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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강의(운문)

4. 감성으로 쓰는 시 - 박목월 시인

 

4. 감성으로 쓰는 시 - 박목월 시인

 

 시는 감각을 위주로 쓸 수 있는가 하면 순간에 일어나는 상황에 순수한 감성으로 느껴지는 표현으로 공감을 유도할 수 있다. 그렇다고 있는 사실 그대로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그림을 그릴 때 머리 위에서부터 그려나가기도 하지만 중간부터 그려나가기도 한다. 때에 따라서는 발부터 그리기도 한다. 그러나 나중에는 전체가 다 보이게 되고 강조하는 부분이 드러나게 된다. 

 한 행이나 한 연을 읽어가면서 미루어서 상상이 가능해야한다. 사람들의 상상력은 갑작스러운 비약은 금물이다. 독자가 단계가 없이 뛰어 건너가는 상상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보일까 말까하게 살짝 가리어진 주제를 보려고 애를 쓰는 독자의 심정을 이해하며 이끌고 나가야 한다.

 남들이 이미 사용한 방법으로 답습을 하는 시어로 하는 표현이라면 독자들이 식상하고 말 것이다. 기발한 착상에서 놀랄만한 것이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다루어져야 할 주제도 일반적으로 평범한 내용이 되어서도 안 된다. 보는 방향이나 각도를 달리하는 사물과 솔직한 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은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 박목월의「나그네」전문

 

 구름 위에 달이 되어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 길을 정처 없이 가는 나그네가 되어야 한다. 어느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우리 모두의 삶을 담고 있다.

 1연에서 세월의 흐름에 따라 살아가는 인생을 표현하고 있다. 2연에서 흘러가는 삶을 암시한다. 상대적으로 서로 바탕이 되어 살아간다. 3연에서 외줄기 길은 외롭고 쓸쓸하고, 남도 삼백리는 멀고 힘들다. 4연에서 힘들게 보내고 마감하는 하루가 보인다. 5연에서 다시 2연의 구름에 달 가듯이 가 반복되어 시가 마무리 된다,

 이 시에서의 나그네는 쓸쓸함과 고달픔 그리고 체념과 달관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야했던 지난 어려운 시절 우리 민족의 모습으로 여겨진다.

 

속을 드러내놓고 보여주는/ 바다를 내려다보며 조용히 앉아있던 바람

솔직하지 못한 사람들이 언덕에 발을 디딜 때마다/ 안절부절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마음을 닦고 올라선 관광객이라도/ 거짓을 찾아내면 거칠게 몰아붙이는 바람

드라마 속에 까지 날아가서 춤을 추고 돌아와/ 마음 상하여 언덕을 떠나지 못한다.

거짓이 먼지나 티끌만큼이라도 묻어/ 털어도 털어지지 않으면

언제나 참고 바라볼 수 없는 바람/ 고지식하게 따지는 잣대로/ 누가 뭐라 해도 듣지 않는다.

  - 졸시「바람의 언덕」전문

 

 바람은 거짓 없이 속을 다 보여주는 솔직한 바다와 있기만을 원한다. 거짓말을 하는 어떤 것과도 같이 있으려 하지 않는다. 거짓말인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잣대를 나름대로 정해 놓고 조금이라도 거짓이 묻어 있으면 사정없이 화를 내듯 바람을 불어 쫓아내려한다. 바람 부는 언덕의 모습을 보고 왜 불어야만 하는지? 의문을 풀어보는 바람과의 대화이다. 

 

남국에 사는 어떤 새는/ 처음 태어나 배운 아버지의 노래를

일생을 외어 부르며 산다고 한다/ 그 노래로 외로움을 달래고

그 노래로 피붙이를 구별하고/ 그 노래로 사랑을 찾기도 하다가

자식이 태어나면 다시/ 그 노래를 가르친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태어나 너무 일찍 아버지를 잃는 바람에/ 아버지의 노래를 배우지 못하고

내가 만든 노래로 외로움을 달래고/ 내가 만든 노래로 사랑을 찾으며

내가 만든 노래를 부르며 여기까지 왔다//

아버지도 그 일이 차마 안타까운지/ 가끔씩 내 꿈속에 찾아와//

아버지의 노래를 가르치려 하지만/ 꿈은 언제나 짧고 너무 희미해

아버지의 노래를 배우지 못한다//

아버지의 노래는 어떤 노래일까/ 내가 만든 노래의 빛깔

내가 만든 노래의 의미가/ 그 옛날 아버지가 부르던 노래일까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를 꿈꾼 날/ 아버지의 노래를 생각하며 길을 걷는다.

- 박수진의「아버지의 노래」전문 

 

 

 남국의 어떤 새가 태어나면서 아버지의 노래를 배워 일상에 쓰고 자식에게 가르치지만 화자는 아버지를 일찍 잃고 꿈에 찾아온 아버지에게 노래를 배우지 못하고 자신이 만든 노래로 일상을 해왔다. 자신이 만든 노래가 아버지가 부르던 노래일까 의문을 품어보는 자체가 시상으로 떠올라 쓴 시로 여겨진다. 얼굴을 모르는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자식의 애틋함을 표현하고 있다.

 위 세 편의 시에서 관심을 기우려 보아야 할 내용은 사물과의 대화에서 얻어지는 상상력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사롭게 보냈어도 고만일 사물의 모습에서 발견한 감각은 남다른 관찰에서 오는 결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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