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奇蹟)
윤제철
지붕 없는 장미원은 비가 쏟아져 내려
시낭송회를 이곳에서 못할까봐
상한 마음을 태우며 그치기를 외웠다.
무모하다고 생각할 만큼 시간이 지나
고개를 들어 위로 바라보니
바램이 그 곳에 닿았을까,
가렸던 구름이 엷어지고
바람에 밀려 파란 하늘이 열렸다.
비를 맞고 수그렸던 장미들은
구겨진 마음에 웃음을 찾은
시인들의 얼굴에 활짝 피었다.
시낭송은 대공원 곳곳에 숨 쉬고 있는
많은 생명들에게 찾아다니며 속삭이듯
희망과 사랑을 나누었다.