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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해설

김옥자 시집 해설 - 가슴 울리는 천상의 소리

서평

詩人의 꿈, 혹은 希望

- 김옥자 시집 가슴 울리는 천상의 소리에 나타난 시세계

 

윤제철 (시인, 사단법인 세계문인협회 부이사장)

 

1.들어가는 글

 

  일상은 나를 위하는 일 보다 남을 위해 하는 일로 바빴다. 남녀를 불문하고 안팎으로 생각해 보면 할 말들이 많다. 그럼에도 글로 쓰는 일을 어렵게 여겨왔을 뿐만 아니라, 나보다 수준 높은 사람들이 쓰는 걸로만 알고 글을 쓴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생활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만나거나 부딪쳐서 오는 느낌을 그냥 넘기지 않고, 글로 남기는 일에 흥미를 얻어 가슴을 답답하게 짓누르던 짐들을 내려놓으려 애쓰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보고 있다. 실로 용기를 지닌 분들이라 말할 수 있다.

  무슨 일이든 처음부터 잘하는 일은 없다. 한번 두 번 해보고 잘 할 수도 없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속 시원하게 하고자하는 말을 털어놓았는지, 아니면 읽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었는지를 생각한다. 그리고 여러 번을 읽어보고 고쳐보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당장에 완성할 수 없어 덮어두었다가 다시 생각해보면 떠오르지 않았던 생각들이 어디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떠올라 반겨준다.

  문학소년 소녀로써의 꿈들이 여타의 이유로 한편에 밀려 있었다. 이제 자녀 뒷바라지가 마무리되어가면서 새롭게 시도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소외되어가는 자신을 추스를 수 있게 되었다. 애착을 갖고 정성을 다하여 써놓은 글이 한 편의 작품으로 탈고되었을 때 성취감이나 분신을 낳는 소중함을 얻게 되었다.

김옥자 시인은 성실하고 솔직하다. 함께 시 창작을 공부하면서 보여준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어느새 수북이 쌓인 시 원고뭉치를 들고 시집을 내겠다고 찾아왔다. 온몸으로 빚은 시를 세상에 내놓겠다니 반가운 일이다.

  우리들의 어머니들이 숙명처럼 받아들였던 집안의 대소사 하나하나 생각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어도 밑거름으로 받아들여져야 했다. 해놓은 일을 알아주지 않고 희생의 생애를 되새겨야 했다. 이제는 지난날을 훌훌 털고 다가오는 밝은 날을 노래하고 싶은 것이다.

  인권신장에 눈을 뜨면서 인정받게 된 요즘은 당당하게 권리를 주장하며 남녀평등 보다는 오히려 여성상위시대를 외칠 만큼 변화되었다. 이 땅의 많은 시인들이 노래해왔지만 잘 써야겠다는 욕심보다는 가슴 곳곳에 묻어있는 기쁨과 슬픔, 그리고 사랑과 이별을 진실하고 솔직하게 들려주는 시인이 되려한다. 시세계에 들어가 무엇을 이야기하려했는지 이해하고 공감하여 이미지를 만나 감동의 순간을 맞이하시길 바라며 몇 편의 시를 조명하고자 한다.


2. 詩人의 꿈, 혹은 希望

 

삼라만상 울린 천둥소리에

잠자던 개구리 깨어나면

 

흙 들어 올리고 일어선 새싹

꿈틀거리며 내미는 손

 

가늘고 부드러워

살살 달래야 한다던 어머니

 

물오른 버들피리

방에서 삑삑 불면 뱀 나온다고

못 불게 하셨지

 

누군가 뒷동산 올라

구성진 퉁소 부는 소리에

 

바람도 조용히 숨죽이고

잔잔한 내 가슴도 출렁출렁 파도쳤지

-봄바람전문

 

