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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기행

영주 박영교 시인 출판기념회를 다녀와서

 

영주 박영교 시인 출판기념회를 다녀와서

 

 

 2013년 5월 25일 12시에 청량리역에서 만나 영주시로 가는 무궁화호 1시10분발 열차를 타기로 했다. 박영교 시인 시집「춤」과 평론집「시조 작법과 시적 내용의 모호성」출판기념회가 오후 6시에 영주 남서울 웨딩홀에서 거행되기 때문이다.

 12시가 조금 지나 최병영 시인과 대합실에서 만나 윤지훈 총장과 합류하였다. 식당가로 가서 설렁탕으로 점심을 먹고 승차하여 출발하였다. 3명의 좌석은 한 좌석이 떨어져 젊은 학생의 양해를 구해 돌려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도중에 학생이 내리고 다른 손님이 원위치로 앉기를 원해 다시 돌려야 했다.

 잠시 휴식 시간을 갖고 눈을 붙였는데 어느새 인근 역까지 와있었고 옆에 앉아계시던 손님도 내리고 없었다. 정각에 도착하여 아직 시간이 충분하여 밀양에서 올라오신 박희익 시인이 기다리는 행사장 근처 식당으로 갔다. 박시인은 반갑게 일행을 맞아주셨고 추가로 음식을 시키셨다. 그동안 있었던 일과 새롭게 얻은 시 주제를 갖고 의견을 나누었다. 시간이 거의 다 되어 대구에서 김전시인께서 정성희 수필가와 함께 행사장에 도착하셨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행사장으로 옮겼다.

 

 

 

 영주의 문학을 일구어내신 박영교 시인의 출판기념회는 평범하지 않았다. 많은 문학의 후학들과 사회단체의 연결고리는 넓게 뿌리를 내려 빈자리 없이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참석하신 분들을 소개하고 영주시문인협회 회장의 인사를 시작으로 출판기념회는 시작되었다.

 필자는 축사를 통하여 박영교 시인은 월간「문학세계」에 헌신적인 활동과 신인발굴에 열성을 보이신 업적에 감사드리며 한 편의 시를 쓰기도 어려운데 60여 편의 시를 묶는 일은 60여 층의 빌딩을 호가하는 가치가 있는 일임을 강조하였다. 또한 세계문인협회의 역할을 요약하여 이해를 도왔다.

 

 

 

 

 

 

 

 

 

 

 

  

 

 저녁식사는 뷔페로 이루어져 일행은 한 자리에 모여 앉았다. 출신 문인들이 오셔서 인사를 하셨고 반갑기 그지없었다. 언젠가 한 번은 만나봐야겠다는 짐을 지고 계셨다는 말씀을 통해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 중에 한계순 시인은 집에다 증축한 황토방을 기꺼이 숙소로 내놓으시면서 일행과 함께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승용차 3대로 가던 길에 행사진행을 맡으셨던 김정순 시인의 소개로 분위기 있는 라이브 카페에 앉아 기타 연주에 노래를 불러주는 청년의 공연을 보았다. 카푸치노 커피에 향을 새기며 들려오는 노래 가락을 잡아당겼다. 최병영 시인은 최근 발간한 시집을 들고 와 저자 사인을 하여 나누어 주셨다. 이를 기념하여 정성희 수필가는 시낭송을 무대에 나가 해주시는 바람에 또 하나의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일행은 한계순 시인의 집으로 승용차 2대로 나누어 타고 달렸다. 간 곳은 소백산자락의 단산포도원이 있는 마을이었다. 어두운 길을 달려왔지만 한계순 시인의 호를 딴 황토방「월산방」은 우리를 밝게 맞이하고 있었다. 월산방은 둥근 형태로 가운데 휘어진 기둥 하나가 멋을 내고 있는 다섯 평 남짓하였다.

 가방을 놓아두고 밖에 펼쳐진 자리에 나와 막걸리 상이 마련되어 묶어둔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야 했다. 이쯤해서 환영모임을 마무리하신 박영교 시인께서 김정순 시인의 차로 도착하셨다. 오늘의 주인공과 함께하는 마무리는 그 어느 것도 부러울 것이 없었다. 하늘에 높게 든 달을 바라보며 시심으로 밤을 태웠다.

 

 

 

 

 아침 일찍 박희익 시인은 산첵을 떠나셨고 필자는 샤워 후 뒤를 따랐다. 폐교 건물 앞에 쌓아 놓은 양봉 통들이 수북하였다. 동구나무 마을 출입로는 벌들이 차량소음으로 날아가지 않게 가로막았다. 발길을 돌려 산으로 향하니 벌써 돌아내려 오시는 박시인과 마주쳐 함께 산길로 한 번 오르기로 했다. 산에서 튀어 올라온 해가 떠있고 도라지, 아카시아 꽃, 사과 연한 가지치기 한 과수원, 그리고 토기 풀과 들꽃이 흐트러져 우릴 보고 눈을 비빈다.

 

 

 

 

 

 

 

 

 

 

 

 

 

 

 

 

 

 

 

 

 아침 식사를 바삐 차려 내놓으신 한 시인님께 너무나 큰 선물을 받았다. 부군께서도 함께 식사를 나누며 지내오신 이야기를 들려주시고 나서 월산 황토방에 일행들이 불편하진 않은지 커피를 나누어주셨다. 따뜻한 인정이 무르익는 시인의 마을에서 아쉬운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일행은 감사의 인사를 뒤로 하고 영주 선비촌을 찾아 길을 나섰다.

 

 

 선비촌은 한국 유교 문화 발상지 순흥 소수서원에 바로 인접한 곳에 조성하여 옛 선비정신을 계승하고, 선현들의 학문 탐구의 장과 전통 생활공간을 재현하여, 우리 고유의 사상과 생활상의 체험교육장으로 활용하고자 설립된 곳이다. 저자거리로 나와 파전에 막걸리 한잔씩 걸치고 선비촌 앞에서 단체 사진을 기념으로 남기고, 휴일의 도로 사정을 감안하여 서둘러 고속버스를 타러 정류장으로 가야했다. 김전 시인, 박희익 시인, 정성희 수필가는 대구로 향하며 다음 행사 때 만날 것을 기약하였다. 한시인의 배웅을 받으며 동서울행 버스에 올랐다. 두고두고 잊지 못할 좋은 추억으로 가슴에 새겨지고 있었다.

 

 

길고도 짧은 미지의/ 넓고도 좁은 길에서/ 쉴새 없이 달리고 달려

세월과 승부하고/ 기쁨을 바라보면서/ 슬픔과 동행하고/ 욕심을 즐겨 지면서

괴로움 호소하고/ 빛을 사랑하면서/ 어둠에게 안기고/ 청결을 좋아 하면서

세균과 동거하고/ 지혜를 존중하면서/ 어리석음과 손잡고/ 백년을 꿈꾸면서

한치 앞을 모르고/ 세상을 다 가지고도/ 빈손으로 떠나가는/ 영원한 것 같으나 헛된 것이다

- 한계순의「산다는 것은」전문

 

2013년 5월 27일

 

늦은 밤 윤제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