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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한국화가 최영남 초대전을 보고나서

한국화가 최영남 초대전을 보고나서



  작년 가을, 관악문화원 행사 때 잠간 얼굴을 마주했던 문학반 회원님들의 모습이 역력한 올 봄, 며칠 전에 최영남님이 한국화 전시회를 연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장소는 관악구청 2층이었다. 이번 전시는 초대전이었다. 여러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일전에 문화원에서 그룹전을 통하여 한 두 편 본 기억은 있지만 그와는 비교가 될 수 없다.

 기념이 될 수 있는 걸 드리고 싶어 그곳을 그만두고 이듬해 발간한 시집 <가려지지 않는 흠집>을 들고 나섰다. 날씨는 흐려 빗방울이라도 떨어질 듯하였다.





전시장에는 손님들이 계셨다. 모두 문인들이었다. 반갑게 맞아주셔서 앉아 자연스럽게 이야길 나눌 수 있어 편안했다. 컵에 따라 주신 차는 평소에 마시기 어려운 귀한 한차였다. 염치없이 몇 잔을 마셨다. 이야기도 리듬을 타고 이어나갈 수 있었다. 만난 분들 중에 김남권 시인과 오래 공감대를 형성하며 이야길 나누었다. 두 여류시인께서 자리를 뜨시고 잠시 후 팔순이 넘으신 할머니께서 오셨다. 관악문화원 초창기에 강의를 들으시다 오래 이어나가지 못하신 걸 후회하셨다. 매사가 때가 있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시고 한으로 남아계셨다. 전시회 축하 겸 그 시절을 만나고 싶은 기대를 안고 오셨다.



정성스런 국화꽃/ 가을에 향을 뽐내더니/ 이듬해 봄 한 컵에 세 송이/ 혀끝에 그윽한 맛 담는다//

말랐던 지난 기억들을/ 뜨거운 물에 우려내/ 그날을 다시 사는 듯/ 가슴을 열어 찾는다//

지나간 날들이/ 소중하고 길다한들/ 앞으로 살아갈 날밖에/ 관심이 없어도/ 잊지 않고 바라다 보이는/찻잔 안에 눈이 뜬다//

  - 졸시 <국화차> 전문


  그윽한 향, 한 잔의 차가 나를 만나고 있었다. 국화차였다. 혀끝을 통해 전신에 묻어나는 추억을 가슴에 쓸어 담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작품을 보고 마음에 드는 걸 골라 허락을 받아 사진을 찍었다. 붓으로 세상을 열고 있는 최영남님은 대담한 선으로 여러 면을 뭉뚱그려 표현하고 있다. 그러면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 편의 시를 읽고 있는 기분에 잠겼다. 사인을 남기고 나오려는데 관악문화원 사무국장님이 오셨다. 반가운 분이셨다. 그곳에서 3년을 강의할 때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으셨던 분이셨다. 가믐 들었던 내 머음에 촉촉이 단비를 내려준 한국화 전시를 보며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다. 앞으로도 기회가 자주 있길 바란다. 발전을 빌면서 그리고 다시 만나길 바라면서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떼어야 했다.      





2015년 4월 13일

봄비 내리는 저녁

윤 제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