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잠시라도 남에게 지면 죽는 줄 아는 세상에
자진하여 몸을 낮춰 언제나 주인을 따르며
충성을 다하는 너를 미워하랴
상대를 돋보이게 하였지만
한 번도 그 공을 알아주지 않아도
제 역할에 만족해야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랴
빛이 없을 때나 흔적을 감추고 쉴 뿐
주인이 없으면 함께 사라져
따로 나설 수 없는 존재인 것을 누굴 탓하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처럼 완벽한 주종관계를
볼 수가 없었으니 얼마나 절묘한가,
주인의 절대권력을 위대하다 할까,
그림자의 신출귀몰한 도력일까,
빛은 오늘도 너의 모든 활동 반경을 쥐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