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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강의(운문)

8. 이별의 시 - 김소월 시인

 

8. 시는 어떻게 쓰나?

 

5.고향은 생각만 해도 설레고

6.고향은 언제 가도 반갑고

1.고향에 가면 부모형제도 만나고

2.올 때는 보따리 올망졸망 싸오고

3.고향은 엄마 품처럼 푸근하고

4.따뜻한 정 때문에

7.헤어지기 싫은 아쉬움이 있는 (은)

8정을 돈 주고도 못 사지요

- 김옥자의 고향 전문

 

 고향은 부모도 만나고, 보따리 싸오고, 푸근하고 따뜻한 정을 느낀다고 했다. 생각만으로도 설레고, 반갑고, 아쉬움은 돈 주고도 못산다는 고향을 가진 것에 대한 자부와 자랑이 함께 배어 있다.

 어순에 맞추어 의미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나열된 순서를 번호로 써놓았다. 1, 2, 3, 4,가 있기 때문에 5, 6을 느끼고 7, 8할 수 있는 것이다.

밑줄 그은 부분은 반복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 모든 시의 이미지는 고향의 정이란「돈 주고도 못 사지요」에 귀결되고 있다.

 

어머니 딸이

엄마 닮은 것 당연하죠

얼굴도 성격도 재빠른 행동도 똑같지요

어머니와 나는 모녀 사이

공통점은 딸, 여자, 아내

그리고 어머니, 할머니

(하지만 어머니는 언제나 앞서가는 나의 길잡이

끊임없이 믿고 따라요)

- 김옥자의「어머니」전문

 

 사람은 모두 어머니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닮은 데가 있다. 이 시는 어렵지 않은 시어를 동원하고 있다. 얼굴, 성격, 행동이 닮아 같을 정도라고 한다. 공통점은 딸, 여자, 아내, 그리고 어머니, 할머니라고 했다.

 닮은 점과 공통점으로 시가 끝나는 느낌이다. 정말 할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닮은 점과 공통점은 있지만 도저히 자식으로 할 수 없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바로 (어머니는 언제나 앞서가는 나의 길잡이/ 끊임없이 믿고 따라요)부분이다.

 왜냐하면 닮은 점과 공통점은 누구라도 말할 수 있는 내용으로 그 것만으로 매듭을 지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무엇을 이야기 할 것인지가 분명히 표현되어 있어야한다. 그러므로 두 행을 추가하게 된 것이다.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레도/ 다시 더 한 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 김소월의「가는 길」전문

 

 이별을 망설이는 화자의 내면과 떠나야만 하는 상황 사이에 긴장감을 조성함으로써 독자에게 이별의 안타까움을 효과적으로 제시하는 시다. 간결한 구조와 유음, 비음으로 된 시어를 사용하여 음악적 효과를 거두었다.

 1연의 시행걸침의 효과 ― 하니라는 시어가 통사적으로는 2행에 놓여야 하는데, 3행으로 내려놓음으로 해서 시적 자아의 감정의 깊이를 미세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1, 2연은 천천히 느린 호흡으로 읽히면서 이별을 망설이는 화자의 애틋한 심리가 나타나고, 3, 4연은 빠르게 읽히면서 상황의 촉박감이 느껴진다.

 

* 유음 - 혀끝을 윗잇몸에 가볍게 댔다가 떼거나 또는 댄 채 날숨을 양옆으로 흘려보내며 내는 소리. 자음 ‘ㄹ’이 이에 해당된다.

* 비음 - 입안의 통로를 막고 코로 공기를 내보내면서 내는 소리.

 

참 오래 산 집이다/

아침밥만 먹으면/ 자동으로 찾아간 그 집//

가족보다도 동기간보다도/

오랜 시간을 함께 산 사람들과/ 젊음을 불사른 곳//

사람 만드는 일에 몰두하느라/ 온 정성을 다 쏟으며 살았는데

어느 날인가, 살던 집에서/ 누가 나가라고 하지 않았어도

제 발로 다른 집을 찾는/ 황당한 결정을 해야 한다//

누구라도 피할 수 없는/ 세월의 명령을 거역하지 못하고

살던 짐을 챙겨/새롭고 낮은 자세로 떠나야 한다

- 윤제철의「이사하는 날」전문

 

 젊은 시절을 다 바쳐 일을 하던 곳에서 정년을 다하고 나오는 직장인의 감회가 담긴 시다. 밥만 먹으면 자동으로 달려가던 직장에서 정년이라는 나이 제한에 걸려 고만두고 나와야 하는 심정이 담겨있다.

 사람 만드는 일에 몰두한 것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활동이다. 오랫동안 함께한 사람들과 헤어진다는 것과 다른 집을 찾는다는 두 가지 일을 놓고 고심하는 모습이다. 어느 곳을 가더라도 낮은 자세로 떠나야 한다고 했다.

 「세월의 명령을 거역하지 못하는 건」정년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시속에 이사는 일하던 직장을 집으로 비유하여 그 곳을 떠나는 입장에서 비롯된다. 자칫 잘못하면 엉뚱하게도「언제 이사했어요?」라는 우문을 하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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