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하는 날
윤제철
참 오래 산 집이다
아침밥만 먹으면
자동으로 찾아간 그 집
가족보다도 동기간보다도
오랜 시간을 함께 산 사람들과
젊음을 불사른 곳
사람 만드는 일에 몰두하느라
온 정성을 다 쏟으며 살았는데
어느 날인가, 살던 집에서
누가 나가라고 하지 않았어도
제 발로 다른 집을 찾는
황당한 결정을 해야 한다
누구라도 피할 수 없는
세월의 명령을 거역하지 못하고
살던 짐을 챙겨
새롭고 낮은 자세로 떠나야 한다
'2013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응봉산 개나리 축제 (0) | 2013.04.18 |
---|---|
그 후, 내 봄 (0) | 2013.03.31 |
퇴임(退任)의 변(辨) (0) | 2013.02.10 |
상(賞) (0) | 2013.01.22 |
산동네 겨울 (0) | 2013.0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