  죽은 듯 아무런 흔적이 없어 보이던 생명체들은 봄이 되면 꿈틀거리며 세상 밖으로 나오려한다. 가늘고 부드러운 음지 속에서 나오는 나약하고 어린 모습이지만 겨울을 그저 편하게 잠만 자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잎이 떨어지는 순간부터 봄이 되면 다시 피어나가 위한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거나 흙을 들고 일어나는 새싹, 물오른 버들피리에 퉁소를 불어대면 잔잔한 가슴 속에 쉬고 있던 감성들이 고개를 내밀고 무슨 일이라도 생겼는지 궁금증을 해소하려 한다. 그리고 함께 하려 발 벗고 나서는 바람이 분다. 보기에는 어떤 바람 보다 약하게 보일지 몰라도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뿌리까지 흔들리는 봄바람이다.

  힘을 얻는다는 것은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려워서 반드시 받혀주는 디딤판이 있어야 한다. 옆에 있는 친구가 하니까 나도 덩달아 하듯 부채질이 필요하다. 활동하기 좋은 따뜻한 날씨는 무엇 보다 우리들의 마음을 부추기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넌 이름이 뭐니

빨갛게 잘 익은 고추장

여기 구수한 된장도 있어요

 

난 간장독 짜디짠 물을

오랫동안 보관하고 있어서

내 몸에는 소금 꽃이 피었어요

 

어느 수집가가 수거해놓은 물건들

태양 빛에 번쩍번쩍 너무 놀랬어요

 

한국의 멋을 잘 나타낸

항아리 변신은 무죄

 

옹기에 구멍 뚫어 새 작품으로 탄생

수줍은 미소며 하하 허허 웃는 얼굴

찌푸리고 성난 표정 다양한 공예품

-골동품전문

 

  생활용품으로 만들어 고추장 된장을 담아 쓰던 독은 흔히 볼 수 있었다. 간장을 담으면 간장독으로 오랫동안 보관하면 소금 꽃마저 피고 만다. 오래되고 보니 요즘은 예전만큼 흔하지 않다. 개성을 지니며 살아남은 옛 것을 골라 수집가의 손길을 받아 때 빼고 광을 내서 보관하면 볼품이 생겨난다.

  골동품은 오래되고 예술적 가치도 높아 수집이나 감상의 대상이 되는 물품이다. 시대에 뒤떨어지고 쓸모없는 낡은 것이나 그런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도 된다. 여기에서 골동품은 오래된 간장독이다.

  그냥 두기 보다는 변신을 통하여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태어난 모습들이다. 관심 밖에 놓였다 하더라도 번쩍번쩍 빛나는 것들은 시선을 집중하게 마련이다. 옹기에 구멍을 뚫거나 미소를 띤 얼굴을, 아니면 찌푸리거나 화난 얼굴을 하고 있는 공예품으로 격을 높여 골동품 자리에 앉고 말았으니 오래도록 버티고 살아남고 볼 일이다.

 

화려한 내가 좋아

 

나는 은은하고

소박한 것이 싫어

노랑 주황 분홍으로 변하는 꽃

 

한 번 피고 지기 아쉬워

자라는 대로 연속 피는 꽃

 

시샘이 나서

짓궂은 바람이 흔들고 가면

 

우수수 떨어져

바닥에 수놓은 란타나 꽃

-란타나 꽃전문

 

  은은하고 소박한 것 보다는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여인으로 비유되는 란타나 꽃이다. 처음 모습으로 늘 그렇게 있기가 싫어 색깔을 바꿔야 식성이 풀리고 승부욕이 강하다. 남에게 지기를 싫어하여 남이 예쁜 꼴을 못 본다.

  꽃이 피기 시작하였다가 꽃이 지게 되는 것이 억울하고 아쉬워 연속해서 피워내는 꽃이다. 개성이 강한 현대판 도회지 여성상이다. 자존심이 강하여 뜻을 굽히지 못하는 성격도 만만치 않아 결코 손해를 보는 법이 없는 란타나 꽃이다.

