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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잊었던 시간을 찾아서 - 대전광명기슬학교를 떠난 39년

잊었던 시간을 찾아서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시간을 찾아 나섰다. 대전광명기슬학교 졸업생들을 만나는 발길은 많은 것을 궁금하게 했다. 벌써 39년의 세월이 흘러버린 그날의 모습을 그려보며 서울강남고속터미널을 향했다.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기억을 더듬어 무엇에 의의를 두는지를 알 수 있다. 주선을 해온 박진억은 필자의 블로그에 방문을 계기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게 하였고, 어떻게 살고 있는가 궁금증을 갖게 되었다. 오늘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매년 2월에 친구들이 모인다는데 금년에는 설날이 끼어 3월로 미루어졌다고 했다.

  대전광명기술학교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부담을 줄여 다닐 수 있도록 개인이 운영하는 비정규중학과정을 배우는 학교였기에 학습의욕을 갖고 있어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었다. 필자의 입장도 교육청 채용순위고사를 보고 발령을 기다리다가 지장이 없다하여 대기상태에서 교육이 무언지 모르는 상태애서 순수한 열정을 불사르던 시기였다. 많은 시행착오를 일으키면서 76년도 8월말부터 함께 6개월을 지냈었다.

  그런 나는 그들을 보고 싶어 먼 길을 나섰고 그들은 나를 기다렸다. 돌이켜보면 미안하기만 한 시간들이었다. 속사정도 모르고 가슴 아프게 한 말들을 없었는지 기억은 없지만 걱정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이제는 그 어려움을 모두 파헤치고 버젓하게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왔음을 보이려한다.





파릇파릇 새싹들의 속삭임이 들린다

때 안 묻고 순수했던 소년 소녀들에게

교육이 뭔지 모르고

나를 가르쳐 주시던 선생님 흉내를 내던

그날로 돌아갈 수는 없을까


지금은 장년의 옷을 입고 있어도

나의 시행착오를 보고 겪었던 제자들에게

그 시절 마음으로 만나

잘못을 묻고 새롭게 봄을 열어

삶을 순환시켜주는 꽃밭을 가꾸고 싶다

- 졸시「꽃밭」전문





 예정시간을 지키지 못하고 다소 늦었다. 이미 참석자 대부분이 도착되어있었다. 박진억이를 포함한 여러 졸업생들 모습과 정태준, 송용근 선생님을 뵐 수 있었다. 닫혀있던 시간의 문이 열렸다. 이제는 55-56세 장년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마음으로 그 당시의 소년, 소녀로 만나고 있었고 필자 자신도 20대 후반의 나이로 돌아와 있었다. 아름다운 시절이 따로 없었다. 마치 이산가족이 상봉이나 하듯 안쓰러운 가슴이다. 하지만 교직에 몸 담아온 입장에서 이 제자들은 묘목이었다. 가장 소중한 발판이었다. 이들의 이야기를 빼고서는 어떤 이야기도 성립되지 않는다.



  잊어버린 기억을 더듬어 막혔던 세월의 순환을 원활하게 뚫어준 참석자 모두에게 감사하며 먼저 나와야 하는 아쉬움을 피할 수가 없었다. 다음 기회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문을 나섰다. 


2015년 3월 21일

윤 제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