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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란

문학이란 - 12

 

문학이란 - 12


 직장에서 저녁 모임이 있는 날은 차를 집에 두고 전철을 탄다. 9호선 가양역에서 내려 가양대교 쪽으로 내려와 88도로를 따라 난 가로공원 길을 걸으면 운동도 되고 주변 나무들의 대화를 들으며 즐길 수 있다. 대략 십 이삼 분 정도 걸리는 이 길을 전에도 걸었지만 근래에 연이어 이틀을 걷게 되었다. 나뭇가지에 새로 올라오는 새순이 연한 초록빛을 띠고 보라치고 있었다. 겨우내 준비한 결실을 마침내 보여주려는 것이다.


살집 하나 없이 앙상한

그 가지 안에

잎이 나오고 꽃을 피우고

열매 맺을 거리가

어디에 둘 데가 있어

잔뜩 넣어두었는지,

순식간에 삐져나올 듯

초록보라의 전율이

주변을 달아오르게 하고,

계절의 문을 열어젖히면

여기 저기 뻥뻥

세상을 놀라게 터져버릴

봄의 포성이 들려올 시간.

물을 쭉쭉 뽑아 올리며

늦을세라 서두는 호흡이 가쁘다. 

  - 졸시「봄이 오는 소리」전문


 앙상한 가지 안에 어디에 그 많은 재료가 들어갈 수 있기에 잎이며 꽃이며 열매가 맺히는지, 그야말로 팽창 일보직전 까지 도달했는지 초록색 새순이 안개라도 낀 듯 전율이 흐르는 것이다. 봄의 문이 열리면 잔뜩 불거져 터지는 소리가 여기서 저기서 뻥뻥 들릴 것이다. 조금이라도 봄이 오는 소식을 서둘러 전하려는 마음에 호흡이 가쁘게 물을 뿜어 올리느라 소란하다. 사물과 사건을 대상으로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는 이해에서 비롯된다. 무언가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는 성실함이 우리를 감동시켜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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