  누구라도 주변에서 거치적거리면 참을 수가 없다. 서로 간에 타협을 하여 이해하고 적응할 수 없는 유별난 생활습관을 지니고 있다. 성질이 나면 어쩌지 못하고 발랑 나자빠지는 버릇이 있다. 이파리가 바닥에 우수수 떨어져버리니 어떤 수를 쓸 수가 없다.

  도대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상대가 있기나 할지 모르겠다. 짚신도 짝이 있다는데 없기야 할까, 그나저나 그 짝이 고생할 색각을 하면 혼자 내버려두어야 하지 않을까,

 

너 노는 것만 바라보아도

눈과 마음이 즐거워

 

오른발 왼발 해봐도

마음대로 잘 안 되더라

 

앞집에 늘어진 넝쿨장미나무 끝에

꽃 한 송이가 신나게 놀고 있네

 

니나노 아니면 덩더꿍 인가.

바람이 약하면

살랑살랑 흔들고

강하면 빠르게

 

서울 대구 부산 찍고

춤을 추는 여인처럼 보인다

-춤바람전문

 

  하늘하늘 휘어지는 넝쿨장미나무 가지 끝에 꽃 한 송이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그 모습을 바라다보는 마음이 즐겁다. 바람이 부는 방향과 속도에 따라 흔들리는 박자가 다르다. 마치 춤을 추는 여인처럼 보인다. 왼발 오른발 하며 함께 춤을 추는 기분으로 흔들어보지만 잘 되지 않는다. 니나노인지 덩더꿍 인지 알 수는 없어도 좋기만 하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넋을 빼앗긴다. 사람도 아닌 넝쿨장미나무 가지 끝에 꽃 한 송이에 빠져버렸다. 헛것이 보여 홀려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꽃 한 송이가 달린 가지를 붙잡고 통사정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시인의 감각은 사물의 움직임에서 상상력을 유감없이 뿜어내고 있다. 혼자서도 얼마든지 잘 놀 수 있는 정신세계로 몰입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어, 실제로 춤을 추지 않고 상상 속에서 어울려 춤을 추었다 하더라도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되는 전신 운동의 효력을 누렸을 것이다.

 

별이 떠도

장에 가신 부모님 안 오셔

손전등 들고 마중 가던 중

 

고양이가 담에서

후다닥 뛰어 내리니

놀라서 쇠똥에 넘어졌다

 

무릎에는 빨간 꽃이 피었는데

아픈 줄도 모르고

소달구지 끌며 이랴하는

아버지 목소리 반가워

 

온다 하며 뛰어가

달구지 타고

달달한 알사탕 먹으며

동생들과 부르던

고향의 봄노래

메아리처럼 들리는 듯하다

-밤길전문

 

  제대로 난 길은 신작로길 밖에 없고 대부분 평편하지 않은 좁은 길뿐이었다. 더구나 밤이 되어도 가로등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장에 가신 부모님을 마중 가는데도 손전등이면 최고였다. 어두운 밤길은 어둡고 울퉁불퉁하여 넘어지기 일 수였다. 고양이나 멍멍 짖어대는 개를 만나면 겁이 나서 도망치느라 속수무책이었다.

  멀리서도 아버지의 음성이 들리면 신음을 다 잊고 달려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버지는 이 세상에서 가장 크고 강한 존재였다. 아버지를 의존하며 무서울 게 없었다. 달구지 타고 알사탕 먹는 재미가 쏠쏠하여 노래까지 터져 나올 정도로 신이 났었다.

