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탄생
윤제철
주머니에서 꺼낸 메모지 안에는
어느 곳에서든 사물이 움직이는 모양을 보고
사람이 행동하는 모습과 상관되는
이야기를 주고받고 나서 만난 시상이
하고 싶은 말 그대로 들어있다
리듬이 엉키는 군더더기를 솎아내고
먼저 행과 나중 행을 바꾸거나
같은 행에서 앞 낱말과 뒤 낱말을
맞바꾸어 맛을 내다 제 맛이 안 나면
다른 시어를 더 넣어 섞는다.
처음에 썼던 내용과 달리 만들어진 이미지가
새롭게 느껴지는 마음속에 전기로 흘렀다
멀쩡한 육신으로 세상에 나가 제구실을 다 하는
생명체로 태어나길 바라며
완전에 가깝게 다듬어 내놓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