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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란

문학이란 - 10

문학이란 - 10

 

 문학은 생활과 함께 내게 다가 왔다. 새해를 맞아 년 초에 중국을 다녀오면서 지하철을 인천국제공항에서 집에 올 때 타게 되었다. 승객들은 눈을 감고 있거나 서로 시선을 부딪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몸은 가만히 앉아 있어도 마음은 벌써 집에 가있거나 하루를 보내면서 지내던 장소를 다녀오기도 했을 것이다.

 제각기 호흡을 하면서 각기 가고자하는 목적지를 달리 하고 있었다. 서로는 알고자 하지 않았고 알아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그런 사이의 사람들이다. 옆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잘 아는 사이라면 몰라도 어떤 인연을 맺으려 애쓰지 않을 바에야 아무 신경을 쓰지 않는 상대인 것이다.

 

지하철 안에서

 

윤제철

 

전철 안에 많은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아무 말도 없이

타고 달리는 동안 눈을 감고 있거나

눈앞에 시선을 고정시켜 가는 길을 재촉하고 있다.

머릿속에서 제각기 다른 생각들에 잠겨

몸은 한곳에 있지만

어디를 돌아다니고 있는지 모른다.

자신의 신분이나 역량에 대하여

알려줄 필요가 없는 사람들은

누가 누구인지를 모르고 스쳐지나가게 내버려둘 뿐,

시시각각으로 드나드는 지하철 승객들이

들락날락거리며 비웠다가 채우고

양념이나 재료가 다른 김밥처럼

정차하는 역마다 새롭게 만들어졌다가 부서지고,

수시로 달라지는 조각조각으로 이루어지는

모자이크가 누구의 가슴에도 담지 못한 채,

바닷물이 드나드는 해안인가

나는 목적지에서 하나의 조각으로 빠져나온다.

 

 승객 각자의 신분이나 역량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입고 있는 옷의 종류와 색깔이 다른 이들의 분포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시야를 넓혀야 한다. 갗은 눈높이나 낮은 눈높이를 갖고서는 바라다 볼 수 없다.

 시야를 보다 높고 넓게 가져야 비로소 양념재료가 다른 김밥이나 모자이크를 상상해내는 감각이 작용할 수 있다. 그리고 해안에 드나드는 바닷물처럼 역마다 내리고 타는 사람들의 모습을 비유하고 그중에 한 조각인 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다. 우리의 이 감각은 사용하지 않으면 무뎌지고 녹이 슬어 작도을 거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항상 계기를 마련하여 비유의 고삐를 놓아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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