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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기행

서울대공원 호숫가 전망 좋은 길

서울대공원 호숫가 전망 좋은 길

 

 

 살고 있는 집, 서울 남쪽에서 가까운 서울대공원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장안동에 살았을 적엔 어린이대공원이 좋았고, 사당동으로 이사하였다가 이젠 방배동에 산다. 한두 번 간 곳이 아니었건만 늘 호수를 크게 한 바퀴 돌고 말았던 터라 오늘에야 처음 찾은 길이 있다.

  나오다가 동물원 앞을 지나 호수를 바라보며 미리내교를 건너다가 다리를 다 지나서 호숫가 전망 좋은 길이라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필자는 자신이 없어 하는 아내 표정에 그냥 지나치려 하다 강한 의지를 보이자 방향을 잡았다. 아래에서 올라가려니 계단이 가파랗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던 것과는 달리 올라서니 완만하게 난 산길이 전형적인 전원의 모습 그대로였다. 서울에서 가까운 곳에도 이런 곳이 있을 줄이야, 놀랍기만 했다.

  아직 서울대공원엔 벚꽃이 피기 전이었지만 진달래나 개나리 목련은 만개 상태인 날씨였다. 이곳 호숫가 산책로엔 내 마음을 잡아당기며 부담 없이 걷게 하는 편안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나뭇가지가 엉켜져 있는 사이로 들여다보이는 호수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한 폭의 그림이다.



  목조난간 구조물 아래로 걸어내려가면 짙은 초록빛 소나무와 물가에 연두빛 버드나무가 어우러져 있는 그 자리 벤치에 우릴 앉히려고 기다리는듯하다. 조금 더 들어가면 후수가 거울인냥 건너편 호숫가 연두빛 버드나무가 수면에 거꾸로 매달려 대칭을 이뤄 반사된 모습을 여출해주었다. 가까이에 노닐던 갈대무리가 흔들던 머리를 곧추세우고 바라보며 무언가 이야기라도 걸어오려는 한다. 어디 가만있지 않고 누군가라도 붙잡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존재들이 이곳에는 없다.



  길이 끝나는 지점에는 동물원 입구로 나가는 다리가 왼편에 있고 오른쪽으로는 동물병원이 있었다. 그대로 쭉 나가면 대공원 정문쪽으로 이어진 도로가 한적하게 지키고 있다. 필자는 다시 온 길을 걷고 싶었지만 다리를 건너며 평길을 택했다. 온길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낮게 깔아놓은 래드 카펫마냥 간직하고 싶었다.



  오늘 하루는 왜인지 천하를 다 갖은 기분으로 성공적인 걷기운동을 마칠 수 있었다. 걸어나와 전철을 타기 위해 가다가 장사를 마무리하려는 할머니의 떡볶이 흰떡을 사드렸다. 무언가 성취감 같은 묵직한 무게를 느꼈다. 누구에게 한 번 가보라고 권해도 좋을 보물을 찾은 날이다. 어느 작은 영화의 주연을 맡아 마음껏 누린 휴일의 오후를 오래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201841일 오후

윤 제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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