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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창작시

퇴임(退任)의 변(辨)

 

퇴임(退任)의 변(辨)

 

 

윤제철

 

 

세상 어느 일보다 소중한 사람 만드는 일에

온갖 정성 다 받혀 반짝이는 눈동자를 마주하며

영혼의 몸짓으로 교단에 서서

37년을 품고 지낸 염려의 시간

   

이해타산이 서로 간에 폭력이 되어

입건된 아이를 책임지고 가르치겠다는 약속을 하고

데리고 나왔던 어느 여름날 밤의 감회도

 

가출한 아이가 거리에서 헤맬 때

쫓아나가 찾아내어 가정으로 돌려보내

마음을 다독거려주던 격려도

 

가업이 파산하여 학업을 하지 못할 아이를

학급 아이들에게 한 푼 두 푼 씩 모아 대납하여

어려움을 함께 하도록 알려주고

눈물어린 눈으로 지켜보던 아픔도

 

모자람이 많은 나에게 어려운 상황 속에서

지혜를 짜내어 끝까지 밀어주고

좋은 결실을 맺도록 이끌어주신

선생님들의 후의가 메마른 가슴을 적시던 감동도

 

근래에 접어들어 그물에 갇혀 우물쭈물하느라

아픈 정황을 추스리지 못하고

몸담았던 시간에 비하여 내가 한 일이 너무 적어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 나와

비로소 알게 된 하룻밤의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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