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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기행

강화도, 석모도에서 바람과 햇살을 보다

문학기행

 

강화도, 석모도에서 바람과 햇살을 보다


 

1.들어가는 글

 

윤 제 철

 

  2018년을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228일이었다. 2대가 동원되어 움직이는 강화도, 석모도 문학기행은 왕십리역 10번 출구 성동우체국 앞에서 대기하는 2호차 승용차를 마장역 4번 출구 앞에서 필자와 함께 출발하는 1호차 택시가 합류하여 1호차에 김선덕 시인, 윤지훈 ()세계문인협회 사무총장과 필자, 그리고 2호차에는 송란교 시인, 손장순 시인, 배상삼 시인, 신영철 시인이 타고 오후 12시가 넘어 출발하여 최병영 시인, 평론가를 김포 고촌에서 1호차에 승차하도록 일정을 계획하였다.

  무전기를 비치하여 위치를 알려주며 쉽게 만날 수 있을 거라 여겼으나 생각만큼 따라 주지 못하였다. 오후 110분쯤 일행 8명이 만날 수 있었다. 날씨가 잔뜩 흐려지더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점심식사를 하고 가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다수의 생각은 강화도에 가서 먹기로 하였다.

 

2.강화도 선두항어판장


 

  강화도 지리에 자신감을 갖고 있는 최병영 시인의 기억을 믿기로 하고 5월부터 7월이 제철이라는 밴댕이회를 먹기로 하고 선두리 어판장으로 향했다. 속이 좁은 사람을 두고 밴댕이 소갈딱지란 말을 한다. 밴댕이는 워낙 성질이 급해서 잡히는 즉시 죽는데 밴댕이에 빗대어 말하는 것이다.

  오후 3시밖에 안되었지만 강화군 길상면 선두항 어판장의 회집들은 조명등이 켜졌다. 눈까지 섞여 진눈개비가 내렸지만 다행히 쌓이지는 않았다. 어항의 고즈넉한 분위기에 지나간 추억을 불러들여 가슴 한 쪽에서 만나봄직한 곳이었다. 한 가운데 출구를 가진 횟집을 들어갔다. 회색빛 바다가 멀리 희미하게 누워있는 섬을 품고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강화도 점심식사는 비록 늦긴 했어도 싱싱한 회와 탕으로 허리띠를 풀어놓고 윤지훈 총장님의 유머와 위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눈비 오는 강화도 길을 돌아 나와 석모대교를 향했다. 지역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다리를 놓으면서 뱃길은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갈매기에게 새우깡을 던져주며 석모도를 빤히 바라보며 10여분을 탔던 배가 눈앞에 어른거린다. 일정시간을 정해놓고 항해를 제한하여 늦게 까지 시간을 보내려면 일박하면서 필요한 생필품의 소비가 주민들에겐 만만치 않았던 수입의 요소였던가 보다. 석모대교를 건너 보문사를 보려 헸으나 어두워져 내일로 미루고 숙소로 들어가 짐을 풀고 저녁식사를 하고 세미나를 해야 하니 마트에 들어가 기본적인 먹거리를 사야했다.

 

3.문학세미나

 



