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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혼자서도 잘 놀 수 있는 장난감

혼자서도 잘 놀 수 있는 장난감

 

윤 제 철

 

1.들어가는 글

 

  현직에서 퇴임을 하거나 마땅하게 해야 할 일이 따로 없을 때 무료함을 달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늘 여행을 다니거나 친구를 만날 수도 없다. 그렇다고 늘 모임이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등산이나 산책, 또는 운동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몸을 너무 혹사 시킬 수는 없다. 어느 장소를 찾아가 문화원이나 복지관, 동사무소에서 열어놓은 흥미로운 강좌를 골라 강의를 듣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지만 일주일에 하루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해야 한다.

  휴일이나 강의가 없는 날에도 무언가 해야 하는 과제가 발생한다. 휴일은 가족과 함께 라는 좋은 소일거리가 있지만 매주 움직일 수는 없다. 서로 다른 일정을 가지고 지내다 보면 오히려 평일 보다 거북할 수도 있다.

  과연 어떻게 지내야 잘 지내는 것일까? 좋은 말로 잘 놀 수 있느냐는 것이다. 노는 것을 혼자 놀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존재감도 살리면서 재미도 있는 그런 것을 찾아보지만 마땅치가 않다. 친구들과 어울려 많은 이야기를 듣고 나서 해보지만 며칠 만에 포기하고 만다.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억지로 한다는 건 쉽지 않다. 문제는 본능적인 욕구를 충족시키자는 데 있다. 부족한 것을 채워준다든지 말하고 싶은 말을 해버린다든지 먹고 싶은 것을 먹는다는 것이 중요하다.

 

2.표현욕구

 

  욕구 중에서 가장 먼저 발동하는 것은 자신의 의사표현이다. 태어날 때 놀라서 울음소리를 내며 존재를 알렸다. 배가 고프거나 배설을 했을 때, 그리고 의사를 표현할 때 사용한 방법이었다. 그 다음 옹알이와 말하기였다. 말을 배워가면서 조금씩 어휘를 늘려가며 말을 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한글을 읽고 쓰는 과정을 거쳐 점차 글로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일기, 편지, 자기소개서나 논술문제 풀이 등이다. 꾸밈없이 있는 그대로를 솔직하게 쓰는 연습을 반복하였다. 그러나 욕구는 그 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생각의 방향을 바꾸어 남들이 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또한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었다. 처음 써 놓은 글을 낱말이나 어순을 바꿔가면서 느낌이나 이미지를 다르게 변화시켜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고 싶었다. 거기에 내 주장을 펼쳐 보다 강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야기의 주제를 감추기 위하여 사물을 관찰하고 감각을 동원하여 상상력을 키웠다. 마치 사람인 것처럼 사물과 대화를 나누어야 했다. 사물의 움직임이나 소리나 형태를 보고 느껴지는 것을 하나의 글감으로 떠올렸다.

  글감은 점차 다양해졌으나 기쁜 일은 오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글로 보관하고, 슬픈 일은 빨리 잊을 수 없어 모든 것들을 솔직히 누구에게 말을 하고난 듯 글로 써서 비로소 속이 시원해지는 것처럼 쏟아내는 것이다

 

 

 

3.상상력

 

  어떤 사물에 대한 관찰을 통하여 의인화하여 자신에게 있는 미음의 상태를 사물에게 묻고 대답하는 내용을 상상하여 만들어가는 것을 상상력이라 한다.

  예를 들면, 감자를 상자에 넣고 먹다가 시일이 지나 싹이 나고 감자가 쭈글쭈글해졌다. 관찰을 통하여 느껴지는 것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쭈글쭈글한 감자는 영양분을 빼앗기고 쩔쩔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싹은 영양분을 빼앗아 의기양양하게 자라나는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감자는 모든 것을 다 받쳐 자식을 사랑한 엄마였고 감자 싹은 말도 듣지 않고 속을 썩이고 다자란 후에는 그냥 큰 것처럼 딴 짓하는 자식을 상상하여 비유할 수 있다.