  부모님 마중 말고는 심부름을 갔다가 오는 밤은 싫었다. 버스도 자주 다니지 않는데다 버스 정류장에서 집까지 걷는데 삼십분도 넘게 걸어야 했다. 지금과 너무나 다른 밤길은 많은 추억을 간직하게 하였다. 시골에 고향을 둔 것이 서울을 교향으로 가진 사람에 비하여 어린 시절 자연과의 인연을 맺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요 녀석들 우리 집에 오면

내가 장난감인 양

놀자고 떼를 쓴다

 

둥근달 뻥튀기 한 입 두 입

반달이 초승달로 사그라지면

 

화가가 되려나

떡볶이로 얼굴에 그림을 그리고

눈물 콧물로 매운 글씨를 쓴다

 

주먹밥 위에 놓인 꽃과 나비가

사랑을 속삭이면

옥수수 하모니카로 노래를 부르는

 

요 녀석들 변신의 숲속 요정에 홀린 듯

천년이 무아지경이다

-오냐오냐 내 손자 1전문

 

  자식이 낳은 손지를 보는 일은 신 나는 일이다. 아직은 먹고 자고 돌아다니지 않아 편하지만 만만하지 않다. 지내놓고 생각하면 제대로 키울 줄도 모르고 우물쭈물 키웠던 자식들에게 미안하다. 그 아이들의 자식을 돌봐주는 일에 공을 들인다. 무엇 보다 거짓말 할 줄 모르고 천진난만한 모습들이 천사라서 좋다.

  잘 해주다보니 막무가내로 덤벼든다. 아니 사람으로 여기기나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얼굴을 꼬집거나 귀를 잡아당기며 놀아줄 때면 장난감이 되어야 한다. 그래도 좋으니 손자 바보인가보다. 뻥튀기나 떡볶이를 먹다가 그 걸 갖고 얼굴에 그림을 그려도 좋다.

  마치 손자의 미래의 활동 장면이라도 비춰보는 듯 흐뭇하게 바라다보는 것이다. 옥수수 하모니카의 연주는 모두를 홀리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무엇이든지 긍정적으로 오냐오냐하는 손자 앞에 할아버지 할머니는 무골호인이다. 모든 것을 다주어도 아깝지 않다는 다짐은 손자와 함께 있는 동안 유효한 약속이다.

 

총무네 펜션 초원의 집

넓은 정원에 모든 꽃들이

여기 다 있네

 

은자는 점점 젊고 예뻐지는 것 같다

때 빼고 광내잖아

동심으로 돌아와 부담 없이

너 야 말 놓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물레방아 돌 인어상

오층석탑 다듬이돌탑

큰 소나무 밑에

그네 농구 널뛰기 하며

20명 얼굴엔 미소가 활짝 피었네

 

바람 부는 대로 연못에

둥둥 떠다니는 꽃잎

 

노래방도 있어

귀웅이의 카리스마 넘치는 노래에

모두들 쾌활 낭랑 가득한 날이네

공기 좋고 경치 좋은 곳에

복사꽃 아카시아 향기 내뿜는

무릉도원에서 동창회 하네

-동창모임전문

 

  넓은 정원에 20명 모든 꽃들은 동창 친구들이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었어도 그 시절로 돌아간다. 몸은 주름이 생겨 나이든 타가 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은 어렸을 적 한창 때 모습으로 만나는 것이다. 소년 소녀로 돌아가는 돌파구로서의 동창모임이다.

  사회에서 만나면 말을 놓기도 어려운데 이 친구들은 말을 놓을 수가 있어 편하다. 그래서 고등학교 동창들이 제일 좋다. 은자는 점점 젊고 예뻐지는 것 같고 귀웅이의 카리스마 넘치는 노래에 쾌활 낭랑 가득하다.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누구든 다와 주어야 하는 자리지만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친구들이 있다. 보고 싶고 궁금하기만 한 몇몇 친구들이 있다. 연락을 다 한다고 애들을 썼으니 다 모른다고 할 수는 없다. 일부는 알고도 못 나온다는 말이 된다. 얼굴을 내밀만한 생활을 하고 있어야 한다. 벌어먹고 살기 바쁘다거나 몸이 부실하여 모임 하는 자리에 올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엄동설한에는 꿈도 못 꾸던 딸기가