  유성농원방향으로 들어가 노루목 펜션 길은 어두웠다. 좋은 날을 다 놓아두고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누굴 탓하랴. 사장님의 안내로 거실과 방 2개인 펜션으로 입실하여 저녁식당을 알아봤지만 시간이 늦어 여의치 않아 준비한 자료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사장님은 형편을 파악하시고 쌀까지 지원해주셨다. 김치를 비롯한 반찬을 식탁 2개를 펴서 먼저 올려놓고 손장순 시인과 김선덕 시인의 수고로 서둘러 밥을 하고 라면까지 끓여 식성에 맞게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곁들여 신영철 시인께서 2년 반 이상 담근 삼지구엽초 술을 선물하셔서 귀한 맛을 볼 수 있었다. 삼지구엽초는 줄기에서 가지가 나와 3개씩 2회 갈라져서 9개의 작은 잎이 달린다. 생약명은 음양곽이라 한다. 치매나 정력을 다스리며 그 외에도 심장, 중풍, 간장, 혈압, 기침에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이어서 문학세미나를 출발 전에 공지하여 준비한 시 1편을 참석하신 분들께 복사하여 나누어드리고 작품에 대한 대담형식의 세미나를 갖고자 계획했었다. 작품 중에서 윤제철 시인의컴퓨터 모니터에서누르면 자꾸 생겨나는 신기한 세상/ 죽지 않고 살아나는 명이 긴 존재들이/ 끝도 없이 내밀며 머리를 흔든다/ 좁으면서 넓은 문이다로 마무리 되었다. 창문과 모니터를 통해 보는 새로운 세상의 면적은 반비례 현상이다. 마력에 빠지는 정보홍수를 맞고 있다는 배상삼 시인의 평을 들었다.

  송란교 시인의기다림과 설레임 사이애서하얀 밥 짓다/ 냉 길에 눈 비벼/ 눈물 밥 짓누나/ 초승달 끝 대롱대롱/ 하얀 진주알/ 떨어질까 마를까로 기다림과 설레임은 과거와 현재의 사실에 대한 그리움과 기대, 하얀 밥과 눈물 밥이 하얀 진주알로 변화되는 사이로 최병영 시인은 평했다.

  배상삼 시인의23회 평창 동계올림픽에서이념과 사상의 벽을 넘어/ 너와 내가 따로 없이 하나로 뭉쳤다/ 사랑과 봉사와 화합으로/ 무한한 찬사와 격려를 보낸다는 며칠 전에 끝난 동계올림픽에 관한 감회가 남다르다. 앞의 네 개의 연과 언급되지 않은 마무리 연과 시야의 방향을 하나로 하자는 손장순 시인과 김선덕 시인의 평이다.

  신영철 시인의언어들이 피는 꽃에 대한 대담이 주를 이루었다. 언어들이 피운 꽃이 시가 되듯 전국에 계시는 많은 문학세계문인회 회원 여러분들의 단합으로 우리도 문학의 꽃을 피워보자는 송란교 시인과 윤지훈 총장의 평으로 결론을 맺었다.

  저녁식사를 한 식기들을 설거지하시느라 애써주신 손 시인의 수고가 고마웠다. 계속 내리던 비가 그쳤으나 기온은 떨어지는 걸 확인하고 내일의 일정을 이야기하다 잠이 들었다.


4.아침산책

 


  눈이 떠진 시간은 여섯시가 넘어서였다. 화장실을 다녀와 다시 누웠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산책을 다녀올까 밖을 보니 나무들이 바람에 휘청거리고 있었다. 망설이다가 잠이 깨신 신영철 시인과 함께 나갔다. 날씨는 맑지만 바람이 세고 몹시 차갑게 불었다. 시진을 찍으면서 펜션 주변을 돌았다.

  멀리 바라다 보이는 비닐하우스 뒤에 가로등 불빛이 별처럼 빛나고 언덕위에 나무들과 서있는 존재들이 나를 애타게 부르며 인적이 드물어 사람이 그리웠는지 말을 걸고 있었다. 쓰고 있던 모자가 바림에 여러 번 벗어져 땅에 떨어진 걸 주어서 써야했다. 묶여있는 개들까지 반가워 짖으면서 아침을 열었지만, 펜션 뒤로 들어가는 언덕길을 찾아 걸어가다 다시 모자가 벗어졌다. 뚝 아래로 날아간 모자를 집으려고 내려가다 센바람에 날아갈 뻔했다.

  방으로 들어가니 연장자이신 배 시인께서 빗자루로 방을 쓰시는 등 아침청소를 하고 계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유리창문 밖에서 해가 뜨고 즐거운 하루를 약속하고 있었다.

