넓게 천착하여 작품을 빚어내는 각고의 노력을 해온 시의 연금술에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 더욱더 예술적 향기를 지닌 좋은 시를 쓰는데 최선을 다하는 시인이 되리라 기대하고 주목하고자 한다.


20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