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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기행

추석 다음날의 풍경



추석 다음날의 풍경

 

  추석날은 명절을 쇠고 본가의 식구들이 다녀가면 늘 그래왔듯이 추석 다음날은 처가의 식구들이 모여 점심을 같이 하던 기억을 갖고 있다. 하지만 오늘은 큰 처제가 개인 사정으로 이천 호국원에 다녀올 것을 제안하여 도로사정을 걱정하였지만 그러기로 하였다. 막상 중부고속도로에 들어섰을 때 사정은 13킬로미터 정체로 여의치 않아 후일로 미루고 인근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게 어떨지 먼저 상황을 파악한 입장에서 알렸지만 큰 처제와 작은 처제는 부득이 가야만 한다는 답을 주었다. 더 걱정인 것은 서울로 돌아 올 때의 도로는 더욱 극심한 체증이 예상된다는 정보도 더욱 안타깝게 하였던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우리 내외는 갈 수 없다는 판단으로 고속도로에서 팔당대교 방향으로 나와 일단정심사에 가있으면서 막내 처제의 답을 기다리기로 했다. 연휴를 보내는 한적한 산사의 풍경에 안겨 마음을 가다듬었다. 다행히 의견을 모아 고속도로에 상황을 목격하고 정심사로 모였다. 오늘이 아니면 갈 날이 없었다는 형편을 듣고 굳이 모두가 참석한다는 원칙이 어디있냐며 시간이 없으면 빠질 수도 있지 않겠냐며 시간이 되는 사람들끼리 다음을 기약하고 말았다.



  모과나무에 모과가 주렁주렁 열려 눈에 띄는 뜨락 옆 주차장에서 옮겨갈 장소를 결정하여 길동생태공원으로 출발하여 가는 도중에 식당으로 바로 가자고 연락이 오기도 하였다. 우리는 허브천문공원 입구에마드레식당으로 들어갔다. 어느새 시간은 12시가 다되었다. 식당을 정하는 것도 명절 연휴중이라 쉬는 곳이 많아 어렵게 찾았다. 각자 식성에 맞게 주문하였고 나는 황태구이를 시켰다.

  명절 때나 시간을 내어 만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왔다.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어른들은 어른들끼리 앉아 담소를 나눴다. 서로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소중한 일이었다. 궁금했던 일들을 확인하고 축하해줘야 할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일행은 인근의 라이팅 카페「헤스트 허브를 찾았다. 크게 기대는 안했어도 커피 맛은 기품이 있었다. 거기에다 팥빙수는 값도 싸고 따로 나누어 먹을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는 서비스도 좋았다. 뿐만 아니라 우리 일행 열 한 명 중에 한 사람인 보컬리스트 남휘현의 피아노 연주가 카페를 완전히 장악한 오후였다. 함께 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모두가 마음으로 소통을 이루는 만남이 끊이지 않고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란다. 더불어 건강과 평안을 비는 마음 간절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손 아래인 가족과 이미 오래된 것들이 이야기의 소재로 떠오른다는 것에 등한시 하는 나를 발견하곤하여 나를 다독였다.

 

2017105

 

윤 제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