 

5.족욕체험



 

서해가든은 식당 겸 민박을 하는 곳으로 펜션 들어가던 길모퉁이에 있었다. 언제 비가 내렸느냐는 듯 밝게 빛나는 아침이었다. 꽃게탕으로 주문한 식사는 모두의 입맛을 만족시키고 있었다. 따뜻한 온기를 뿜어주는 날로 옆에서 한 끼의 행복을 맛 보고나서 이쑤시개와 껌 하나씩을 나눠주시더니 식사대까지 내주시는 배 시인님께 감사의 박수를 보내드렸다.

  족욕체험은 차로 5분 정도 거리에 있었다. 리안월드 석모에코종합온천단지 분양을 위한 모델하우스를 열면서 온천수를 이용한 족욕체험을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였다. 세 단계로 온도를 구분하였다. 처음 발을 담근 곳이 45정도로 적당하였는데 뜨거운 게 좋다며 오라하여 옮겼더니 너무 뜨거워 오래 담그지는 못했다. 다시 그곳으로 옮기려했더니 자리가 없었다. 약한 곳으로 옮겨간 곳은 너무 미적지근하였다. 온천을 한 것처럼 훈훈한 몸으로 그곳을 나왔다.

 

6.보문사

 




  보문사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맑은 날씨는 어제와 대조적이었다. 약간 싸늘한 기운은 감돌았지만 가파른 경사 길은 우리를 많이 움직이게 하였고 몸에서 열이 났다. 5-10분 정도로 먼 거리는 아니지만 자신의 체중만큼 짊어지고 오르는 에너지가 소비되었다. 보문사는 낙가산이 있는 강화군 삼산면 매음리에 위치하고 있다. 신라시대의 절로서 대한불교조계종 직영사찰로 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영지 중 한 곳이다.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대웅전인 전명 5칸 크기의 극락보전이었다. 그 뒤로 낙가산 위에 눈썹바위와 마애불이 멀리 보였다. 그리고 좌측에 강화 보문사 석실이 있었다. 높이 4m, 가로 11.3m, 세로 8m. 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제27. 신통굴, 나한전이라고도 하며, 한가운데에 석가여래상, 좌우에 18나한상이 있다. 그리고 경사 길로 오르면 모습이 모두 다른 오백 개의 나한상이 하얗게 줄지어 봉안한 사람의 새겨진 이름 별로 눈부시게 앉아있었다. 석실의 지붕처럼 넓은 바위 천인대 위에 와불전에는 거대한 불상이 누워 잠들어 있었다.

  대웅전 옆으로 난 계단을 따라 419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처마처럼 내민 눈썹바위와 1928년 높이 920cm, 너비 330cm 크기의 마애관음보살 좌상이 양각으로 조성되어있다.


7.육필문학관




 

  컴퓨터의 발전에 따라 손으로 쓰는 원고를 보기가 힘들어졌다. 과거의 오랜 추억으로 남아있게 되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겨 한 여류 시인에 의해 작고하신 시인께 기증 받은 40여점의 육필을 혼자만 볼 수 없어 생각 중 만들어진 문학관이며 노희정 관장의 평생 사업이 되었다. 가슴으로 지은 집이라 말할 수 있다. 돌 하나하나에 정성이 깃든 건물을 지어나가 지금도 증축 중이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시인의 꿈을 꾸며 살다 무언가 아 땅에 남기겠다는 생각에 시인들의 흔적을 남기고자 하는 사명을 갖고 실현시킨 것이다.

  1층에 카페, 전시실1, 전시실2, 2층에 시낭송실, 외부 실외와 연결된 강의실, 뒤뜰이 있다이름을 대면 알만한 시인들의 육필 시가 전시되어 있었다. 이제는 기증품 외에도 원로시인들의 육필을 확보하여 주기적으로 변경하여 기획전시를 하고 있다. 자주 다녔던 필자지만 많이 달라져 가고 있는 걸 보면 완성이 되기까지 아직도 먼 것 같다. 오늘도 31일 삼일절인데 전시실에 나와 계셨고 손님들이 많았다.  

