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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강의(운문)

17.이미지를 강조한 시 - 회원 시

17. 시는 어떻게 쓰나?

 

더위가 기승을 아무리 부려도

오는 계절을 막을 수는 없나보네

큰소리로 합창 연습을 하던 매미는

이미 공연을 떠나(끝내) 버렸고

아무도 없는 창밖은

가로등만이 누군가를 기다리다

처연한 불빛을 드리운 채 졸고 있고

잠 못 이루는(마음 놓을 곳 없는) 깊은 밤에

이름 모를 풀벌레들의 자장가를(슬픈 노래) 벗 삼으며

덧없이 지나온 날들을 끌어안은 채

세월의 제트기(열차) 에 몸을 맡기네.

- 김현주의「무상」전문

 

여름이 덥다 해도 때가 되면 물러날 수밖에 없는 자연의 섭리를 어길 수 없다. 여름이 가고 가로등만 외로이 졸고 있는 늦은 밤을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에 잠은 오지 않고 지난날을 끌어안은 채 모든 걸 버리고 세월에게 맡기고 싶은 애달픔이 표현되어 있다.

공연을 떠났다고 하기 보다는 끝냈다는 것이 낫고, 가로등이 졸고 있는 데 화자 자신이 잠을 못 이루는 것보다는 마음을 놓을 곳이 없는 황량한 밤이 아니었나 싶다. 황량하다는 황폐하여 몹시 쓸쓸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풀벌레들이 우는 소리는 잠을 청하느니 그냥 슬픈 것이다. 세월은 발라도 제트기는 너무 빠르지 않을까 여겨진다.

 

이른 봄이면 화분에 흙을 고르고(골라)

받아두었던 각종 꽃씨들 뿌리며(뿌리고)

캐두었던 다알리아 파초뿌리에 손이 간다.//

아침저녁 물을 주면 문안 인사로 꽃잎이 너울 된다.(대고)

여러 가지 꽃들은 한가위 (면) 마음껏 자랑이나 하듯활짝 웃는다.(웃으며)

탱자 같은 열매와 하늘향한 고추가 빨갛게 익어가며 가을을 맞는다.//

4.출입 시 진열된 화분의 꽃들이 환한 미소로 맞는다.

2.지나칠 땐 꼭 할아버지 꽃 보고가자 하는 1.세 살 박이 손녀(가)

3.그 소리에 간장이 녹는 듯 귀여워 꼭 끌어않는다(안으면)

아 이것이 행복이다

-김정희님의「할아버지 꽃」전문

 

봄부터 흙을 골라 꽃씨를 뿌리고 다알리아 뿌리도 손을 댄다. 물을 줄 때면 인사하듯 너울대고 추석이 되면 활짝 꽃이 핀다. 세 살 박이 손녀가 할아버지 꽃 보고가자 하면 귀여워 꼭 끌어안으면 화분의 꽃들이 미소로 답한다.

봄에 꽃씨 뿌리고 다알리아 뿌리를 손질하는 것으로 한 연이 형성되어야 한다. 물을 주면 인사를 하더니 한가위가 되면 자랑하듯 활짝 웃으며 가을을 맞는 것으로 한 연이 된다. 그리고 손녀가 할아버지 꽃 보고가자는 말에 꽃들이 반갑게 맞는 것도 한 연이다.

너는 다리가 없어도/ 어디든지 다닐 수 있어서 부러워/

바람 불면 빙글빙글 돌면서

동네구경 다하고(/) 재미있고(게)/ 살맛나는 세상 사는구나//

청개천 복원하고 부터는/ 둥둥 떠다니다가(/) 물 위에/ 살짝 내려앉아

물고기와 나뭇잎 하고 속삭이며 놀기도 해//

태풍아 불어라 시원해서 좋고/

날개가 없어도 훨훨 높게 멀리 가면서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자리를 잡거라//

- 김옥자의「먼지」전문

 

다리가 없어도 잘 다니는 먼지가 바람이 불면 동네구경 다하고 재미있게 사는 게 부럽다. 청개천 복원 후에는 물 위에 살짝 내려 앉아 속삭이며 논다. 태풍이 불면 높이 훨훨 날라 마음에 드는 곳에 자리 잡고 살라한다.

