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활칼럼

남산 나들이

남산 나들이

  - 2016년 4월 13일 수요일

 

 

1.

  국회위원 선거가 있는 날이다. 오전엔 집에서 쉬고 오후에 살고 있는 아파트 북카페에서 선거를 했다. 딸아이가 선거 개표요원으로 신청하여 나간다고 해서 나가는 시간을 맞춰야했다. 선거를 마치고 차를 갖고 외출하기로 했기에 나가는 김에 태워다 달라는 눈치였다. 사당역에 내려주고 아내와 함께 가는 곳은 서울타워였다. 그냥가도 아는 길이지만 스마트폰 네비게이션을 켜고 가보고 싶었다. 정보에 따라 경로를 안내한다면서 안가본길로 들어서는데 정말 대단했다. 남산에 거의 다 와서는 골목길 같은 곳으로 질러가는 데 막히는 남산 길에서 보람을 느꼈다.

  남산으로 들어서자 케이블카 타는데서 안내가 끝나고 알아서 다녀야했다. 소월로를 지나 서울타워 방향으로 4킬로미터를 가야하는데 바로 올라가는 길들은 줄이 엄청나게 길었다. 돌아서 국립극장 쪽으로 올라가려니 일반 승용차는 들어갈 수가 없다고 했다. 극장주차장에 주차하고 걸어서 올라가라는 것이다. 이곳에서부터 남산 둘레길이 시작되기 때문이었다.

  언젠가도 한 번 올라가본 길이긴 했지만 잠시 걸었었다. 오늘은 아내가 만보기까지 준비하여 만보를 걷자고 했다. 벚꽃은 흐드러지게 만개하는 시기를 지나 바람에 눈 내리듯 날리고 있었다. 개나리도 꽃이 일부 지고 이파리가 올라와 흰 바탕에 초록빛깔이 합쳐져 더욱 싱그럽게 보였다.

 

 

 

 

 

 

 

 

 

 

 

 

 

 

 

 

 

 

2.

 활쏘기 연습장에서 활을 겨누는 남녀 두 분의 모습이 보였다. 과녁은 생각 보다 엄청 멀리 세워져 있었다. 어디에 맞았는지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알려주는 깃발도 없었다. 다만 과녁 위에 작은 원 모양의 전광판에 불이 들어올 뿐이었다. 올림픽에서 실력을 겨루던 양국선수들의 과녁보다 먼 느낌이었다.

  길가에 개울물이 흐르고 주변에는 키 작은 난 종류의 식물이 열 지어 서있었다. 많은 인파들도 길을 차지하고 줄이 끊어지지 않았다. 길에서 산 안쪽으로 작은 연못이 말라 공터로 남은 자리에 하얗게 벚꽃잎들이 쌓여 개울까지 덮고 있었다. 영락없는 봄눈이 쌓여있었다. 서울타워가 가까이 보였지만 연결되지는 않았다. 아내가 오천 보 걸은 숫자를 확인하고 돌아섰다. 돌아가는 길은 오르막길을 의식하여 힘이 들었다. 내리막길이 나오길 은근히 바랬다. 힘이 들어서였을까, 불과 1850미터밖에 안 되는 길을 왕복하는데,

 

 

 

 

 

 

 

 

 

 

 

 

 

 

 

 

3.

  국립극장 주차장 가까이 들어서자 붉은 복사꽃 향기가 힘들었던 몸을 순식간에 풀어주었다. 남산에 나무와 꽃들이 정겹게 반겨주는 나들이가 하루를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조금만 부지런 하면 얼마든지 좋은 곳을 찾아다닐 수 있으련만 마음처럼 움직여지지 않았었다.

  예전 같으면 노인에 해당될 나이라지만 요즘은 나이도 아니라니 시대의 흐름을 따라 살아야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니다. 나이를 더 먹어도 마찬가지로 수명은 향상되고 언제나 어른 소리 듣고나 살려는지 모르겠다. 나이 먹은 척 하지 말고 젊게 살라는 말이 모두에게 해당되는지 묻고 싶어졌다.

  어쨌든 남만큼은 살아야 억울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건강을 위해서 공기 좋은 산도 찾는 게 아닐까, 살아 있는 동안 원활하게 거동하기 위한 몸부림일 것이다. 나이를 먹어가도 안 먹은 척하며 버티고 사는 것이다. 문제는 내 자신에 대한 존재감을 잃지 말아야겠다.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확인하는 데는 돈을 버는 일만이 일이 아니라는 생각으로 만들어 나서야 한다. 그래야 미래를 향해 나설 수 있는 의욕을 일깨워줄 수 있다. 나를 찾아준 남산의 나들이가 고맙다.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의미를 찾는구나 생각하면서도 그 것이 그리 싫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