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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창작시

이사하는 날

 

이사하는 날

 

 

윤제철

 

 

 

참 오래 산 집이다

아침밥만 먹으면

자동으로 찾아간 그 집

 

가족보다도 동기간보다도

오랜 시간을 함께 산 사람들과

젊음을 불사른 곳

 

사람 만드는 일에 몰두하느라

온 정성을 다 쏟으며 살았는데

어느 날인가, 살던 집에서

누가 나가라고 하지 않았어도

제 발로 다른 집을 찾는

황당한 결정을 해야 한다

 

누구라도 피할 수 없는

세월의 명령을 거역하지 못하고

살던 짐을 챙겨

새롭고 낮은 자세로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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