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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란

문학이란 - 15

 

문학이란 - 15


 언젠가 친구 자녀 혼사에 갔다가 본 적이 있는 장사익 님을 기억하게 한 것은 아내의 권유로 수원에 있는「경기도 문화의 전당」공연을 가게된 일이었다. 우리 판소리에 접목시킨 독특한 창법으로 감정의 울림을 전해주는데 시낭송을 하는 필자로서는 시에다가 곡을 붙인 곡이 많아 노래로 시낭송을 하는 분으로 여겨졌다.

 공연장에서 가서 관객들과 함께 하니 너무도 장엄하게 압도하는 바람에 심취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낼 수 있는 음량을 목청의 문을 활짝 열어 시어 하나 하나를 명료하게 훑어 토해내고 있었다. 그렇게 크지 않은 체구에서 우러나는 목소리는 공연장을 마음대로 흔들고 있었다. 


그의 노래가 문을 열어 나를 부르면

얕은 내 넋의 심지가 빠져

그의 몸짓, 손짓을 따라 흔들다가 춤을 춘다.

바람소리를 낸다.


시(詩)의 구석구석을 뒤지듯 훑어 토해내면

점점 커다란 존재가 되어

자꾸만 작아지는 내 가슴을 묻어버렸다.

울음소리를 낸다.


살아온 어제와 오늘, 그리고 다시 여는 오늘 

하고 싶은 말 꾹꾹 눌러 썩은 속

막힌 찌꺼기를 뚫어 준다.

숨소리를 낸다.

 - 졸시「장사익의 노래」전문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서부터 여러 곡이 불려질 때마다 인생여행의 역(驛)을 하나 둘씩 지나가는 기분이었다. 악보가 없이 부르는 그의 노래를 호흡에 맞추어 듣다보니 정신이 빠졌다. 노래의 낚시 바늘에 매달린 물고기처럼 춤을 추었다. 자꾸만 쌓여 커져가는 슬픔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작아지는 가슴이 묻혀버렸다. 살다가 말 못하고 참으며 썩힌 찌꺼기로 막힌 속을 뚫어주었다.  결국 노래로 인하여 필자의 마음은 바람소리가 나도록 흔들렸고, 노래에 묻혀서 울을 수 밖에 없었고, 노래로 가슴이 뚫려 숨을 쉴 수 있었다.

 가사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보지 않고 노래를 듣는 관객들은 감정의 전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었다. 시를 읽지 않고 감상하는 시낭송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형체도 없이 들을 때뿐인 노래를 들으면서 필자에게 다가오는 그의 노래 모습을 그려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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