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
주위에 사람이 여럿 있는데도
내가 한 말에 아무 댓구가 없다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여기는 순간
아찔한 낭떠러지로 떨어진다
제자리로 돌아오려 허우적거려 봐도
나마저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
단순한 무시일까 아니면 왕따일까
한참 잘나가던 시절에는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잘 보이려고 아부하던 존재들이
퇴임하고 나서 힘이 없다고 무시한다
기다려도 답이 오지 않는 동안
몸에는 전류가 흐르지 않았다
살아있다는 느낌이 사라져간다
아니 벌써 죽어있는지 모른다
말이 통하지 않는 고독한 공간에서
애써 소리를 지르면 한참 뒤
메아리가 돌아오는 삭막한 바닥에
거꾸로 서서 혈액이 머리로
몰리기를 바라는 하소연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