행을 구분하는 방법은 각 행이 하나의 문장이 되어야 한다.「재미있게 살맛나는 세상」. 「물 위에 살짝 내려 앉아」와 같은 것이다. 다리가 있어도 마음대로 다니지 못하는데 없어도 잘 다니는 먼지와 비유하여 부러움을 털어놓고 있다.

 

하늘 향한 그리움에/ 눈이 맑아지고/

당신 향한 그리움에/ 마음이 깊어지는 가을//

황금빛 벼이삭은/ 바다로 출렁이며/

바람의 말에도/ 귀 기울이게 하는/고요한 기도//

삶을 사랑하고/ 사람을 용서하고/ 내 안에서/

조심스럽게 익어가는/ 참회의 기도로//

사랑도 익어가고/ 가을도 익어가는/ 행복한 노래//

하늘은 맑고 푸르게/ 웃기만 하고/

구름은 둥실둥실/ 춤을 춥니다

- 소양희의「익어가는 가을」전문

그리움에 따라서 눈이 맑고 마음이 깊어진다. 황금빛 벼이삭은 고요한 기도, 삶을 사랑하고 사람을 용서하는 참회의 기도, 사랑도 익고, 가을도 익는 행복한 노래, 하늘은 웃기만 하고 구름은 춤을 추는 가을이다.

위 시는 각 연의 내용들은 마지막 낱말인 가을, 고요한 기도, 참회의 기도, 행복한 노래를 수식하여 춤을 춥니다로 풀어주고 있다. 결국 제목인 익어가는 가을로 풀어주고 있다. 각행의 리듬감에 걸리는 접미사를 잘 다듬어야 한다.

 

?나?라는 존재는 이 나이에 왜 왜!/ 배움을 자청하고 있느냐 하고

태어날 때는 두 주먹 속(안)에 세상이 다 내 것인 냥/ 꼭 쥐고 태어났건만

우리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물건은 사용 후 없어지는 무용지물 되지만/

머릿속에 담아둔 지식은 자신이 세상 에 존재하는 그날까지

귀중한 보배로 가치가 있지 않은가

문학의 가치를 좀 더 깊이깊이 깨우치는/

시 창작반 동아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오늘도 제 3강의실을 찾는다

- 이석남의「문화원에서」일부

 

나이를 가리지 않고 배움을 찾는 것은 세상을 다 쥐고 있는 냥 하지만 물건은 사용하고 없어져도 지식은 살아있는 동안 보배로 가치가 있다. 문학의 가치를 깨우치는 시창작반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문화원을 찾는다.

위행은 설의법으로 답이 필요 없이 묻는다. 어린아이 주먹 속 보다는 안이 낫다. 없어지는 것이 무용지물이다. 보배로의 보다는 보배로가 리듬감이 있고 깊이깊이 깨우치는 것은 정도를 구체화 하려는 강조에 지나지 않는다. 모호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생략하는 것이 좋다.

 

우거진 느티나무 사이로/ 햇살 한 자락 비집고 내려와/ 길게 누워 일렁이는 날//

오가며 올려놓은/ 작은 돌들이/ 두 손 모아 합장하며 길손을 맞고 있다.//

돌과 돌 사이마다/ 깊게 패인 시간의 주름들을/ 푸른 옷으로 입혀주는 작은 이끼들//

어느새/ 무릎까지 내려온 산 그림자가/ 바람과 손잡고 서서/ 탑돌이 하고 있다//.

- 유병란의「돌탑」전문

 

느티나무 가지 사이로 끼어든 햇살이 그림자로 일렁인다. 올려놓은 작은 돌들이 길손을 맞고 돌 사이마다 습기로 옷처럼 이기를 두르고 있다. 아래로 내려온 산 그림자 바람에 흔들려 탑을 도는 듯이 기울고 있다.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1연에서 위치를 알려주고, 2연에서는 돌의 모양을, 3연에서는 습기 찬 돌의 색깔, 4연은 서산 넘어 가는 그림자의 움직임을 나타낸다. 한적한 시골 느티나무 아래 서있는 돌탑이야기가 담겨있다.

