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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강의(운문)

7. 고뇌의 시 - 윤동주 시인

 

7. 시는 어떻게 쓰나?

 

3.오늘 또 걸려 넘어진 내 영혼을 바라보며,

4.주먹 쥔 손으로 머리를 쥐어박는다.

1.내 허물은 쑥 밀어 넣어 깊숙이 감추어 놓고

2.잘난 척하며 이웃의 허물(잘못)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는 나를 보

5.또, 넘어지니?

 

11.있는 그대로바라보고 싶은 열망은/ 어디로 도망간 것인지....

12.붙잡지 못한 아쉬움에 마음이 뻐근하다.

6,그럼에도 위로 받는 건

7.다짐하는 순간 성숙의 길로/ 한 발짝 내디딘 것이라던

8.어느 신부님의 말씀.

9.또 걸려 넘어질지라도/ 새로이 다짐하는 내 영혼이

10.물레방아 되어 돌고 돈다. (돌 뿐)

- 이관홍의「판단」전문

 

내 허물을 감추고 이웃의 허물(잘못)을 안타깝게 바라보다가 걸려 넘어지는 내 영혼이 부끄러웠지만 다짐하는 순간은 성숙의 길이라고 자위를 반복한다.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표현하고 있다.

행과 행을 바꾸어 어순을 바꾸어 놀고 보니 보다 새로운 느낌을 준다. 밋밋하거나 늘어졌던 리듬을 신축성 있게 표현하고자한 의도였다.

밑줄을 그은 것은 반복된 시어「바라보며」나「허물」의 반복됨을 피하자는 의도였다. 또한「돈다」를「돌 뿐」으로 고친 것은 다음 행과의 연결 때문이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윤동주의「서시(序詩)」전문

 

「서시」는 짧은 작품이다. 그러나 양심과 사랑을 추구하여 마침내 도덕적 순결의 자기 수행을 다짐하는 시인의 고뇌와 만날 수 있다.

첫 4행은 식민지인으로서의 시인의 고뇌를 절절이 느낄 수 있으며, 일제 말기에 조국과 민족, 무엇보다도 자신의 양심 앞에서 부끄러운 변절이나 타락을 하지 않으려는 도덕적 순결 의식이 나타나 있다.

특히 3행의 '잎새에 이는 바람'은 2행의 '한 점 부끄럼'을 비유하고 있는 시구로 '부끄럼'이란 추상적인 관념을 감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시인의 도덕적인 순결과 양심의 추구는 5,6행의 다짐과 7,8행의 강한 결의 이다.

'별'은 순수, 영원, 희망, 빛, 불변의 가치, 지고지순(至高至純)의 진리 등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별을 노래하는 마음'이란 '불변의 가치를 예찬하는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마음으로 '죽어 가는 모든 것' 즉 '소멸되고 사그라지는 생명'들을 밝히는 사랑의 등불이 될 것을 다짐하고 있다.

 

하루도 몸을 가리지 않고는/ 밖에 나가 살 수가 없었다.

욕심 부리고 거짓말하는 옷을 입다가/ 착하고 인자한 척 다른 사람처럼

나를 꾸미느라 옷을 갈아입은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참을성 없이 미치광이처럼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옷으로 껴입고

금방 후회하며 벗어던졌다.

옷을 걸치지 않은 벌거벗은 몸으로/ 있는 그대로 나를 보여주며

부담 없이 가볍게 살고 싶어도/ 마음먹고 돌아 나오는 나의 몸에는

나도 몰래 정체불명의 메이커 옷이 얹혀/ 가식으로 포장된 몸으로

또 다른 상대방을 찾고 있었다

- 윤제철의「옷」전문

 

사람들의 마음은 본래의 모습을 간직하지 못한다. 접하고 있는 상황이나 상대에 따라서 다르게 변화되는 연기를 본다. 자신을 좋게 보여야 하는 곳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잘못되었다 싶으면 금방이라도 벗어던지고 다른 옷으로 갈아입기 일쑤였다. 그 것도 능력이라 여겼던 것이다. 겉치레나 이미지관리, 또는 처신을 제대로 하기 위한 치장을 옷이라 할 수 있다.

옷은 필요에 따라 입고 벗을 수 있는 속성을 언제나 변할 수 있는 화자의 겉모습에 비유하고 있다. 그 옷은 화자가 입지 않으려고 다짐을 하더라도 자신도 모르게 입혀진다는 것으로 끝마무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