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학이란

문학이란 - 11

문학이란 - 11

 

 가을이 지나고 겨울로 들어서는 12월 중순 문학 동아리 회원들과 점심식사를 마치고 행주산성에서 산행을 하고 있었다. 산등성이에서 서있는 앙상한 나무들이 가지를 하늘로 향해 벌리고 소리없는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봄이나 여름에는 입사귀로 가려져 보이지 않던 가지들이 잎이 다지고 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일사분란하게 하늘로 향해 뻗어있는 가지에서 소리가 들렸다. 차거운 겨울이 후려치는 바람에  추워서 견딜 수가 없어서인지 신음소리가 난 것이다.

 

말을 하지 않고 잎사귀로 가려

볼 수 없었던 가지가

가을 보낸 산등성이를 지키며

앙상하게 드러낸 속살을

겨울이 차갑게 후려치는 바람에

견디지 못해 신음을 한다.

힘을 모아 막아보려 애쓰다

더 많은 가지를 위로 내밀어

높이 치솟아 하늘을 바라보고

도와 달라 하소연하였다.

모두가 한 방향으로 목청이 터져라

바람을 재워 주기를 외쳤다.

눈이 내려 무겁게 짓눌러도

가느다랗게 뻗은 가지까지

아우성치며 봄을 만들고 있었다.

  - 졸시 <겨울나무 가지> 전문

 

 그냥 스쳐지나 가버렸다면 아무 것도 느끼지 못했을텐데 귀를 기우려 그들의 소리를 들었다. 바람이라도 불지 말았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었다. 작은 소리로 해봐도 아무 댓구가 없자 소리를 질러야했다. 가느다란 실가지 마져 눈이 쌓여 짓눌러도 추위를 견디며 봄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속사정인데 제발 춥지만 않으면 하고 아우성을 치는 소리가 울려퍼지는 것이다.

 죽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앙상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겨울나무가 봄이 되면 어김없이 언제 만들었는지 새로운 봄을 만들어 내보이는 걸 한두해 본 것이 아니었다. 항상 어떤 일을 해내는 사람들은 겉으로 들어내지 않고 남들이 모르는 가운데 갖가지 어려움을 이겨내며 꾸준한 노력으로 목표를 달성해내는 놀라움을 선물한다.    

'문학이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학이란 - 13  (0) 2011.04.16
문학이란 - 12  (0) 2011.03.25
문학이란 - 10  (0) 2011.01.15
문학이란 - 9  (0) 2010.12.04
문학이란 - 8  (0) 2010.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