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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강의(운문)

13.그리움을 노래한 시 - 회원 시

13. 시는 어떻게 쓰나?

 

윤제철

 

뜰 안에 만발하게 꽃과 잎 따서

백반이랑 돌로 빻아

손톱 위에 살며시 올려놓고/ 독고마리 잎으로 싸매고

실로 묶어서 밤새도록 괴로워도 참았지

아침에 풀어보니 빨갛게 물들은 거

보면서 기분 좋았지

 

지금은 메니큐어 칠하고 10분이면

반질반질 윤나고 화려하지만

일하면 긁히고 더 지저분하지

옛날 방식으로 물들이면

다 자랄 때까지 색깔도 변치 않고

반달처럼 예쁜 게 봉선화 매력이지

- 김옥자의「봉선화」전문

 

  손톱에 봉선화 물들이기는 할머니들이 귀여운 손자 손녀들에게 해주시던 정표이다. 1연에서는 물들이는 방법에 대한 내용으로 전개되고 있다. 2연에서는 요즘 봉선화를 대신하여 사용하는 메니큐어와 비교하고 단점이 많아 옛날 방법을 그리워하고 있다.

  화자는 봉선화에 대한 추억을 잊을 수가 없다. 정이 담뿍 담긴 물들이는 과정이 그립다. 요즘 메니큐어는 10분 만에 바르면 되지만 쉽게 망가지고 봉선화를 대신할 수가 없다. 단순한 손톱 물들이기가 아닌 어린 시절의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

 

심산 고갯길

선비인지 서당 생도인지

도포자락 여미며 단봇짐 등에 메고

등 그림자 벗 삼아

오늘 배운

시 한수를 외우며

천일원권(天一元權 )인 냥

흥얼 흥얼 ~

 

돌아올 때 다시 밟고 지나올

흰 눈 발자국을 남기고 한양 길에 나선

길손의 귓가엔

틈 바위 속에서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외로운 나그네의 한을 한껏 감싸주는 듯 하여라

- 이석남의「밤길 · 2」전문

 

  깊고 험한 산 고갯길을 단봇짐을 진 선비 하나가 시 한수 외우며 한적함을 이기려고 한다. 다시 올 길 흔적으로 세긴 흰 눈 위에 발자국보다 틈 바위에 흐르는 물소리가 한껏 감싸주는 밤길이다. 아무리 위세를 떨어보지만 친근감 있게 다가오는 물소리만 못하다는 것이다.

  화자는 밤에 심산 고갯길을 걸으면서 한양 길을 나서는 상상 속에 떠오르는 선비가 되어본다. 그리고 화자 자신이 한적함을 이기려는 방법으로 배운 시 한 수를 선택한다. 그러나 그 걸로도 만족하지 못한다. 귀에 들려오는 틈 바위 속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정겹기만 하다.

 

*심산 : 깊고 험한 산 *단봇짐 : 매우 간단하게 꾸려 보에 싼 짐

*천일원권 : 영혼과 육체는 뗄 수 없는 천적

 

2.구름이 피어오르는 하늘

경사가 예쁜 야산 사이로

나는 흘러가고 있습니다

 

5.단풍잎이 내게 반해 살짝 안기고

물고기들은 신나 구경 다니고

매미들도 축하해 줍니다

 

1.눈이 많이 오고 꽁꽁 얼어

같이 있을 수 있어 행복했는데

금방 봄이 와 여행을 떠났습니다

 

3.장마가 와서 서로를 찾을 수 없고

헤매다 가뭄이 오고 아파서

물가에 쓰러 졌습니다

 

4.내가 없어도 친구들의 소리는

세차게 들렸지요

물줄기인줄 알았던 내가

물방울 이었습니다

- 이옥희의「시냇물」전문

 

  화자는 시냇물이다. 하늘과 야산 사이로 흘러가고, 단풍잎이 안기고 물고기는 구경 다니고, 매미들은 축하해준다. 겨울엔 같이 있어 좋았는데 봄이 와 여행을 떠났다. 장마로 찾지 못하고 가뭄으로 쓰러졌다. 물줄기인줄 안 나는 물방울이었다.

  시냇물의 이동과 상태가 드러나 있다. 계절 따라 겨울에서 봄은 3연과 1연과 여름은 4연 과 5연 가을은 2연이다. 계절의 상황이 달라지는 시냇물의 입장이 밝혀진다. 시냇물이 본 자연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입장을 바꾸어 비유해보는 것이 시를 이해하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