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여행
윤제철
오래 살아 온 것이 고맙고
앞으로도 오래도록 살아달라고
자식들이 모셨던 날이지만
이제는 오래 살았다고 보지 않는 나이
고맙고 기념이 될 만한 가치가 없어
내놓지 못하고 슬그머니 여행을 가는 날로
퇴색되어 잔치는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
같은 중학교를 다니던 친구들이
틈을 내어 만나면 어린 시절로 돌아가
어울리다 활력을 찾았어도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 사정을
헤아려주는 것이 고마워 나서지만
수학여행처럼 잠을 설치는 걸 보면
분명 인생은 마음먹기로 사는가 보다
만나게 된 동기를 중히 여기는 우리는
처음 만난 시간을 기억하고 되새김질 한다
어렸을 적 만나던 친구들을
여태까지 만날 수 있으니 고맙고
앞으로도 오래도록 가까이 지내달라고
우리들을 위하여 떠나는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