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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란

문학이란 - 13

문학이란 - 13


 졸업식이 지난 어느 날 저녁이었다. 진학을 시키는데 성공한 부모가 고맙다고 담임이 아닌 나에게 그 반 수업을 맡았던 인연으로 갑작스럽게 식사 초대를 받았다가 승용차를 가지고 가 일찍 나오면서 학생 아버지와 나눈 이야기 중에 「물건을 만드느라 수고하셨다」는 어귀에서 떠오른 생각을 메모하였다.  


잘 만들려면 손이 많이 가는 거야,

햇살이 잘 드는 양지 바른 곳에 골라 말려

바람에 날아갈까 비에 젖을까

하나하나 눈길을 떼지 못해,

잘되겠지, 한 순간 마음을 놓으면

빨리 끝내려고 서둘다 보면

마음먹은 것과 달리 망가지고 말지,

빚을 지지 않고서야 어디 그럴 수 있을까

고장이 나면 보수까지 책임져야해,

아직은 쓸만하더라도 마음 놓지 마라

언제 하자가 발생할지 모르니까

만들었다는 책임 하나 때문에

하루도 발 쭉 펴고 잠을 잘 수 없어

남들이 만들어 놓은 것은

신경을 그렇게 많이 쓰지 않은 것 같아도

반짝반짝 빛만 잘 나고 있는데

  - 졸시「물건」전문


 시를 나보다는 읽은 분들에게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한 내면의식의 회오리를 불러일으켰다. 물건이 조각, 공예, 도자기인지 자식인지, 공들여서 하는 일인지 말이다. 나름대로 사연을 갖고 공감을 얻고 있었다. 서로 간에 껴안을 수 있는 유사성을 비유하여 어느 누구에게 들려주듯 회화체의 형식을 빌리고 있다. 자식을 키우고 있는 부모들의 심정이나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의 심정을 공유하고 있다. 시는 수학처럼 정확하게 하나의 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모호성을 상징으로 이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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