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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강의(운문)

15.염원을 다스리는 시 - 회원 시

15. 시는 어떻게 쓰나?

 

한 눈 팔지 않는다.

언제나 같은 곳만 바라보는

그 향일성

가슴엔 한 알 한 알 씨앗을 품고 있다.//

곁에 있는 날에도

멀리 있을 때에도

너만 바라보며

너만 생각한다.//

너를 향해 돌고 있는 내 마음

까만 글씨들이(까맣게 타들어가)

씨앗처럼 박혀 영글어가고 있다.

- 유병란의「해바라기」전문

 

유병란의 해바라기는 화자 자신이 해바라기가 되었다. 언제나 한 곳만 바라보는 해바라기는 멀리서나 가까이서나 하나의 대상을 향하여 기다리고 바라본다. 가다리다 지쳐 까맣게 탄 가슴이 씨앗처럼 영글어 가고 있다.

4행은 3연의 씨앗과 겹치므로 빼고 3연의 까만 글씨들은 위 행의 내 마음과 연상이 더 잘되는 시어로 바꾸어 보았다. 3연의 마지막 행에 박혀는 너무 구체적이다. 상징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독자로 하여금 상상을 하도록 해야 한다.

 

 

2.명절은 지나가나 하면 또 오고

기다리지 않아도 가만히 다가오기에

힘들어도 즐겁게 보내기로 마음먹지요//

3.자식 얼굴 보는 것에 힘든 것도 모르고

밥상 차려놓고 어디쯤 오나

전화기 소리에 귀 기울입니다(기우려요)//

1.가다가 서다가 달리다가

도로위에 줄서있는 빨간 불빛이

깊어가는 밤을 비춰줍니다(주네요)//

4.먹는 모습만 보고 계셔도

배부르신 부모님

모여앉아 음식 장만 하니

얼굴 주름이 펴지십니다(펴지시네요)//

5.구부러진 허리 못 펴시고

한보따리 싸주시며 헤어져도

집에 도착했다는 전화 받고서야

마음도 쉬어가시지요

- 이옥희의「명절」전문

 

 

이옥희님의「명절」은 귀경교통체증이나 자주 다가와 어렵지만, 기다리시고 모여 앉아 음식 장만하는 모습을 즐겨하시는 부모님 때문에라도 반겨야 했다. 한보따리 싸주시고 집에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으셔야 마음이 편하신 부모님이다.

어순에 의해 명절의 어려움을 먼저 1, 2연에 놓고 부모님의 반기심을 3,4,5연에 두었다. 명절이 어렵더라도 참고 부모님께 보답하겠다는 따뜻한 심성이 담겨있다. 다음세대에 명절의 존재 유무를 걱정하는 현실에서 민속명절의 소중함을 깨우친다.

 

느지막이 시작한 취미 생활에

상기된 마음 들킬까

흰 구름에 마음을 숨기고

바람 따라 두둥실 두둥실 노닐다

해님에게 들켜버려

봉숭아 꽃잎에 물든 것처럼

노을이 되어 버렸네.

- 김현주의「수줍은 마음」전문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마음을 숨기려 흰 구름으로 가리고 바람 따라 노닐었건만 해님에 들켜 붉힌 얼굴과 봉숭아 꽃잎 물든 빛깔 노을이 잘 어울린다. 자연스럽게 엮어나가는 표현으로 얼굴과 노을이 잘 비유되어 이미지가 살아난다.

늦게 시작하다 보니 남보다 뒤떨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에 남에게 자신의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는 부끄러움이 밖을 내다보고 있다. 들킬 리가 없는데 알아차린 것만 같아 얼굴이 얼마나 상기됐는지 붉은 노을처럼 타올랐다.

 

이른 아침 달리는 동두천행에 몸을 실어

쏜살같이 달리는 창밖을 보니

대자연들을 뒤로 떠밀며

마음에 원망 찬 바람이 부풀어

손오공의 여의봉을 잡아본다.//

누어계신 신우님을 구름위로 태워서

날의 모습으로 만들자 하였지만

큰 숨을 쉬고 눈을 크게 뜨니

소용없더이다.(소용없어요)//

커다란 집과 남부러울 것 없었(던)

그분의 당당한 기세와 모습은 어디로 갔나요?(가고)

병들어 누우니 육남매 손 다 미루(어)

남의 손 빌어 하루하루 지내시니//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그 남이

이토록 고맙지않소(고맙기만 해요)

지치고 힘든 천사들의 손길이

- 김정희의「요양병원」전문

 

병환으로 요양병원에 계신 신우를 보러 이른 아침 차를 타고 달렸다. 쾌유를 빌어보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부러운 것 없이 당당하게 사시던 신우가 자식 육남매 손을 놓고 남의 손에 수발을 받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운 것이다.

1연에?달리는?은 2행에?달리는?과 겹친다. 마음에 부터 - 부풀어 까지 밑줄 친 곳은 손오공의 여의봉을 잡는데 도움이 안 된다. 2연에서 옛날의 모습은 옛 모습이 더 부드럽다. 큰 숨을부터 크게 드니 까지 밑줄 친 부분은 환자의 상태를 보여주기에 미흡하다.?소용없더이다?를 구어체로 소용없어요?로 바꾸고 3연은 어순을 바꾸기 위한 붙임말의 변환이다. 고맙지 않소 보다 고맙기만 해요가 부드럽다. 끝 부분의 ?손길이?는 앞 행과의 도치 기법이다. 손길을 강조시키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