세상이 좋아지면서

하우스 덕분에 먹을 수 있다

 

사과는 자기가 최고라며 자랑하는데

나만큼 큰 놈 있으면 나와 봐

수박이 갈증 해결해 준다며 큰소리 쾅쾅

 

귤 포도는 당도가 높다며

천도복숭아는 열이 천도나 된다고

뻥 잡는다

 

방울만 한 대추가 제사상 보약 등등

감초처럼 어디든지 잘 어울린다며 방방대고

 

옹기종기 앉아 서로 인기가 좋다고

이야기꽃이 피는 과일가게

-사계절전문

 

  과일가계에는 엄동설한에도 딸기를 먹을 수 있고 어떤 것이든 따로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비닐하우스 덕분이다. 덩치가 큰 거나 당도가 높은 것, 대추와 감초가 어디든지 잘 어울린다며 방방 댄다. 마치 과일들이 모여 모임이라도 하는 듯 서로 자기주장이 옳다고 토론이라도 벌리는 현장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과일가계가 사계절의 과일을 휘어잡고 있다.

  이런 와중에 어떤 이는 계절이 파괴되었다며 걱정을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 보다 더 큰 걱정은 제철과일들이 비닐하우스에서 수확한 것보다 환영 받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되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개량종으로 각광 받는 방울토마토가 대추알 만하게 만들어져 그 사용용도 면에서 원조 토마토를 능가하는 건 아닌지, 존재유무 등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생명이 있든지 없든지 무리를 짓고 있는 것은 힘이 느껴진다.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있는데 여름과 겨울은 상대적으로 길어지는 상황에서 과일들에게 어떻게 작용될 것인지 주목된다.


3.나오는 글

 

  김옥자 시인의 시를 읽다보면 곁에서 이야기를 주고받듯 명랑 쾌활한 그녀를 만난다. 어느 곳에서라도 눈앞에 나타나는 사물이나 사건을 만나 낯이 설어도 붙임성 있게 말을 붙이는 숙기가 있고, 말의 실타래를 잘 풀어내는 뛰어난 감각은 있는 그대로 솔직하고 풍부한 어휘력을 동원할 수 있다. 잠시도 머뭇거림이 없이 즉흥적인 묘사로 표현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일상적인 언어로 하나의 스토리가 설정되면 대화를 주고받듯 자연스럽게 나열된다. 매체의 동작은 매체의 성격을 떠나지 않고 끝까지 어색하지 않게 비유를 통해 주제를 감추었고 매체의 삶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의인화시켜 주었다.

  제1부 가슴 울리는 천상의 소리, 2부 사랑엔 유통기한이 없다, 3 멋쟁이 되는 건 시간문제, 4부 속담으로 하는 대화로 전 4부에 실려 있는 시를 읽었다. 시인은 어렵고 가난하거나 아픔을 밥 먹듯 견뎌야 했던 사람들의 편에 서서 싸워 이길 수 있는 힘과 용기를 품을 수 있는 응원과 격려가 되어야 했다. 자신이 겪어야 했던 난관이나 어두운 그늘마저 마다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 이길 수 있는 참을성과 용기를 주어야 했다.

  김옥자 시인의 작품은 시상이 일상에서 흔히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 구성을 어렵지 않게 표출시키고 있다. 평소에 사용해오던 언어가 시어로써 결합되어 신축성 있고 활발한 회화로 구성되었다. 대체로 여러 사람들이 어우러져 소통을 취하는 흥겨운 위트와 유머가 섞인 현장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온다.

  앞으로 생활주변의 주제 보다는 시야를 넓혀 큰 이미지를 담을 수 있게 그릇을 보다 키울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세상에 펼쳐지는 일들을 부단히 관찰하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정신적인 면에서 독자들에게 앞서가는 의식의 세계를 제시해주는 훌륭한 시인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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