  동네 산을 올랐다가 우람한 가지가 뻗어 있고 많은 옹이를 상처로 갖고 있는 나무를 보고, 마음속에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마음이 편하여 아침마다 산책하는 일을 습관적으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산을 오를 수 있게 되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가 하면 근심이나 걱정을 진지하게 주고받는 대화는 모두가 자신의 생각이었다. 여러 가지 경우를 비교해가면서 좋은 것을 알게 하거나 해결 방법을 알려주었다. 스스로 고통을 벗어날 수 있었고 터놓고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가 되었다.

  이렇듯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얼마든지 있다. 우리 주변의 사물들이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할 일 없이 먼 산을 바라보는 것 보다 무언가 대상의 사물을 정하여 몰두하여 관찰하는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

 

4.이야기 만들기

 

  상상력을 동원하여 감자 싹을 보고 그 느낌을 메모를 했던 내용을 갖고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 감자는 어머니, 감자 싹은 나라고 메모했다. 메모를 해두면 그 생각을 기억할 수 있지만 메모를 하지 않으면 잊어버려 다시 찾아낼 수 없다. 아깝기 짝이 없지만 그냥 버려지고 마는 것이다. 늘 메모할 준비가 필요하다.

  메모는 간단하게 그 생각을 다시 떠올릴 수만 있으면 된다. 그 메모를 가지고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다. 어머니와 나의 이야기를 만들기로 하자.

  상자 안에 감자가/ 오래두고 먹으려 했더니/ 뽀얗게 싹이/ 추운 현관에서 피었다로 표현하여 독자들을 끌어드리는 유도가 필요하다.

감자를 보고탱탱하던 거죽은/ 바람 빠진 풍선 마냥/ 쭈글쭈글하다// 나를 낳고 기르시느라/ 등골이 다 빠진/ 어머니 모습이다라고 한다면,

  감자 싹은발아래 짓이겨진/ 껍데기 못 알아보고/ 저 혼자 자란 듯 우쭐대며/ 싹은 쑥쑥 내밀어/ 줄기가 다 되었다// 제 앞가림에 팔려/ 눈이 멀었던/ 내 모습이다로 묘사한다. 이 표현은 꼭 정답이랄 수 없고 완성이 없다. 느끼는 방향은 제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5.나가는 글

 

  메모가 된 것을 읽고 기억을 떠올려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은 메모지에 쓰고 지우고를 반복한다. 누구의 시선이나 관심을 받지 않고 자신만의 공간 안에서 정신을 집중하여 몰두해야 가능한 일이다.

  뇌를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정신건강 뿐만 아니라 전신운동이 된다. 그로 인하여 밤에 잠도 잘 잘 수 있고 치매예방에도 효과가 크다. 언제든지 시간만 나면 관찰을 하거나 이미 메모해놓은 글 내용을 써넣거나 솎아내는 작업을 해나가는 것에 흥미를 붙이면 장난감이 된다.

  이 장난감은 메모지와 필기도구가 있으면 해결되어 큰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나의 작품으로 원고가 마무리 되었으면 그 성취감이나 즐거움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가치가 있다. 생각지도 않게 글감을 얻는 일은 고맙고 귀한 일이며 그 것을 가지고 하나의 글로 완성되었을 때의 그 기쁨은 행복을 만나는 것이다.

우 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딱히 할 일이 없을 때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인격을 도야하는 수단이라 할 것이며 혼자서도 잘 놀 수 있는 장난감을 갖는 일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윤제철 약력

 

()세계문인협회 부이사장, 서울교원문학회 자문위원,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회원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광화문사랑방시낭송회 회장. 월간 문학세계 상임편집위원

성동구민대학 강사, 성동노인종합복지관 문예창작반 강사, 상도3동문학반 강사

한국문인협회 남북교류위원 역임, 영등포공업고등학교 교사역임

시집 :고향생각 한 잎,꼭 끼는 삶의 껍질,나를 앉힐 자리 하나,가려지지 않는 흠집,

  

 

 

 위 내용은 사학연금관리공단 퇴직교직원 단기지원강좌를 2018년 11월 2일 오후 3시30분에서 오후 5시까지

실시한 혼자서도 잘 놀 수 있는 장난감원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