 

8.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게 쉽지가 않네/ 7.느낀 감정 따로 글 따로 인걸

1.느낌대로 글이 술술 쓰여지면/ 2.얼마나 좋을까?//

4.선생님의 가르침을 되새김 하며/ 5.내 안에 감추어진 보물이 있나/ 6.뒤져 보지만//

3.잡힐 듯 찾을 듯 안타까움 속에/ 안간힘을 다해 정진 한다네/ 꿈을 향하여.....

- 김현주의「발돋움」전문

 

글을 쓰는 습작과정에서 누구든 느끼는 정상적인 경우이다. 슬슬 쓰여지면 얼마나 좋을까? 부럽기만 하다. 가르쳐준 대로 내안 들어 있는 걸 모두 뒤져보아도 나오지 않네. 느낀 감정과 글이 따로 놀고 있다.

처음에 써놓은 초고를 어순으로 놓으면 번호 순이 된다. 먼저 놓는 것은 가장 절실한 것들이다. 밑줄 그은 부분은 너무나 상식적인 말이다.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끝내는 것이 좋다.

새벽잠을 깨우던 귀뚜라미/ 아쉬웁게(아쉽게) 지낸 초가을에

어느새 귀뜰귀뜰 소리가 없어져/ 고향에 다니러 갔나 보구나

되풀이 생활인 것 같았지만/ 여름부터 매일 다투며 피였던 꽃들 등살에

제대로 나서지도 못했었는데/ 요지음엔(요즘은) 앞자리에서 제 시절을 만난 양

하얀 설악초 이파리 꽃은 활기차다(차네)/ 흰 구름 않고 내려앉은 천사인양

마냥 즐거워 활짝 웃으며 누구도 반긴다.

-김정희의「세월」전문

 

초가을 새벽잠 깨우던 귀뚜라미가 고향을 다니러 갔는지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하얀 설악초 이파리 꽃이 여름엔 다른 꽃 등살에 나서지도 못했는데 요즘은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천사인 냥 즐거워 누구라도 반길 것 같다.

아쉬웁게는 아쉽게로, 되풀이 생활인 것 같았지만 은 설악초 이파리 꽃과 관련이 없다. 행의 마무리를 구어체로 할 땐 차다를 차네로 쓴다. 천사인냥 마냥은 리듬을 해치기 때문에 빼는 것이 좋을 듯하다.

 

자존심 줄기줄기 매단 채/ 거친 담장 넘어온다//

허름한 벽에 긴 목 내밀어/ 세상을 보는/ 혈색 좋은 저 화냥기//

다가서면 심장이 뛰고/ 가슴 따끔거리게 하는/

핏빛으로/ 온통/ 계절을 뒤흔드는 그녀//

옳아!/ 그대는 분명/ 가시 품은 죄인입니다//

- 이오례의「장미」전문

 

당장을 넘어오는 장미 모습이 보인다. 세상을 애절하게 보는 속마음도 보인다. 가슴 따끔거리게 하며 계절을 뒤흔드는 그녀는 분명 가시를 숨긴 음모를 지니고 있다. 장미의 속성을 외모를 비유하여 표현한 감각적인 시라고 볼 수 있다.

덩굴장미의 줄기를 자존심으로, 가로막는 당장을 거칠다고 했다. 빨간 얼굴로 담장 너머로 훔쳐보는 화냥기로, 설레임과 정렬로 계절을 흔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마음속에 간직한 비장의 무기를 지니고 난관을 대비를 지나치게 하고 산다.

 

하현달 같은 모습으로/ 기울어져 가셨던 어머니//

자식들 앞에서는/ 용기 사랑 환희의 숨결/ 환한 보름달이셨습니다//

지금은 멀리 계시지만/ 어머니의 환한 가슴 뜰에서. 오늘 밤도/ 달빛 사냥 쫓아갑니다//

- 한동인의「달빛」전문

 

돌아가시기 전에 나약하던 모습이었지만 살아계실 때는 언제나 자식들 앞에 보름달로 환하게 떠계셨던 어머니를 생각한다. 멀리 계시지만 환한 어머니의 가슴 뜰에서 남기고 가신 그 사랑의 빛을 찾아본다.

한 편의 화화를 바라보듯 읽을 수 있다. 용기, 사랑, 환희의 숨결을 담은 보름달로 저식들 앞에서 보여주시느라 애쓰셨던 어머니의 노력을 알 것 같은 지금에 오서 비로소 다시 찾아 보는 어머니의 환한 달빛을 찾아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