  전시실을 살피던 일행은 2층 시낭송실에 앉았다. 차 한 잔을 마시면서 따로 진행순서가 없이 필자가 먼저컴퓨터 모니터를 낭송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작되었고 손장순 시인의바람 부는 날이 이어졌다. 오늘 아침 석모도 숙소에서 나와 비온 뒤에 부는 강한 바람을 맞으며 쓴 울림이 큰 시였다. 최병영 시인의호밀밭을 낭송 분위기에 젖어 즉흥에 가까운 강한 이미지의 시가 탄생되었다. 신영철 시인의풍차가 이어졌고 노희정 관장의 문학관 연혁과 강화도 사투리가 진하게 표현된 시 한편을 낭송했다. 김선덕 시인의 문학세미나 소감을 말하던 중 평창 동계올림픽과 삼일절에 연관 지으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삼일절의 감동을 담아 총장님의 제의로 만세 삼창을 함께 하였다.

 

8. 애기봉과 저녁식사

 

  애기봉을 찾았지만 공사를 하고 있어 볼 수 없었다. 많이 다녀온 곳으로 서측방의 최북단인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조강리 해발 154고지에 위치하고 있다. 해발 154고지에 위치한 '애기봉전망대'는 우리나라에서 1.8에 위치한 북한 개성시 판문군 조강리 일대를 최단 거리에서 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전망대로서 북한 주민의 생활 모습과 선전용 위장마을 및 각종 장애물을 볼 수 있다. 병자호란 때 평양감사와 기생 애기와의 슬픈 설화가 서려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하는 수 없이 일정을 접고 늦은 식사를 위해 식당을 찾았다. 장어구이를 원하는 분들이 많아 강화대교를 건너 해안도로 회집을 둘러보아도 마음에 드는 곳이 없어 다시 강화초지대교를 건너 회집이 많은 곳에 도착하였다. 대명항 방향의 횟집이었다.

  비싼 장어는 맛만 보는 걸로 하고 실정에 맞는 메뉴로 주문하여 식사를 하면서 12일의 문학 세미나를 마치고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한 세미나로 전환하지는 의견에 대한 토론으로 시간가는 줄 모르게 보낸 알찬 시간이었다.

 

9.나오는 글

 

  다른 어느 지역 보다 역사와 문화에 얽힌 관심사가 많은 곳이 강화도이며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는 곳도 석모도 일 것이다. 평소에 보지 못한 상황을 만날 수 있는 요소가 여기저기에 펼쳐져 있는 곳이었다. 몇 분이 현지에서 즉흥적인 시상을 얻어 낭송하고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즐길 수 있었다.

 문학세미나는 문학 분야의 전문가들 몇 명이 특정한 과제에 대해 행하는 연수회이다. 연수회란 문학 이론이나 창작에 필요한 지식을 배우거나 훈련하기 위한 행사다. 문학기행을 여러 번 했지만 일행과 여행을 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에서 글감을 얻고 현지문인들과 만나 친목과 교류를 할 수 있었다면, 문학세미나는 주어진 주제를 발표하면 듣고 나서 주제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에 대한 토론을 통하여 보다 새로운 문학의 영역을 확장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기왕에 도회지를 벗어나 자연과 벗하면서 순수한 문학의 세계를 만나보는 것도 큰 수확임을 확인하였다. 보다 많은 문인들을 대상으로 확대하여 더 깊이 있는 내용으로 사전에 더 철저한 준비로 자료를 찾고 정리해야할 과제를 남겼다.

  전반에 걸친 기획이나 진행에 앞장 서주신 윤지훈 총장님과 참석하여 협조해주신 모든 시인님들께 감사드리며 펜을 놓는다.

 

 2018년 3월 2일


위 내용은 월간 문학세계 2018년 4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