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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창작시

환갑여행

환갑여행


윤제철


오래 살아 온 것이 고맙고

앞으로도 오래도록 살아달라고

자식들이 모셨던 날이지만

이제는 오래 살았다고 보지 않는 나이

고맙고 기념이 될 만한 가치가 없어

내놓지 못하고 슬그머니 여행을 가는 날로

퇴색되어 잔치는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


같은 중학교를 다니던 친구들이

틈을 내어 만나면 어린 시절로 돌아가

어울리다 활력을 찾았어도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 사정을

헤아려주는 것이 고마워 나서지만

수학여행처럼 잠을 설치는 걸 보면

분명 인생은 마음먹기로 사는가 보다


만나게 된 동기를 중히 여기는 우리는

처음 만난 시간을 기억하고 되새김질 한다

어렸을 적 만나던 친구들을

여태까지 만날 수 있으니 고맙고

앞으로도 오래도록 가까이 지내달라고

우리들을 위하여 떠나는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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