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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강의(운문)

10. 당부하는 시 - 필자

 

10. 시는 어떻게 쓰나?

 

무쇠 솥에 콩 삶아

구수한 냄새를 마시면서/ 메주 띠워 장담가

동네 아낙네들 불러 모아 잘 띠웠는가

맛 자랑 하시든 어머니

 

이젠 신토불이 그 맛을 어데 가(어디에 갔나) 찾아볼까

온 동네 헤매 (찾아)보건만 옛 맛은 간데없고

 

가짜 콩에 목을 매니

맛의 원조는 깊은 잠에 들었는가

 

허나 뒷골목 청국장

인산인해로다

TV 보도 맛 자랑에 나왔다고

 

오~

씁쓸하게만 느껴지는 뒷골목 청국장 집

- 이석남의「청국장」전문

 

 청국장의 참 맛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겨 마을 아낙네들에게 자랑하시든 어머니의 모습이 그립습니다. 찾아도 눈에 띄지 않는 청국장인데 뒷골목 청국장은 가짜 콩에 원조의 맛도 아닌데 TV 보도 맛 자랑에 나왔다고 맛 보다 광고만 믿는 사람들의 심리상태가 아쉽기만 합니다.

 이런 경우는 반드시 청국장에 한하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이와 흡사한 상태로 눈에 띄고 있어 씁쓸한 것입니다. 겉치레 상술에 속아 숨어있는 진면모를 거들떠보지 않는 세상을 꾸짖고 있습니다.

 

3.복수가 차서 부어있는 나를 보고

4.마음이 아펐답니다

1.누워 자는 모습 보며 이대로 죽어버리면

2.어떻게 하나 울었던 날이 몇 날인지 모른답니다

5.나란히 누워 간이식 수술하며 기도했습니다

6.수술 후 눈을 떴을 때 여보 사랑해/살아있어

7.고마워란 말이 들렸습니다

8.웃을 수 있고 고통도 같이 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 이옥희의「나의 반쪽」전문

 

 부부는 하나입니다. 각각은 반쪽이 됩니다. 둘 중 하나가 중병에 걸리면 걱정이 안 될 수 없습니다. 한 쪽이 먼저 세상을 뜨면 따라 죽을 상황입니다. 간이식을 위해 함께 누웠던 기억은 충분히 그런 각오가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살아 있어 정말 고마울 뿐입니다. 오죽하면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아름답다고 했겠습니까? 살아서 존재함으로서 가치와 사랑이 샘솟는 것입니다. 순간 찾아온 기쁨과 사랑이 시상으로 연결되어 두고두고 기억하게 합니다.

 

얘는 나를 좋아 하나봐

나만 따라다녀 마음이 시커먼가봐

내가 하얀 옷을 입어도 꺼먼 걸 보니

그림자는 나하는 대로 따라 하기

때문에/ 몸가짐이나 행동을 잘 해야

될 것 같아/ 나를 좋아 하나봐

- 김옥자의「그림자」전문

 

 시 속의 화자는 그림자가 항상 자신을 따라 다니면서 자신의 못된 행동을 따라 해서 시커멓게 된 것을 반성하고 있습니다. 행동을 잘하면 그림자가 시커멓게 되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림자가 밤이고 낮이고 계속 따라 다니는 것과 같이 함께 있으니 행동하는 걸 본을 보게 된다는 시상을 갖고 이야기의 매체로 사용하여 시어들을 다듬은 것입니다.

 꾸밈이 없고 자연스럽게 펼쳐놓은 시가 공감을 갖게 하고 반성을 통하여 감동을 주게 됩니다. 시의 주제는 일상 속에서 관찰을 하다보면 얼마든지 찾아 냉 수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바쁘다 하더라도 사람이나 사물의 움직임 하나 바라다 볼 시간이 없지는 않습니다. 관심 있는 자세야 말로 창작의 지름길이라 여겨집니다.

 

어둠을 밝히고 세상을 놀라게 하는

창작의 세계로 들어서려면

관찰의 감각을 예민하게 잘 다듬어야지

불을 꺼트려 심지가 부서지면

상상력이 무뎌져서 불이 붙질 않아요.

 

기쁨을 오래 간직하고

슬픔을 빨리 잊어버리려면

밝게 불을 켜고

깨끗하고 맑게 마음을 닦는

정성을 드려요.

 

시간이 있으면 쓰고

시간이 없으면 못 쓰는

그런 각오로 켜놓은

창작의 등불은

오래 켜놓을 수 없어요.

- 윤제철의「창작의 등불」전문

 

 창작을 하려면 끊임없이 관찰해야한다. 시간이 있으면 쓰고 시간이 없으면 쓰지 않는 마음가짐으로는 감각을 예민하게 유지할 수 없다. 녹슬어버리면 상상력은 발휘되지 않는다. 기쁨을 오래유지하고 슬픔을 빨리 잊어버리기 위해서도 계기를 스스로 마련하여 꾸준히 닦아야 한다.

 언제든지 상상력을 통한 시상은 우리와 만나고 싶어 한다. 바로 메모하여 시간이 나면 다듬어야 한다. 메모하지 않으면 바로 사라질 뿐이다. 주변에 눈에 띄는 장식문인은 그런 연유에서 발생된다. 남에 일이 아닌 바로 나의 문제일 수 있는 것이다. 사명감을 갖고 주제를 찾아나서는 것이 창작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